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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61호] 2019.06.10

넷플릭스 vs 애플의 5G 전쟁

▲ 지난 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2019 애플개발자회의(WWDC)의 첫날, 팀 쿡 애플 CEO가 애플TV+에 공개할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의 트레일러를 소개하고 있다. photo AP·뉴시스
지난 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매키너리 컨벤션센터. ‘2019 애플개발자회의(WWDC)’ 첫날, 무대 위 스크린에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의 짧은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스타트렉’과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만든 유명 크리에이터 로널드 D. 무어가 참여한 이 드라마는 냉전시대 벌어졌던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척 전쟁이 지금까지 계속됐을 경우를 상상해 만든 작품으로 애플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다. 짧은 영상이 끝나고 박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팀 쿡 애플 CEO가 무대에 서서 청중들을 향해 자랑하듯 말했다. “난 이 시리즈 전체를 이미 다 봤습니다. 이 작품,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애플과 드라마라는 전례 없는 조합은 애플이 곧 ‘애플TV+’를 시작할 거라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분야에 애플이 진출할 것이고 무기도 어느 정도 준비했다는 걸 모두가 인지하는 자리가 됐다. 사실 애플의 OTT 시장 진출설은 소니픽처스 임원 2명이 애플에 합류했던 2017년부터 무성했다. 다만 애플은 매번 그랬던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WWDC보다 앞선 지난 3월 26일,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잡스극장’에서 열렸던 미디어 행사는 이런 소문을 현실로 확인시켜줬다. 이날 행사에는 애플이 초대한 거물들이 무대에 섰다.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등이 팀 쿡 CEO와 함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스타라는 점, 그리고 애플이 내놓을 OTT 서비스 ‘애플TV+’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참여하기로 한 점이었다. ‘우리가 나서면 이 정도 사람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든다’는 걸 애플이 과시하는 자리였다.
   
   
   애플이 선보인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
   
   지난 6월 3일 WWDC에서 애플은 더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포 올 맨카인드’ 트레일러를 공개했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즐겨찾기에 추가하거나 시청 목록에 넣고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된 애플TV+를 시연했다. 15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가격 정책 정도만 빠졌을 뿐 대강의 밑그림은 모두 WWDC에서 드러났다.
   
   OTT 시장 진출은 애플 입장에서 모험과 같다. 하드웨어 제품군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한때 애플 제품군이 너무 다양하게 구성됐을 때 스티브 잡스는 “해야 할 것을 정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버릴 것을 과감하게 버렸고 선택과 집중을 꾀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OTT 진출은 잡스의 유지를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애플이 잡스가 살아 있었을 때와는 너무 다른 환경에 처했다는 점이다. 2018년 4분기 애플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주력인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보다 낮았고 전년동기 대비 15%나 감소했다. 반면 아이폰의 부진을 서비스 부문 매출이 메웠다. 애플페이,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부문은 109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년동기 대비 29%나 증가했다.
   
   하드웨어 매출의 침체, 그리고 서비스 부문 매출의 급증은 애플의 진로에 큰 힌트가 된다. 영국 기술컨설팅 기업 워터스톤스의 샐리 에드거 파트장은 “어떤 의미에서 애플은 하드웨어 시장을 고갈시켜 버렸다. 따라서 점점 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얻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 5G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고품질 영상은 핵심 콘텐츠가 된다. 소비자가 애플의 제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것도 애플의 과제다. 애플TV+는 다른 회사 디바이스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붙잡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OTT 시장에는 넷플릭스라는 강자가 있다. 다만 시장은 아직 레드오션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OTT 시장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약 9200만가구다. 케이블TV 대신 OTT 계약으로 전환하는 코드커터(Cord Cutter·코드로 연결된 케이블TV를 해지하고 OTT로 전환하는 사람들)의 경우 아직 33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코드커터의 비율은 더 적다. 사업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잡스극장에서 열린 애플 서비스 공개 행사에서 팀 쿡 애플 CEO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포옹하고 있다. photo AP·뉴시스

   애플TV+가 고전할 몇 가지 이유
   
   ‘애플이 하는 거니까~’라며 신뢰를 보내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시선도 많다. 콘텐츠 확보는 현실적인 고민거리다. 애플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액수는 20억달러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얘기하고 있지만 공개한 20억달러는 넷플릭스의 2019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비 150억달러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넷플릭스는 일찍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공의 원동력으로 제시했고 이를 증명해왔다. 5년 전인 2014년 넷플릭스의 결산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이때는 사방에서 넷플릭스를 향해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말라”며 경고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효율성이 가지는 장점’을 주주들에게 호소하며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브랜드를 향상시켰고 회원을 획득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평가 기준으로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는 유명 스튜디오에서 공급받은 라이선스 콘텐츠보다 비용이 저렴했다”는 설명이었다. 가입자의 1시간 시청을 위해 들어간 비용을 평가하면 원본 콘텐츠가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결론이었다.
   
