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구축한 중국 산시성 양취안시 통제센터. ⓒphoto 뉴시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구축한 중국 산시성 양취안시 통제센터. ⓒphoto 뉴시스

세계의 ‘스마트시티’ 구현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가별 경쟁도 치열하다. 애초 미국이 기술을 주도했지만 최근엔 AI(인공지능) 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시티 위상은 대단하다. 지난 5년간 스마트시티는 중국 IT기업의 화두였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500개의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실현 중이다.

스마트시티는 인간의 신경망처럼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시를 말한다. 데이터 컴퓨팅과 심층 신경망을 사용해 도로, 항만, 전기 등 도시의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 보유 국가로 발전하게 된 데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개발한 ‘시티브레인(City Brain·도시 대뇌)’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크다.

‘시티브레인’으로 우뚝 선 항저우

지난 5월 9일 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하버시티’ 내에 공공감시 시스템 시티브레인이 설치됐다. 이를 통해 하버시티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버시티 행정 당국은 밝히고 있다. 이미 중국은 저장성 취저우, 장쑤성 쑤저우, 마카오 등 다른 도시에도 시티브레인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세계에서 스마트시티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곳은 중국 동부 도시 항저우다. 스마트 도시의 롤모델이다. 항저우는 ‘전통의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도시로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다. 항저우에는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고 3000㎢ 지역에 시티브레인이 설치돼 있다. 시티브레인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AI와 첨단 알고리즘을 사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사용 가능한 정보로 실시간 전환해준다. 따라서 도시 전체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뿐 아니라 특히 시티브레인과 연동된 폐쇄회로 카메라(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분석한다.

인구 900만명이 거주하는 항저우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교통이었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 5위 안에 드는 교통지옥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티브레인이 적용됐다. 시티브레인은 5만여대의 CCTV를 통해 시내 곳곳의 신호등 8만여개를 조정한다. 도로 위 차량의 수, 속도, 그리고 진행 방향을 파악해 어느 곳으로 차량이 몰리는지 분석해 전체 차량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시티브레인 도입 이후 항저우 도심의 차량 통과 시간이 평균 15% 줄어들었다. 주행속도가 15% 증가하면서 자동차 한 대당 도로에서 보내는 평균시간 또한 3분 절약되었고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도 단축되었다. 이로써 중국에서 교통지옥 순위가 57위로 떨어졌다.

시티브레인은 긴급차량에 가장 빠른 경로를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도착지까지의 교통 상황을 가늠하고 이에 따른 신호등을 관리하여 긴급차량이 막히지 않고 갈 수 있게 돕는다. 그 결과 소방차와 구급차가 응급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50% 줄었다.

뿐만 아니다. 시티브레인은 교통사고나 주차위반 등을 자동으로 신고하고 처리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20초 내에 감지하여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관에게 통보해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해 자동으로 불법주차 등의 교통위반 행위를 단속한다. 시민 개개인의 움직임까지 면밀하게 파악하기 때문에 지명수배 중인 탈주범부터 무단횡단하는 사람까지 모두 추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체인식 기술의 하나인 안면인식 시스템이 시티브레인에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사람 얼굴의 고유 생체정보를 추출해 정보화하는 인증 방식이다. 시티브레인은 1100개의 안면인식 카메라와 함께 드론을 통해 공중에서 시민 10만여명의 움직임은 물론 도시의 도로와 건물 상황을 파악하는데, 인식 정확도는 100%에 가깝다.

중국 상하이 메트로는 2017년 1월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뒤 3개월 동안 567명의 범인을 지하철에서 검거했다. 푸젠성 샤먼시에서도 버스 소매치기 사건이 30%나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하이테크 전체주의’를 연상케 하는 중국이다.

미, 안면인식 공공감시 제동

미국의 스마트시티와 안면인식 기술 또한 세계의 선두를 달린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뉴욕이 스마트시티 선도 도시이다. 치안, 유통, 교통 등에 이어 결제수단으로까지 안면인식 시스템이 활용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아마존고(GO)’에서는 매장 천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이 고객과 고객이 손에 든 물건을 파악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아마존은 이런 매장을 2000개 이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안면인식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안에 민감한 미국의 공항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관세 국경보호청은 이미 뉴욕 JFK공항에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했고, 델타항공은 지난해부터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애틀랜타 공항에서 국제선 여객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비행기 수속을 하고 있다. 항공기 1대당 평균 승객수를 고려할 때 이 시스템을 통해 탑승 수속에 걸리는 시간이 9분쯤 당겨진다는 게 델타항공 측의 설명이다.

지난 3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까지 미국의 톱 20개 공항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테러 행위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모든 국제선 승객이 대상이고 미국 시민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마트 기술이 그렇듯 안면인식 기술 또한 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반면 사생활 침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곳곳에서 기술 활용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는 안면인식 기술이 포함된 공공감시 시스템을 설치한 후 그 정보를 활용, 범죄수사 등에 사용하려고 했던 계획이 지난 5월 8일 행정감시위원회로부터 부결되었다. 이 결과에 대해 아마존은 일부 악용 가능성이 두려워 신기술을 금지한다면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개선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안면인식 기술 보급이 주춤한 반면 중국에선 정부의 적극 지원 아래 급속히 실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연결된 생체인식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은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해왔지만 지금의 판세는 중국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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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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