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S10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폴드를 소개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사장). ⓒphoto 삼성전자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S10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폴드를 소개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사장). ⓒphoto 삼성전자

‘폴더블폰(foldable phone) 원년’이 될 줄 알았던 2019년 상반기가 결국 폴더블폰 없이 마무리될까. 지난 6월 14일(현지시각) 외신은 일제히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의 출시가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6월 출시 예정이었던 메이트X는 9월 이후로 출시 예정일이 미뤄졌다. 폴더블폰 출시를 자신해오던 화웨이가 갑작스럽게 출시 일정을 연기한 배경엔 삼성전자가 있었다. 화웨이 대변인은 외신에 “(성능의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에) 더 신중해졌다”며 “우리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제품은 출시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폴드가 출시 직전 많은 리뷰어들의 비판을 받은 뒤 출시를 연기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갤럭시폴드는 지난 4월 26일 미국 시장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문지 기자들이 미리 제품을 써보는 과정에서 결함 논란이 일었다. 결국 출시를 사흘 앞둔 4월 23일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기 직전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수주 안에 새로운 출시일을 알리겠다고 밝혔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지난 5월 31일 ‘제29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갤럭시폴드 출시 일정을 몇 주 안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일정은 나온 바 없다. 사실상의 무기한 연기다.

출시 무기한 연기로 부담 커져

글로벌 출시 연기로 폴더블폰 시장 선점을 타진하던 삼성전자는 여러모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폴더블폰 성능에 대한 검증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업계의 우려에도 “문제없다”며 출시를 서둘렀던 삼성이었다. 사상 최초로 글로벌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스스로 제품에 결함이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당장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로 인해 삼성전자가 떠안게 된 리스크는 단지 제품 성능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은 “갤럭시폴드가 갤럭시노트7의 유령을 불러내고 있다”며 2016년 ‘갤럭시노트7’ 사태와 오버랩시키기도 했다. 갤럭시노트7은 2016년 8월 사전예약 40만대를 기록하며 초기 물량 부족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해 두 달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무리하게 결함 원인 파악과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 결국 단종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소식에 관련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선주문 취소도 이어졌다. 출시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미국 현지 업체들의 주문 취소가 잇달았다. 미국 2위 통신사인 AT&T는 갤럭시폴드의 출시가 계속 미뤄지자 결국 4월 13일(현지시각) 예약 판매를 아예 취소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도 5월 23일(현지시각) 예약 판매를 취소했다.

폴더블폰 시장 선점으로 인한 효과는 사라지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출시 연기에 지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일각에선 출시 연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가 철저한 성능 검증에 앞서 시장 선점에만 급급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빠르게 추격하자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를 입증하려 조급증을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이후 품질 논란이 발생했다면 더욱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결함을 빠르게 인정한 뒤 대응에 나선 삼성전자의 대처력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미국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사전 주문한 고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라면서도 이번 출시 연기는 “취약한 제품을 출하하는 것은 삼성의 명성뿐만 아니라 폴더블 산업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기에 올바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7월 말 목표로 시험폰 시험 중”

이제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잠정적 결정이었지만, 출시 시기가 늦어질수록 삼성전자가 감수해야 할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일단 삼성전자는 신중한 분위기다. 사상 유례없는 ‘출시 연기’ 카드를 꺼내든 이상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위기감도 조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기자 리뷰에서 제기된 스크린 결함은 화면 깨짐, 꺼짐 및 깜빡임, 부풀어오름, 기기가 접히는 힌지(hinge) 부분에 이물질 끼임 등의 현상이었다.

현재 갤럭시폴드는 품질 개선에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기 결함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폴더블폰에 사용된 체인저블 윈도란 특수필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보호필름처럼 생긴 것으로 단말기 부착 시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이 필름이 문제가 되자 아예 기기 안쪽으로 탑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가 접히는 힌지 부분에 먼지가 끼는 결함도 보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힌지는 화면이 접힐 때 압력이 골고루 퍼지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회수한 제품을 검사해 보니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며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갤럭시폴드의 재출시일에 대해 삼성전자의 공식 언급이 늦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7월 말 갤럭시폴드 출시가 유력시되고 있다. 다가오는 8월 신제품 갤럭시노트10 공개에 앞서 갤럭시폴드 출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매체는 “삼성전자가 7월 말을 목표로 현재 시험폰을 공급받아 이동통신망과 연동 시험 중”이라는 통신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갤럭시폴드 출시가 임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망 연동 시험은 출시 예정인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로서, 이를 두고 출시 임박을 단정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계열 사장단을 잇따라 소집한 자리에서 갤럭시폴드 출시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자리는 미래 대비 부문별 경영전략, 투자현황 등을 직접 챙기는 자리였는데, 최근 가장 큰 이슈였던 갤럭시폴드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해결책과 향후 출시 일정 등까지 대략적인 그림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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