   실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시 전략은 다른 나라에서 넷플릭스가 뿌리를 내리며 회원 획득에 기여를 하는 데 큰 효과를 봤다. 넷플릭스는 한 국가에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지역화 전략을 택해왔다. 현지 콘텐츠 제작사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식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시즌1이 인기를 얻은 드라마 ‘킹덤’은 한국에 뿌리내린 오리지널 콘텐츠다. 이런 노력이 담긴 결과물들은 시간이 흐르며 축적됐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총량은 현재 애플을 비롯해 라이벌들을 훨씬 웃도는데 이 간극을 애플이 얼마만큼 빨리 줄일지는 미지수다.
   
   애플의 콘텐츠 문화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블룸버그에서 제기한 지적 중 하나가 “팀 쿡 애플 CEO가 폭력이나 선정적인 표현을 싫어한다”였다. 문제는 회사의 방침이 콘텐츠에 그대로 반영될 때다. 애플은 제작자에게 피드백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경쟁자의 입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테드(Ted) 강연에 나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넷플릭스의 문화는 정보를 공유해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장점이다. 애플은 조직을 수직적으로 운영하지만 우리는 반대다. 넷플릭스는 ‘안티 애플’ 같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조직문화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허물어야 할 장벽에 가깝다. ‘애플=귀찮은 파트너’라는 등식은 협력을 위해서도 피해야 할 과제다.
   
   애플의 도전을 받게 될 넷플릭스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4월, 넷플릭스는 2019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년동기 대비 22.2% 증가한 수익을 발표했다. 주주들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는 2019년 라이벌이 될 애플 등을 직접 언급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자 브랜드가 경쟁에 참여하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애플의 도전을 환영하는 이유는 이랬다. “OTT 같은 주문형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할 인구는 여전히 많이 남았고, 유명 라이벌들과 경쟁할수록 OTT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애플의 도전을 뿌리치고 미래에도 1등으로 남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몇 가지 약점을 갖고 있다. 우선 콘텐츠를 스스로 배포하지 못한다. 넷플릭스는 다른 기업이 만든 TV나 태블릿PC, 스마트폰에 의존해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반면 강력한 라이벌이 될 애플은 플랫폼에 자신이 있다. 10여년간 전 세계에 판매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약 14억대다. 애플의 제품에 기대어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했던 넷플릭스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14억대의 디바이스가 앞으로는 ‘애플TV+’를 우선 순위에 둔다. 애플에 넷플릭스는 수많은 응용프로그램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투자증권사인 웨드버시 시큐리티의 댄 아이브스 이사는 “애플은 자사 기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해 3년 안에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서 10여년간 모은 유료 회원은 약 1억3900만명이다.
   
   
▲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출연진. (왼쪽 두 번째부터) 김은희 작가, 배우 주지훈, 배우 류승룡, 김성훈 감독. photo 넥플릭스

   OTT 전쟁은 결국 콘텐츠와 사람 전쟁
   
   재무적 관점에서도 넷플릭스는 한계가 있다. OTT는 새롭게 일구는 시장이라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거두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2018년 말 기준 넷플릭스의 장기 채무는 104억달러다. 2020년까지 140억달러의 부채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넷플릭스를 ‘부채 발행자’라고 부른다.
   
   문제는 경쟁이 격화돼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때다. 넷플릭스의 라이벌들은 엄청난 부자들이다. 애플의 올해 2분기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254억달러다. 그중 애플TV+를 론칭하며 먼저 투자하는 돈이 20억달러고 앞으로도 더욱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OTT에 뛰어든 또 다른 라이벌 아마존 역시 2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을 끌어올 수많은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회사의 ‘신용’이 전부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는 여전히 수익성 좋은 회사로 인정받는다.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아직 넷플릭스의 위기는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되고 애플 등이 엄청난 자금을 풀며 전쟁을 벌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장에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다.
   
   콘텐츠 전쟁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자들 역시 콘텐츠에 목말라한다. 하나둘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감독, 작가, 배우 등 한정된 인적 자원을 두고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앞으로 독자적인 애플TV+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HBO와 쇼타임, CBS 등 유명 케이블방송사의 유료 채널을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구조를 애플TV+에 만들었다. 넷플릭스 저장고를 채우던 마블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을 소유한 디즈니가 OTT에 뛰어드는 것도 악재다. 계약이 끝나는 2020~2021년에 디즈니가 작품들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있다. 알렉시아 콰드라니 JP모건 애널리스트는 “OTT 전쟁은 결국 콘텐츠의 품질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쇼나 고시 비즈니스인사이더 선임기자는 “넷플릭스가 OTT 황금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면 많은 부분이 허물어질 거다”고 지적했다.
   
   하이테크 기업은 수년 동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서로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싸움을 벌여왔다. 이런 난투에 익숙한 애플은 이제 넷플릭스를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다. 네트워크와 연결만 되면 그 어디에서도 영상을 즐기는 시대에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다. 그만큼 OTT란 영역은 매력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426억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영화 매출(411억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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