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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42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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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간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수명 단축 유전자 변이들 자연도태”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인간은 지금도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자연선택이 수명을 단축하는 유해한 유전자 변이를 제거하면서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다. 과연 인간의 유전체 중 어떤 부분이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진화론을 얘기할 때 흔히 궁금해하는 내용 중 하나는 ‘인간은 왜 더 발전된 존재로 진화할 수 없는가’이다. 그런데 지난 1월 3일자 사이언스저널이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몰리 세보스키(Molly Przeworski)와 뉴욕 유전체센터의 조 피크렐(Joe Pickrell) 박사팀의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두 과학자 또한 ‘인류의 유전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만약 유전자 변이가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면 현재 그 유전적 변이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인간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진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자연선택을 직접 관찰하고 싶은 과학자들은 한 세대에서 변이의 빈도를 측정한 다음, 그 세대의 자녀들에게서도 그 변이의 빈도를 측정해야 한다. 그 다음 세대인 손주까지 범위를 확장한다면 더욱 좋다. 자연선택이 인간에게 해로운 유전자 변이를 없애는지 아니면 이로운 유전자를 선호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란 특수한 환경의 생존경쟁에서 잘 적응한 종, 즉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식량이나 생활공간,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경쟁 등에서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개체가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게 되고, 살아남은 개체의 유리한 변이 형질이 대를 이어 내려옴으로써 결국 새로운 종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진화 메커니즘의 핵심이며 ‘자연도태’라고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연령의 사람들에게서 변화하는 공통적 유전자가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알아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데다, 엄청나게 많은 DNA 데이터가 필요하다. 돌연변이는 여러 방법으로 유전자 빈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적어도 10만명 이상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50만명의 유전자 데이터가 공개되다
   
   당초 세보스키와 피크렐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카이저병원(Kaiser Permanente)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6만명의 유전자 자료를 조사 중이었다. 특히 알츠하이머 질환과 심장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ApoE4 대립유전자(대립 형질을 지배하는 한 쌍의 유전자) 보유자를 조사하고 있었다. 연구팀의 연구 과정에서는 ApoE4를 보유한 사람의 사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ApoE4 대립유전자가 적을수록 생존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데이터로는 통계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때마침 그들의 심층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바이오뱅크(UKBiobank)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50만명의 거대한 데이터(건강과 유전자 기록)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2017년 7월 19일, 영국바이오뱅크는 3주 동안 암호화된 자료를 연구자들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열어놓겠다고 했다.
   
   바이오뱅크는 사람의 혈장·혈청·소변·조직·세포·DNA 등 인체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인체 자원은행’이다. 영국바이오뱅크에는 특히 생활습관을 비롯해 인지상태나 신체 건강 등이 포함된 24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특징과 표현형(phenotype)이 조사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세보스키와 피크렐 두 과학자는 여기서 영국인 15만명의 DNA 개인 정보를 추가해 약 21만명의 DNA를 분석하기로 했다.
   
   두 연구팀은 해당 데이터를 5년 단위로 나눠 추출했다. 그리고 DNA 염기서열의 어느 위치에서 차이가 발생하는지, 특정 유전자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점검하면서 돌연변이가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조사했다. 약 800만개 이상의 변이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빈도가 달라진 변이를 찾아냈다.
   
   하나는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ApoE4 대립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7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드물게 발견되었다. 다른 하나는 골초 남성과 관련된 CHRN3 유전자로, 중년부터 빈도가 감소했다. CHRN3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남성들은 수명이 75세를 넘길 확률이 낮았다. 즉 ApoE4와 CHRN3라는 두 공통된 유전자 변이가 생존율을 크게 좌우하고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바이오뱅크 데이터로 7000명이 연구 중
   
▲ 50만명의 데이터가 저장된 영국 바이오뱅크(UKBiobank) 서버. photo UKBiobank
두 개의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들은 생존하는 데 유리해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심장병과 천식, 비만 등과 관련 있는 유전적 돌연변이도 긴 수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현재에도 자연선택이 사람의 수명을 단축하는 유해한 유전자 변이를 제거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건강을 개선하는 이러한 유전자 변이는 미래 세대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질병이나 심각한 흡연과 관련된 유전적 변인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생존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특정 유전자의 빈도가 감소한다’는 사실 자체가 진화의 작동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대규모 연구에서 인간에게 해로운 변이가 겨우 두 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진화가 그것들을 솎아내고 있으며, 다른 것들은 이미 자연선택에 의해 개체군에서 제거되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ApoE4와 CHRN3 두 대립유전자를 제거하지 못한 것은 아직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들의 결론이다.
   
   이번 연구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됐던 유전자의 진화가 한두 세대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서도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도다. 이러한 성과는 영국바이오뱅크의 빅데이터 공개 덕분이다. 이곳에 축적된 많은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면 수퍼컴퓨터가 없는 과학자들도 세계적 연구가 가능하고, 그 결과 지금까지 전혀 생각할 수 없던 대단한 연구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영국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는 약 7000명, 프로젝트는 1400개다. 공개된 지 2년이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당뇨병, 우울증, 불면증 등과 관련된 유전자에 대한 논문이 벌써 600개 가까이 발표됐다. 바이오뱅크에 축적된 수많은 DNA 데이터를 통해 현대인이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더 밝혀질 것이라는 게 전 세계 과학자들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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