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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48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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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미세먼지 재앙

전혀 비상하지 않은 비상대책부터 개혁해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duckhwan@sogang.ac.kr

▲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녹색연합 관계자들이 석탄발전 중지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가장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은 석탄발전을 멈추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photo 뉴시스
봄기운은 완연한데 도무지 봄을 즐길 형편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끔찍한 미세먼지 폭탄 때문이다. 청정 지역이었던 제주도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온통 잿빛으로 변해 버렸다. 숨을 곳도 없고, 도망갈 곳도 없었다. 3월 5일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관측 사상 최악인 144㎍/㎥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동안 국가적 재난 상황이 이어졌다. 석탄화력을 세우고, 인공강우를 시도하고, 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 합리적인 ‘비상조치’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정체된 대기가 만들어낸 재앙
   
   봄철 미세먼지는 어쩔 수 없는 불청객이다. 강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黃紗)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의 정체 상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겨울에 기세를 떨치던 차가운 시베리아·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다. 대기의 역전(逆轉)도 잦아진다. 저층의 대기는 점점 따뜻해지는데, 상층부에는 여전히 차가운 편서풍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대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 지표면 근처의 대기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못하고 누적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번 미세먼지 폭탄은 대기의 정체, 역전 현상, 극심한 가뭄이 한꺼번에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우리만 시달린 것이 아니다. 한반도에서부터 중국의 북서부와 중부의 시안(西安)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거대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덩어리가 만들어져서 일주일 가까이 꼼짝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 우리가 대기오염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1957년부터였다. 당시 상공부가 ‘매연’ 방지책을 만들었다. 성능이 떨어진 자동차, 집진시설을 갖추지 못한 석탄화력발전소, 취사와 난방에 사용하던 연탄이 문제였다. 1967년에는 중앙관상대가 ‘스모그(煙霧)’에 대한 정밀관측을 시작했다. 그 무렵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원자력발전을 시작했다.
   
   대도시로 인구가 밀집되고,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대기오염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와이셔츠가 시커멓게 됐고, 얼굴에서 검댕이가 묻어났다. 전 세계가 아시안게임(1986)·올림픽(1988)·월드컵(2002)의 정상적인 개최 가능성을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였다.
   
   “과거에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가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일 수 없다. 모래가 부서져서 만들어지는 황사에도 엄청난 양의 미세·초미세먼지가 들어 있다. 습지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암모니아가 방출된다. 자동차 매연, 공장의 분진, 도로·공사장의 날림먼지, 가정에서 사용하던 연탄에서 배출되는 먼지와 가스, 재래식 화장실의 악취에도 미세·초미세먼지와 그 원인물질이 잔뜩 들어 있었다. 다만 과거에는 우리의 관심이 눈에 보이는 시커먼 매연에 집중되어 있었고, 미세·초미세먼지를 직접 확인할 관측 기술이 없었을 뿐이다.
   
   
   거대한 미세먼지 벨트의 존재
   
   1995년 환경부가 미세먼지를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크기가 큰’ 매연 문제는 대체로 해결을 했다. 매년 2000억원을 투자하고,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다.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 장착을 의무화했고, 경유차에 환경개선분담금도 부과했다. 휘발유·경유의 황(黃) 함량을 대폭 낮추고, 휘발유도 납이 들어 있지 않은 무연(無鉛)으로 바꾸었다. 압축천연가스(CNG)를 연료로 쓰는 시내버스도 도입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초미세먼지(PM2.5) 관리를 시작하면서 환경부의 정책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탓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중국 요인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중국 산업지대의 맹독성 오염물질과 중금속으로 범벅이 되었다’는 야단법석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황사가 중국 산업지대의 오염물질이 도달할 수 없는 3~5㎞ 상공을 통해 날아온다는 과학적 사실이 철저하게 무시된 주장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문제는 더욱 심하게 꼬여버렸다. 탈원전 정책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미세먼지 30% 감축을 호언장담했던 정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지시 3호’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석탄화력을 세워놓고 대도시 근방의 분산형 LNG발전 가동을 늘린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미세먼지 제로’인 발전원은 원자력발전밖에 없는데 멀쩡한 원전을 세워놓고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에서 자유롭지 못한 LNG발전소를 대도시 주변에 잔뜩 짓는 것은 진짜 한심한 짓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관행도 되살아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소박하고 즉흥적인 ‘지시’가 오히려 미세먼지 대책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비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는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만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중국·베트남·인도도 미세먼지로 골치를 앓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거대한 미세먼지 벨트가 상존(常存)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일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직접 받는 덕분에 대기가 깨끗한 일본이 몹시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 벨트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동해안처럼 인구가 밀집되고 산업활동이 활발한 지역도 있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북부 지역처럼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도 적지 않다. 미세먼지가 반드시 자동차·공장·발전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겨울 농사를 포기해버린 우리 농경지의 상황은 황사가 발생하는 황토지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산먼지 관리 등 새로운 대책 필요
   
   자동차와 굴뚝에서 발생하는 굵은 매연의 문제는 대체로 해결했다. 중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미세먼지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광범위한 지역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떠돌아다닌다. 배출원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다.
   
   중국·경유차·석탄화력 탓만 하는 근시안적인 미세먼지 대책부터 개혁해야 한다. 물론 배출원 관리의 효율을 증진시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토양에서 발생하는 ‘날림(飛散)’먼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절반이 날림먼지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철 농지 관리에 필요한 새로운 지혜도 필요하다. 대기 중에서 복잡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분자 수준의 오염물질에 대한 정확한 화학적 이해도 필수적이다. 대기의 흐름에 대한 기상학 전문가들의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미세먼지 전문가의 폭을 확대해야 미세먼지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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