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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의 세상 읽기] 강릉 수소탱크 폭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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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1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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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강릉 수소탱크 폭발의 교훈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duckhwan@sogang.ac.kr

▲ 지난 5월 23일 강원도 강릉 수소연료발전소에서 수소탱크가 폭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photo 뉴시스
정부가 안전성을 장담하던 수소가 흉측하게 터져버렸다. 고압가스 폭발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던 일도 아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 발생한 강원도 강릉의 수소 폭발 사고는 심상치 않았다. 야외에서 일어난 폭발치고는 피해가 너무 컸다.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3동의 건물이 풍비박산 나버렸다. 잠정 피해액이 무려 340억원을 넘는 모양이다.
   
   폭발의 양상도 특이했다. 옅은 섬광(閃光)이 순간적으로 번쩍인 후에 약간의 흰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유리창·벽·지붕이 깨지고, 구겨지고, 부서졌다.
   
   저장탱크의 파편 안쪽에 검은 그을음은 확인되었지만 본격적인 화염(火焰)은 볼 수가 없었다. 문제는 150m나 떨어진 건물에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엄청났던 충격파(shock wave)였다.
   
   
   작아서 더 무서운 수소
   
   고압으로 압축된 가스탱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탱크가 파열되거나 밸브가 깨지면 무서운 흉기로 돌변해버린다. 실제로 지난 5월 13일 충북 청주에서는 시내버스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바닥을 뚫고 들어온 파편 때문에 17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었다. 8기압 정도의 압축공기가 채워진 불량 재생타이어가 문제였다.
   
   2010년에는 서울 행당동에서 무려 250기압의 CNG(압축천연가스) 연료탱크의 밸브가 파손되면서 일어난 폭발로 10여명의 승객이 다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다행히 당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압력은 청주의 불량 재생타이어보다 30배 이상 높았지만 물리적 폭발의 피해가 압력에 비례하지 않았던 것도 다행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도로 옆 상가에도 피해가 없었다.
   
   강릉의 수소탱크 폭발은 이런 사고들과는 사정이 달랐다. 철판을 이어붙인 용접이 부실했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수소가 주입되어 폭발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탱크에 산소가 섞여 들어가 탱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정황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7기압과 12기압으로 설계된 탱크의 단순한 물리적 폭발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
   
   필자가 보기에 강릉 사고는 수소가 화학적 연쇄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수소는 공기 중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저장탱크에서 새어나온 수소는 공기보다 14배나 가볍기 때문에 누출이 되면 위로 상승하면서 빠르게 흩어진다. 수소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런 사실을 지나치게 신뢰한 결과다.
   
   탱크에서 새어나온 수소 분자가 충분히 흩어지기 전에 정전기나 작은 불씨에 의해 2개의 수소 원자로 분해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져버릴 수 있다. 수소 원자는 음속보다 평균 5.4배나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공기 중의 산소 분자와 연쇄적으로 격렬한 연소반응을 일으켜 초음속의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탄이 터진 것처럼 건물이 흔들리는 소닉붐이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수소의 폭발이 LNG·LPG·휘발유의 유증기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도 ‘폭굉(爆宏)’이라고 부르는 그런 초음속 충격파 때문이다. 공기 중에서 수소의 농도가 4~75% 범위에 들어가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다만 작고 가벼운 수소는 빠르게 흩어지기 때문에 반응성이 낮고 무거운 가연성 가스가 폭발할 때처럼 뜨거운 화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수소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
   
   강릉의 수소 폭발 사고는 ‘수소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수소탱크의 폭발이 세계에서 처음 일어났다는 주장도 분명한 가짜 뉴스다. 1937년 힌덴부르크호의 폭발과 2012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도 수소 때문이었다. 오하이오주의 머스킹검에서는 수소를 운반하던 튜브트레일러에서 새어나온 수소가 폭발해 발전소가 초토화된 일도 있었다. 작은 소듐(나트륨) 조각이 물에 떨어져서 발생한 수소가 폭발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소는 고압이 아니더라도 끔찍한 화학적 연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한 과학적 진실이다.
   
   강릉 수소 폭발은 수소의 안전성을 과장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였다. 수소의 위험성은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수소가 LNG·LPG·휘발유보다 더 안전하다는 산업안전공단의 자료는 위험할 정도로 섣부른 것이다.
   
   자연발화 온도, 연료 독성, 불꽃 온도, 연소 속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소는 공기 중에서 폭발 가능 범위가 대단히 넓고, 최소 착화 에너지가 매우 낮고, 폭발의 강도를 나타내는 폭연지수가 LNG보다 10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정유·비료·화학·식품 등의 산업현장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활용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안전관리 기술을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철(鐵)보다 강한 탄소섬유로 충분히 튼튼한 저장탱크도 만들 수 있고, 수소의 누출을 막아주는 다양한 안전장치도 개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심각한 폭발 사고가 흔치 않았던 것은 산업현장에서 숙련된 작업자들이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턱없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수소를 직접 취급할 경우 수소의 위험성은 크게 높아진다. 더욱이 아무리 잘 만든 수소 자동차도 세월이 흐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충전소의 안전관리도 언제나 완벽하게 이뤄질 수는 없다. 더욱 효율적인 안전장치와 더욱 엄격한 안전수칙이 필요하다. 수소경제는 아직도 더 많은 노력과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미래 기술이라는 뜻이다.
   
   수소경제의 경제성에 대한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의 원조국인 독일의 슈피겔지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은 아직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다.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水電解)에 사용되는 태양광 전기에 엄청난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건 너무나 역설적이다. 수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통하는 천연가스의 개질(改質)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화학비료 생산에 필요한 부생수소를 무작정 자동차 연료와 전기 생산에 써버릴 수도 없다.
   
   수소경제의 거품도 불필요한 낭비다. 30억원짜리 수소 충전소를 소비자의 접근조차 쉽지 않은 국회 앞에 세우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전시 행정이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키운 시장도 믿을 것이 못 된다. 아직은 미래 기술인 수소경제가 이념적인 탈원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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