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에서 열린 ‘좀비 걷기대회’. ⓒphoto 뉴시스
지난해 10월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에서 열린 ‘좀비 걷기대회’. ⓒphoto 뉴시스

올해는 좀비영화의 효시로 불리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개봉된 지 51주년이 되는 해다. 한동안 좀비영화가 잠잠한가 싶더니 서양에서 다시 붐이다. 지난 6월 2일부터 미국 케이블TV(AMC)에서는 ‘피어 더 워킹 데드(Fear the Walking Dead)’가 방영 중이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살아나는 좀비…, 이렇게 섬뜩한 좀비영화나 드라마는 왜 만들어질까. 또 죽은 시체를 다시 살리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시체 되살리려는 시도 200년 넘게 이어져

좀비의 실제 가능성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거리다. 조금 전만 해도 분명히 죽은 시체였으나 어기적어기적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걸어와 산 사람을 뜯어먹는 좀비. 좀비의 유일한 목적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좀비를 일종의 바이러스 감염의 결과로 설정하는 영화들이 많다. 2016년 7월에 개봉한 ‘부산행’도 그중 하나다.

좀비는 보통의 귀신과는 좀 다른 ‘영혼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서 부모형제도 못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을 물어뜯어 먹으려고 한다. 비판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꼬집어 우리가 ‘좀비’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속에 다양한 좀비가 등장하는 것은 급속도로 퍼지는 정체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사스·조류인플루엔자 등 신종 전염병이 많이 등장하면서 인류가 대비를 못 하고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이 좀비영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체가 좀비로 변할 수 있다’는 영화 속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의 설명은 간단하다. 인류는 시체에 대해 두려움과 경외감이라는 이중적 감정을 갖도록 진화됐기 때문이라는 것. 시체를 그대로 두면 기생충이 들끓고 전염병이 돌아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이런 시체를 두렵게 생각해 사는 곳으로부터 먼 곳에 파묻는 장례의식을 진화시켜 인류는 생존 능력을 높였다. 그러나 조금 전만 해도 살아 있던 자신의 부모·가족·친척에 대한 애정을 바로 끊고 시체를 내다버릴 수는 없었다. 시체에 대해 갖게 되는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시체에서 빠져나온 혼령이라는 존재를 낳았다. 좀비 또한 시체에 대한 이런 복합적인 감정에서 나온 ‘진화적 부산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바이러스가 좀비를 만드는 일이 실제 가능할까. 또 죽은 시체가 다시 일어난다는 설정에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좀비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과학자는 드물다. 한번 죽은 시체가 되살아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좀비 바이러스 또한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물체에만 기생하기 때문에 이미 죽은 시체인 좀비에서는 서식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 지금까지 그렇게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가 없었다는 것도 이유다.

좀비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물면 몇 분 안에 좀비가 된다. 이처럼 자기복제를 빨리 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현재 없다. 또 단시간 내에 신체 기능을 완전히 장악할 바이러스도 없다. 일단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신체조직을 장악하고 자기복제를 하기 시작하고, 다시 몸 밖으로 나와 다음 사람에게 옮겨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최소 2~3일이 걸리는데, 2~3일이라는 잠복기는 보건 당국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반면 일부 과학자들은 신경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뇌를 파괴하고 좀비처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은 상상해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힌다.

그동안 세계의 과학자들은 죽은 시체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지오바니 알디니의 전기충격요법이다. 1803년 영국 런던에서 교수형을 당한 사형수의 시체를 살리려고 한 실험은 유명하다. 그가 대중들 앞에서 사형수의 시체에 전극을 대자 각 부분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비록 시신이 살아나지는 못했지만 이후 시체를 되살리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뇌사 환자 되살리는 연구도 진행 중

실제로 뇌수술이나 약물을 이용해 인간을 영혼이 없는 좀비처럼 만든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1940년대 후반, 포르투갈의 신경외과 의사인 안토니우 모니스는 2만명의 환자에게 ‘뇌 전두엽 절제수술’을 해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 수술은 눈 밑으로 칼을 넣어 뇌의 전두엽 일부를 파괴하는 것인데,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수술받은 환자들의 병세는 나아졌지만 자발성·창의성이 약화되고 인격까지 변하는 등 부작용이 너무 커 1960년대 이후 금지됐다. 고등한 정신활동을 맡은 뇌의 전두엽이 망가지면 자아가 상실되며 좀비 같은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연구는 미국 예일대학 연구팀이 죽은 돼지의 일부 뇌세포를 되살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32마리의 돼지에서 뇌만 따로 떼어낸 다음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장치를 연결해 뇌에 인공혈액을 주입했는데, 몇 시간 후 일부 뇌세포의 기능이 회복돼 포도당을 사용하고 세포호흡도 하면서 36시간 동안 살았다. 하지만 신경세포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과학계는 뇌세포의 경우 죽는 속도가 빨라 되살려내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뇌세포에도 어느 정도 회복 능력이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예일대학 연구팀의 실험은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시체를 살리는 연구와 상통한다. 만약 똑같은 방법으로 죽은 사람의 뇌세포를 살려낸다면 사람의 기억이 영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일대학의 과학자들은 죽은 사람의 몸에서 뇌를 분리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실험이 성공할 경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점에서 당연히 윤리적 문제가 뒤따른다. 죽은 몸과 분리된 인간의 뇌가 되살아난다면 이 뇌를 인격체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뇌사로 판정된 환자들의 뇌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의료 벤처회사인 ‘바이오쿼크’의 과학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2017년 말부터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 20명의 뇌를 예전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데, 오는 7월 말까지 실험한 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세계의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해보자.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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