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신현종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photo 신현종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오정근 박사는 중력파와 관련해 일반에 가장 친숙한 과학자이다. 미국의 중력파 검출기 LIGO(라이고)가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인 2016년 2월 그가 펴낸 책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만난 오 박사는 출간 3년이 된 자신의 책이 “8쇄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근래에 나온 과학책이 8쇄를 찍은 예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중력파는 블랙홀과 블랙홀, 혹은 중성자별과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생기는 시공간을 뒤흔드는 파장이다.

오 박사를 만난 건 2015년 인류가 중력파를 첫 검출한 뒤 중력파 연구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오 박사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총무 간사로 한국의 중력파 연구를 꿰고 있다. 그는 “4월에만 중력파가 2개 확인되었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이 기사를 쓰고 있는 5월 2일 시점에서는 중력파가 더 발견돼 모두 5개가 확인되었다.) 그는 “LIGO 3차 가동이 4월 1일 시작됐는데 벌써 성과가 나왔다”며 대형 모니터 화면에서 2개의 중력파 검출 사건을 보여줬다. 중력파 첫 검출 이후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자신의 ‘중력파’ 책도 개정증보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중력파 과학자

중력파는 2015년 9월 14일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건이 검출됐다. 중력파일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도 14개나 된다. 중력파 검출기는 지구촌에 몇 곳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건 미국의 LIGO다. LIGO 관측소는 미국 핸퍼드(워싱턴주)와 리빙스턴(루이지애나주) 두 곳에 있다. 이것 말고도 이탈리아 피사 인근에 유럽 6개국의 실험시설인 VIRGO(비르고)가 있다. 일본에는 KAGRA(가그라) 중력파 검출기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중력파를 최초로 검출한 LIGO는 1차 가동(2015년 9월 12일~2016년 1월 19일), 2차 가동(2016년 11월 30일~2017년 8월 25일)을 성공적으로 했고, 지난 4월 3차 가동에 들어갔다. 3차 가동은 2020년 2월까지 계속된다. 기역자 모양의 가로 세로 각각 4㎞ 크기의 LIGO는 그간 중간중간 가동을 멈추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해왔다. LIGO는 원자 지름 크기의 짧은 파형도 잡아낼 수 있는 민감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오정근 박사는 일단 중력파 검출이 물리학에 안겨다준 두 가지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무거운 원소 합성이 중성자별 충돌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관측한 것이고, 두 번째 성과는 블랙홀 충돌이 그간 생각했던 것보다 우주에 훨씬 많다는 걸 알아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우주 진화 시나리오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무거운 원소 합성 이야기. 이는 2017년 8월 17일 중성자별과 중성자별 충돌에서 관측됐다. 오 박사는 이 사건이 관측 날짜에 따라 ‘GW170817’이라고 불린다며 “LIGO의 아버지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보다 더 큰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LIGO를 만든 물리학자인 킵 손 등 3명이 이 사건을 관측한 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오 박사는 “무거운 원소가 합성되는 것은 중력파 검출기를 시작으로 각종 다양한 망원경이 관측했기 때문에 발견이 가능했다”면서 “이렇게 한 천문학 사건을 다양한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걸 ‘다중신호 천문학’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당시 사건은 중력파 검출기를 비롯해 우주와 지상에 있는 각종 천문대들도 관측했다. 때문에 사건 관련 논문의 공동저자가 무려 3500명이나 됐다. 이 정도 숫자는 세계 천문학자의 3분의 1 규모다.”

당시 중력파가 검출된 지 1.7초 뒤에 지구 궤도에 있는 페르미 우주망원경이 감마선 폭발도 확인했는데 이에 대한 오 박사의 설명은 이렇다. “시간적으로 1.7초 차라면 중력파와 감마선 폭발이 같은 곳에서 왔나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면 파의 출처 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은하목록이라는 게 있는데 파가 온 방향을 보니 수백 개 은하가 후보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타원 은하인 NGC4993 주변이 의심됐다. 이 은하는 바다뱀자리에 있다.”

