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의 가두리 양식장. ⓒphoto 뉴시스
남해안의 가두리 양식장. ⓒphoto 뉴시스

세계는 지금 양식 환경과 물고기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료 개발이 한창이다. 건강한 알을 낳도록 하기 위해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등의 성분을 강화한 사료다. 특히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같은 양식 선진국에서는 최첨단 양식 기술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물고기 사료를 만들고, 먹이고, 기르고, 통제하는 모든 기술이 첨단의 영역이다. 양식업을 ‘1차산업’으로 보는 한국 내의 시각과 크게 다른 부분이다.

자연산 치어 5마리로 양식어 1마리 생산

세계인구가 1인당 소비하는 물고기는 해마다 얼마나 될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1인당 평균 어류 소비량은 21.3㎏이다. 1960년대 9.9㎏에서, 1990년대 14.4㎏, 2012년 19.2㎏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생선 중 약 50%는 양식 물고기다. 양식 수산물 소비량은 갈수록 높아져 내년엔 처음으로 자연산 소비량을 뛰어넘고, 2030년엔 전체 수산물 소비량의 59%를 차지할 것으로 FAO의 2018년도 보고서 ‘세계 어업 및 양식 상태’는 분석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늘어나는 수산물 소비량을 감당하려다 보니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인 양식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류는 양질의 고단백질 식품이다. 지방, 콜레스테롤, 탄수화물이 적은 대신 심장을 보호하는 오메가3 지방산과 필수 비타민,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생선의 이런 유익함이 어류 수요를 더욱 높인다. 문제는 양식 어류의 먹이인 사료다. 물고기 양식을 위해서는 좋은 사료를 공급해야 하는데, 다양한 원료를 섞어 만든 배합사료와 생사료가 흔히 사용된다. 생사료는 멸치, 청어, 고등어 등의 치어와 잡어 등을 냉동·분쇄해 어분으로 생산한다. 양식장에서는 값싸고 물고기 성장 효율이 좋은 생사료를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양식 물고기를 먹이기 위해 소비되는 자연산 물고기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적으로 한 해 평균 약 2000여만t이 사용된다고 FAO는 밝히고 있다. 국민이 회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배합사료 생산 통계’, 통계청의 ‘어류 양식 현황 조사’ 등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양어용으로 투입된 총 사료량은 65만3099t. 이 중 양식장에 제공된 생사료는 49만4796t(수입 8만7900t 포함)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또 연근해 총 어획량 중 치어의 비율이 2016년 52%, 2017년 44%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 자라지 않은 치어는 어획이나 유통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주로 생사료로 쓰인다.

이렇게 많은 생사료를 양식용 물고기 먹이로 사용하면서 생산해내는 어류의 양은 얼마나 될까. 2017년 기준 생산된 어류는 11만5880t이다. 쉽게 말해 연근해에서 약 5마리의 자연산 치어와 잡어를 잡아서 1마리의 양식 물고기를 생산하는 셈이다. 이런 생산구조의 불균형은 양식업이 시작된 이래 계속되고 있다.

결국 치어의 남획은 세계의 물고기 개체량을 급감시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2016년 90만8000t, 2017년 92만7000t이다. 1986년의 173만t과 비교할 때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만약 이대로 치어가 생사료로 계속 사용된다면 연근해 어류 자원은 얼마 안 돼 고갈되고 말 것이다. 양식업 또한 지난 40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생사료의 공급량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양식 물고기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사료를 개발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의 연구자들이 대체사료로 먼저 주목한 것은 콩·옥수수 등의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배합사료다. 하지만 이런 사료는 어류가 완전하게 소화하지 못해 이상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콩과 옥수수 등의 곡물은 축산 사료로 주로 쓰여 세계 식량난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물론 축산 사료를 재배한 땅의 황폐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양식장 사료로 부상하는 것은 곤충이다. 프랑스의 ‘인섹트(YnSect)’가 식용 곤충을 동물용 사료로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전체 제조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네덜란드의 ‘프로틱스(Protix)’, 캐나다의 ‘엔테라피드(Enterra Feed)’ 등도 곤충 사료를 만드는 유수 회사다.

프랑스 ‘인섹트’사가 양식용 사료 원료로 쓰는 ‘밀웜’. ⓒphoto YnSect.com
프랑스 ‘인섹트’사가 양식용 사료 원료로 쓰는 ‘밀웜’. ⓒphoto YnSect.com

밀웜이 사료로 쓰이는 대표적 곤충

인섹트는 지난 2월 1억2500만달러(약 1417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이뤄진 농업기술 관련 투자 중 최고액이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첫 번째 이유는 곤충을 이용한 수산 양식업의 사료 개발 분야를 주력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7년 6월 양식 연어의 사료를 개발했다.

인섹트가 생육하는 곤충은 딱정벌레의 유충 ‘갈색거저리’다. 영어로는 ‘밀웜(Mealworm)’으로 불린다. 인섹트는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사료를 만드는 데 최적의 종으로 이 곤충을 선택했다고 한다. 식량+벌레의 합성어인 영어 속칭이 말해주듯 이 곤충은 오래전부터 육류를 대체하는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아왔다. 밀웜은 고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고, 생육이 빠르고 번식 주기가 짧아 대량 생육하기 쉽다.

한편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의 식품연구소 연구팀은 가문비나무와 특정 해조류 당질로 재배된 효모를 사료 대체재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곤충 같은 재료를 놓고 경쟁이 심해지면 또 가격이 오를 테니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새로운 물고기 사료 개발에서 과학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생사료 만큼 효율이 좋으면서도 생산단가가 저렴한 경제성이다. 그렇지 않으면 양식업자들이 다시 생사료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연구하고 있는 특정 해조류는 오메가3를 함유하고 있다. 또 효모는 경작지가 필요 없고 물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생물자원을 통해 가장 저렴한 사료를 증식·생산해낼 수 있다. 효모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효모를 대서양 연어에게 먹였더니 기존 사료를 먹을 때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면서 체중이 늘어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재 물고기들이 사료를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효모 균주와 당류를 가장 적합하게 조합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료 대체재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결정적 요인은 오메가3와 같은 지방산의 적절한 비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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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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