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은 인류가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69년 7월 20일,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에서 내려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50년 가까이 봉인해온 월석과 토양 표본 일부를 미국 내 9개 팀에 연구용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5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월석이 실험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세계 천문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존슨우주센터 보관 표본 연구용으로 제공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은 1972년의 아폴로 17호까지 모두 여섯 번의 유인탐사가 이뤄졌다. 이 중 다섯 번은 달 착륙에 성공했고, 실패한 것은 아폴로 13호 한 번뿐이다. 이를 통해 2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궤도를 돌았다. 달의 표면을 밟고 돌아온 우주비행사는 모두 12명. 사람이 직접 달에 발을 디딘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여섯 번에 걸친 달 착륙 때마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귀중한 월석과 토양 표본을 가져왔다. 이것을 모두 합치면 382㎏이다. 지구에 저절로 떨어지는 유성을 제외하고 외계물질이 반입된 것은 처음이었다. 첫 유인탐사였던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표본 양(22㎏)은 적었다. 우주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달 체류시간이 약 21시간으로 짧았기 때문이다. 이후 체류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아폴로 15~17호 우주인들은 로버를 타고 다니며 많은 표본을 수집해 왔다.

‘아폴로 계획’이 끝나자 당시 닉슨 대통령은 달 착륙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아폴로 11호와 17호가 가져온 월석 중 일부를 선의의 표시로 세계 135개국에 기증했다. 쌀알 크기에서부터 구슬 크기의 월석을 그 나라 소형 국기와 함께 기념패에 담아 전달했다. 이 월석 대부분은 각국의 주요 박물관이나 과학단체, 대통령 기록관 등에 전시되어 있지만 관리 소홀로 분실되었거나 도난당한 것들도 많다. 자의적 처분으로 암시장으로 흘러가는 등 수난을 겪은 것도 적지 않다. 죽거나 축출된 아프리카 독재자에게 월석이 전달된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증하지 않은 표본은 어떻게 되었을까. NASA 관계자에 따르면 소진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월석과 토양이 미국 존슨우주센터의 대형금고 안에 원형 그대로 보관돼 있다. 44억년 전 사장암부터 35억년 전의 현무암까지 아폴로 15~17호의 우주인들이 수집한 표본 그대로다. 일부 표본은 달에서 채취한 뒤 곧바로 진공상태로 밀봉해 지구의 대기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 중이고, 또 일부는 냉동하거나 변형을 방지하는 헬륨가스를 채워 보관하고 있다.

달 샘플 연구실에 설치된 대형금고는 2개. 하나는 달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표본을 보관 중이고, 또 하나의 금고에서는 연구용으로 대여됐던 표본을 보관한다. 연구실은 오염방지를 위해 클린룸 환경으로 관리되고 있다. 달에서 가져온 전체 ‘월석·토양’ 표본 중 약 70%가 존슨우주센터에 보관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약 15%가 과학적 연구를 하는 데 쓰였다.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시설에도 15%의 월석과 토양이 보관되어 있다.

월석은 달의 형성 비밀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아폴로 15호에 탑승했던 제임스 어윈이 가져온 돌은 지구와 달이 형성되던 때의 돌로 추정돼 ‘창세기의 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달을 밟은 12명의 아폴로 우주인 중 유일한 지질학자였던 해리슨 슈미트가 아폴로 17호의 승무원으로 참여해 가져온 표본은 가장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존슨우주센터 달 표본 연구실의 연구자들은 50년 가까이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특수 용기에서 월석과 토양이 훼손되지 않도록 꺼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실물 크기의 모의장비들을 통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존슨우주센터에 보관 중인 월석(왼쪽)과 센터 연구원이 월석을 분석하는 장면. ⓒphoto 뉴시스
미국 존슨우주센터에 보관 중인 월석(왼쪽)과 센터 연구원이 월석을 분석하는 장면. ⓒphoto 뉴시스

달에 있는 진정한 청정에너지

그런데 NASA는 왜 50년 동안 과학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월석을 연구용으로 내놓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24년에 있을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NASA는 2024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월석과 달 토양 표본을 통해 알아낸 것들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월석과 토양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분석해 그 자료를 토대로 달과 지구, 그리고 태양계 초기 역사에 대한 많은 비밀을 밝혔다. 대표적인 몇 가지 성과를 살펴보면 먼저 달은 태초부터 존재한 게 아니라 진화한 행성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화성만 한 천체(운석)가 지구와 충돌했고, 이때 튕겨 나간 지구 물질과 천체 물질이 합쳐져 달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아폴로 14호의 월석 연대를 측정해 달이 약 45억1000만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추정했다. 당시 우주비행사 3명은 달에서 42㎏이 넘는 월석을 수집해 왔는데, 이 월석에서 추출한 지르콘 조각 14개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각 조각에서 측정한 달의 나이가 약 45억1000만년으로 모두 일치했다. 이는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가 생성된 지 6000만년이 지난 시점이다. 지르콘은 우라늄(U-238) 등 소량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 있어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이용해 생성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달에는 생명체가 없다고 밝힌 점도 중요하다. 달에서 가져온 샘플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달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생명의 흔적이 없었다. 무생물이나 유기화합물조차 없었다. 오늘날에는 코웃음 칠 일이지만 아폴로 14호까지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귀환 이후 몇 주 동안이나 격리돼 지내야 했다. 달의 미생물체가 지구 전체를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월석에서 떨어진 먼지를 굴·새우·물고기 등에게 먹여 보는 실험도 이루어졌다.

한편 달에서 가져온 암석을 통해 달에는 희토류, 헬륨3 등 희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사실 과학자들이 달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에 거의 없는 희귀 자원의 확보 때문이다. 특히 헬륨3은 핵융합 반응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지만 방사능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달 표면에 널린 헬륨3은 지구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진정한 청정에너지다.

월석을 통해 알아낸 이러한 발견들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물론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폴로 시대와 비교할 때 현재의 월석 분석기술은 훨씬 정교하다. 당시 1g이 있어야 가능했던 연구가 이제는 1㎎으로도 충분하다. 과거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봉인 해제된 새로운 월석 연구를 통해 달은 물론 태양계의 또 다른 비밀이 풀릴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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