이탈리아 피사 인근의 유럽 중력파 검출기 VIRGO. ⓒphoto LIGO
이탈리아 피사 인근의 유럽 중력파 검출기 VIRGO. ⓒphoto LIGO

중력파 관찰 논문 공동저자 3500명

과학자들이 은하목록을 보고 인근 지역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NGC4993 은하 주변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중력파 도달 11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이른바 ‘킬로노바’였다. 킬로노바는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 나타날 것이라고 이론상 예상됐던 별이지만 그때까지 관측된 적이 없었다. 없던 별이 빛나는 걸 신성(新星), 영어로는 노바(NOVA)라고 한다. NGC4993에서 보이는 별은 일반 ‘노바’보다 1000배 정도 밝은 ‘킬로노바’였다. 이후 지상 천문대까지 모든 전자기파 망원경으로 이 중성자별 충돌 사건을 16일간이나 관측했다.

오정근 박사는 “이 사건을 다양한 수단으로 관측하면서 그곳에서 나온 빛 스펙트럼을 봤다. 그 결과 무거운 원소가 중성자별 충돌에서 만들어지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57번 란탄족 원소 이상의 무거운 원소의 기원이 중성자별 충돌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것이다. “가벼운 원소에 중성자를 많이 붙여야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초신성이 터져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무거운 원소의 양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중성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성자별에는 중성자가 많으니 중성자별이 충돌하면 중성자를 빨리 붙이는 ‘빠른 포획 과정(r-process)’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그게 확인된 것이다.”

나는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지는 걸로만 알고 있었다. 가령 과학저술가 마커스 초운의 ‘마법의 용광로’는 초신성이 폭발할 때 가공할 만한 열과 압력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우라늄까지 무거운 원소가 합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박사는 “그건 과거 이론이다. 최근에는 초신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중성자를 빨리 가벼운 원소에 붙이는 R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에 중성자별 충돌에서 그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박사에 앞서 취재한 부산대 이창환 교수로부터 이 중력파 사건에 대해 들은 바 있다. 이 교수는 당시 지구보다 큰 분량의 순금이 만들어졌다고 얘기했었다. 금은 무거운 원소이다. 오 박사는 “지상에서도 무거운 원소 합성 방법을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보려는 실험이 바로 대전에 짓고 있는 중이온가속실험”이라며 “과학계는 중성자별 충돌 사건을 매우 놀라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벨상 수상보다 더 큰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중력파 수신 즉시 지구 모든 천문대에 알람

2개의 천체가 합해지는 가상도. 원 모양이 중력파. ⓒphoto LIGO
2개의 천체가 합해지는 가상도. 원 모양이 중력파. ⓒphoto LIGO

다음은 블랙홀 이야기. 그는 “그간 LIGO가 검출한 11건의 중력파를 보면, 블랙홀 사건이 더 재밌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블랙홀 쌍성 충돌은 생각보다 많다. 예컨대 지난 4월 1일부터 가동한 3차 LIGO도 가동 보름도 안 돼 2개의 블랙홀 충돌 중력파를 검출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갈수록 검출 기법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블랙홀 충돌 사건을 앞으로 더 많이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LIGO 2차 가동이 끝난 뒤 과학자들은 그때까지의 데이터를 재분석한 후 결과를 논문으로 냈는데 관측 전체를 요약했다고 해서 ‘카탈로그 논문’이라고 불린다. 분석을 고도화해서 보니, 이 자료 속에는 그간 몰랐던 블랙홀 쌍성 충돌 사건이 4개가 묻혀 있었다. 그리고 중력파 사건으로 보이는 14개의 후보 사건(marginal events)도 확인했다. ‘후보 사건’은 지금으로서는 실체를 정확히 모르나, 나중에 더 나은 기법으로 분석하면 중력파 사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력파 발생 사건은 모두 4건이 추가돼 11건이 되었다.

