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에 따른 경유차 대책을 촉구하는 방독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에 따른 경유차 대책을 촉구하는 방독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세먼지가 연일 비상이다. 지난 3월 5일에는 한반도 관측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다. 우리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3월 9일부터 한 달간 서해에서 역대급 항공 관측에 나선다고 밝혔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함이다. 항공 관측 자료는 미세먼지 감축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중국과의 협상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과연 미세먼지의 원인이 규명될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 평균 농도 세계 27위

지난 3월 5일(현지시각), 미국의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 Visual)’이 73개국 3000개 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조사한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5년 설립된 에어비주얼은 매일 전 세계 1만여곳의 대기오염 정도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에어비주얼의 보고서에 따르면, 3000개의 도시 중 64%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연평균 초미세먼지 노출 기준인 10㎍/㎥를 초과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도시는 100% 모두 기준을 초과했고, 동아시아 지역은 89%의 도시가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기질이 나쁜 나라들은 아시아에 집중됐다. 2018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 발생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방글라데시였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97.10㎍/㎥를 기록하며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파키스탄(74.3㎍/㎥)과 인도(72.5㎍/㎥)가 이었고, 넓은 초록 들판과 파란 하늘이 연상되는 몽골(58.5㎍/㎥)이 의외로 세계 6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된 중국은 41.2㎍/㎥로 세계 12위, 베트남(32.9㎍/㎥) 17위, 태국(26.4㎍/㎥)이 23위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 중 그래도 공기질이 좋은 편에 속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2㎍/㎥로 55위를 차지했다. 공기가 가장 청정한 국가는 연평균 농도가 5.0㎍/㎥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 연평균 농도가 24.0㎍/㎥로 27위에 올랐다. 예상과 달리 중국보다 훨씬 더 공기질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62개 수도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집계한 결과도 비슷했다. 세계에서 가장 공기질이 나쁜 수도는 인도의 델리(113.5㎍/㎥)가 꼽혔고, 한국의 서울은 23.3㎍/㎥로 62개의 수도 중 27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경기도 안성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에어비주얼이 자료를 공개한 지난 3월 6일 당일 ‘세계 주요 도시 공기질 랭킹’에서는 서울이 공기질 지수(AQI) 214로 1위에 올랐고, 인천이 208로 2위, 부산이 152로 10위를 기록했다. 한국 도시 3곳이 공기질이 안 좋기로 세계 10위권 안에 포함된 것이다.

공기질 지수(AQI)는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기오염 정도를 알려주는 지표다. 보통 공기오염 물질 6가지인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오존(O₃),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CO), 아황산가스(SO₂)의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측정된다. 지수는 0부터 500까지 있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를테면 50 미만은 공기질이 양호한 편이고, 150부터는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미국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데카르트랩’ 또한 유럽우주국(ESA)의 대기감시위성 ‘센티넬5P’ 위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8월과 9월 전 세계 이산화질소 농도를 밝기로 표현한 동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도 서울 일대를 비롯해 한국의 광범위한 지역이 빛을 내뿜고 있어 이산화질소 배출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미세먼지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기상 정보를 보여주는 비주얼 맵 어스널스쿨. 중국의 대기 상황이 매우 나쁨인 붉은색을 띠고 있다. ⓒphoto 뉴시스
세계 기상 정보를 보여주는 비주얼 맵 어스널스쿨. 중국의 대기 상황이 매우 나쁨인 붉은색을 띠고 있다. ⓒphoto 뉴시스

초미세먼지 생성 원인은 이미 찾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세먼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사실 미세먼지 하면 중국을 먼저 떠올린다. 한국의 ‘미세먼지’ 상당 부분이 중국발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3월 6일까지 일주일 연속 미세먼지가 전국을 휩쓴 것도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중국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유입되었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8일에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을 탓하는 한국 여론을 반박하는 글을 싣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테라/아쿠아(Terra/Aqua) 인공위성은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촬영한 위성의 사진에 중국발 오염물질이 한반도 상공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찍힌 것.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2월 26일 한국의 공기는 깨끗했는데, 27일부터 중국발 특히 베이징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상공이 뿌옇게 변했다고 한다.

사실 NASA의 광학 인공위성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이동하는 모습이 찍히는 일은 다반사다. 한국의 천리안 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도 이번의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확인되었다. 또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2018년 3월 30일자)에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매년 3만여명이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근거 자료가 있는데도 중국은 왜 연관성이 없다고 부인할까. 한마디로 인공위성 사진은 직접적 증거가 못 된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우주에서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은 지표면에서부터 높은 고도까지의 공기층을 나타내는데 중국의 미세먼지는 지표면 가까이의 공기층에는 머물지 않고 그대로 한반도 상공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들의 주장에 대응하려면 뚜렷한 증거가 될 만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사실 한국의 초미세먼지 생성 원인은 이미 기존의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분석되었다. 이를테면 지난해 3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음력 12월 23일부터 약 3주)만 되면 한반도 전역의 미세먼지 지수가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에 주목해,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유입된다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했다. 폭죽의 산화제로 쓰이는 칼륨이 높게 검출된 것이 그 증거다. 칼륨은 폭죽이 터지거나 바이오매스가 연소(농작물·산림 등)하는 과정에서 모두 배출되는데,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만 나오는 물질인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변하지 않은 반면 칼륨 농도는 평소보다 7배 이상 급격히 올라간 것이다. 한국에서는 설 연휴에 폭죽을 터뜨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2016년 5월 국립환경과학원은 NASA와 손잡고 ‘한·미 협력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프로젝트를 6주 동안 진행했다. 공동연구팀의 결과는 2017년 7월에 발표되었는데, 그 시점에서의 국내 미세먼지 원인은 34%가 중국발이고, 52%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반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국내 요인이 더 크다. 하지만 중국발 오염물질 또한 무시하기엔 너무 큰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와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한반도 유입을 보다 더 과학적으로 규명해 거기에 맞춰 반드시 중국과 협상해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2차 생성 초미세먼지 줄일 복합 정책 시급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의 서해 항공 관측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와 같은 1차 미세먼지 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은 물론 2차 생성 초미세먼지의 주요 성분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대의 고해상도 실시간 분석 장비가 탑재된 19인승 중형 항공기로 1만2000m 이하 상공까지 포괄적으로 관측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소형 항공기로 5000m 이하 상공의 제한된 범위에서 관측이 이뤄졌다.

이산화질소를 비롯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태양빛을 만나면 광화학반응을 통해 초미세먼지로 바뀐다. 이것이 2차 생성 초미세먼지다. 질소산화물은 무언가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동차·선박·비행기를 통해 배출되고, 굴뚝에서 매연을 내뿜는 화력발전소나 공장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배기구나 공장 굴뚝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먼지 못지않게 2차 생성 초미세먼지의 양도 상당하다. 1차와 2차 둘이 합쳐지면 고농도의 초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과 NASA의 공동연구 자료를 보면 국내 초미세먼지의 75% 이상이 2차 생성 초미세먼지로 나타났다. 입자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인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너무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바로 폐포에 침투해 빠져나오지 않기 때문에 폐암, 심장병, 뇌졸중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심지어 정신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1차 배출 초미세먼지는 저감장치 등을 통해 배출되는 양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2차 생성 초미세먼지는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이 공기 중 화학반응으로 결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따라서 2차 생성 초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언제까지 중국에만 돌릴 수는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번 항공기 관측을 통해 한반도로 유입되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이동경로 추적은 물론,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의 효과적 해결책을 찾아 공기질이 좋은 나라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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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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