오 박사는 “블랙홀 쌍성 충돌이 우주에서 흔한 현상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블랙홀이 흔하게 다른 천체를 잡아먹고 있다면, 거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생겨났느냐에 대한 답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령 우리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65억배 정도나 되는 무거운 블랙홀이 있는데, 이 거대한 블랙홀이 어떻게 탄생했느냐에 대해서는 크게 ‘초기우주블랙홀’과 ‘포획설’ 등 두 개의 가설이 있다. 이 중 ‘초기우주블랙홀’은 우주 초기 중력에 의해 모인 물질들을 한 번에 흡수하고 이게 수축되어 거대한 블랙홀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초기 우주에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았으니 물질을 빨아들이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두 번째 가설인 ‘포획설’은 블랙홀이 다른 천체를 잡아먹는 과정을 통해 점점 자기 질량을 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있는 천체 중 블랙홀이 될 것도 있지만, 질량이 가벼워 블랙홀이 되지 않은 천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 있는 블랙홀에 잡아먹히게 된다. 그러면 우주에는 블랙홀만 가득 차게 된다. 이게 우주의 궁극적인 모습일까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오 박사에 따르면 현재 LIGO가 찾아내는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0배를 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데 LIGO의 성능은 당초 계획했던 ‘감도’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상태로 앞으로 성능이 더 향상될 예정이다. LIGO 감도가 더 높아지면 더 무거운 블랙홀 쌍성계 충돌 사건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박사는 “그래야 우리은하 중심의 초거대 블랙홀로 진화하는 시나리오도 어떤 게 타당한지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박사에 따르면 다중신호 천문학에서 중요한 건 천문대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다. “초신성 폭발과 같은 천문학 사건은 발생 직후부터 관측하는 게 천문학자들의 목표다. 초신성은 폭발 후 며칠 안에 빛이 잦아들기 때문에 빛을 보고 망원경을 그 방향으로 돌리면 관측이 늦다. 사건의 끝부분만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LIGO가 중력파를 수신하면 가능한 한 빨리 지구촌 천문대에 알람을 울린다. 그러면 천문대들은 알람에 맞춰 중력파가 날아온 방향으로 망원경을 돌리는 훈련을 해왔다. 오 박사는 “블랙홀 쌍성 충돌 사건 때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요즘은 알람이 울린 지 30초~1분 안에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훈련이 있었기에 2017년 8월 17일 중성자별과 중성자별 충돌 사건을 다양한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한국천문연구원 이형목 원장이 이끌고 있다. 한국 그룹은 LIGO와 VIRGO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연구하며, 일본이 건설 중인 KAGRA와도 협력 중이다. 우리도 한때 ‘SOGRO(소그로)’로 불리는 독자적 중력파 검출기 제작을 논의했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SOGRO는 레이저 간섭 현상을 이용해서 중력파를 검출하는 LIGO와 달리 중력 변화를 직접 측정하는 ‘중력경사계’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지구상 모든 점에서 중력 크기가 조금씩 다른데 중력경사계는 그걸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 기업이 석유 탐사를 할 때 용수철 탄성에 의한 질량의 민감도 측정 원리를 적용한 중력경사계를 활용한다. 중력파 검출에 사용하려는 SOGRO는 용수철이 아닌 초전도물질을 사용한, 이른바 초전도중력경사계다.

초전도중력경사계를 중력파 망원경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원로 물리학자 백호정 교수였다. 백 교수는 1920년대생으로 제1세대 중력파 검출기 연구자다. 같은 메릴랜드대학의 조지프 웨버는 1960년대 최초의 중력파 검출기(알루미늄 원통형)를 개발한 바 있다. 백 교수의 ‘중력경사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중력경사계를 크게 만들면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을 택한 것이 SOGRO다. 백 교수가 만든 게 1m 크기라면 이를 100m 크기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오 박사는 “SOGRO를 1년 정도 연구했다. LIGO의 검출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저주파 대역의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장치였다. 그럼에도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이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한국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기초연구부터 하자. 후학을 위해 준비 작업을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한다. 우선 초전도중력경사계를 지진 탐지에 사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 초전도지진경보기를 먼저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현재 기존의 지진경보기보다 훨씬 빨리 지진을 예고할 수 있는 초전도지진경보기가 사용되고 있다. 기존 지진경보기는 초속 8㎞ 정도로 이동하는 지진파 p파를 검출해 지진이 온다는 걸 확인하지만 초전도지진경보기는 중력 변화를 광속으로 확인한다. 가령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 당국은 지진이 발생하고 35초 후 지진 경보를 냈지만 초전도지진경보기를 사용하면 수초 안에 경보 발령이 가능하다고 오 박사는 말했다. 오 박사가 몸담고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초전도지진경보기를 바탕으로 이제 초전도중력경사계를 만들어도 승산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한다.

오 박사는 서강대 물리학과 1992학번. 서강대 김원태 교수의 지도를 받아 200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끈이론 블랙홀의 양자론적 특징’.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08년 4월 대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들어갔고 1년쯤 지나서 LIGO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에 합류해 10년째 중력파를 연구하고 있다. 오 박사는 중력파 연구로 방향을 돌린 것에 대해 “좀더 현실적인 연구를 하고 싶었다. 끈이론의 블랙홀 연구는 세상과 동떨어진 것도 같고, 그래서 천체물리학적인 블랙홀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약간의 수학자적인 측면(끈이론)에서 물리학 쪽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 50년 뒤진 한국의 중력파 연구

오 박사가 속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거대과학연구팀’은 모두 5명. 오 박사와 “10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멤버들이다. 이 연구팀은 2013년에는 중력파를 빨리 알아내는 신호검출 알고리즘 개선 작업을 했다. 호주 그룹이 만든 SPIIR 신호검출 알고리즘을 개선해 10배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분석 속도를 향상시켜 중력파가 검출되면 다른 광학망원경들이 빨리 관측할 수 있도록 했다. LIGO의 3차 가동에 이 개선된 알고리즘이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2014년 연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검출기에 들어온 신호가 잡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알고리즘 연구였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중국 칭화대, 미국 MIT, 한국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하나씩 과제를 맡아 들어온 신호가 잡음인지 아닌지를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딥러닝 방식으로 연구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중력파 파형 생성인데 이 역시 중력파 검출 속도와 검출 효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LIGO는 중력파 파형 은행을 갖고 있다. 블랙홀과 블랙홀 충돌 혹은 중성자별과 중성자별 충돌 조건에 따라 생성된 중력파 파형 모델을 수백만 개 갖고 있다가 중력파가 검출기에 들어오면 중력파인지 아닌지를 대조해서 즉각적으로 판별하게 된다. 중력파 식별은 물론 파형을 보고 얼마나 무거운 질량의 천체들이 충돌한 사건인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공신경망을 이용하면 복잡한 파형을 더 잘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오 박사팀은 이 작업을 위해 ‘적대적 생성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GAN) 연구도 하고 있다. 오 박사는 “연구가 상당히 잘되고 있고, 논문 초안은 완성했다”고 말했다.

오정근 박사는 최근 10대 학생들에게 중력을 소개하는 책을 쓰고 있다. ‘중력을 쫌 아는 10대’라는 제목으로 5월 말까지 탈고가 목표라고 한다. 그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중력 개념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는 책이 시중에 없는 것 같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력파 검출기 개발 기술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50년 뒤졌다”고 했다. 반세기 뒤진 걸 다음 세대가 따라잡기 위해서는 오 박사 같은 앞 세대가 후배들이 관심을 갖도록 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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