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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70호] 2019.08.12

모낭세포도 냉동 보관, 탈모 치료 신기술 열렸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모낭 냉동 보관술을 개발한 베삼 파조 박사. photo 유튜브
탈모인구 1000만명 시대. 지금까지는 약을 먹어서 탈모를 늦추거나 남은 머리카락을 뽑아서 빠진 곳에 옮겨 심는 모발 이식이 그나마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최근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 환자들에게 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정자, 난자, 태반, 줄기세포를 냉동 보관하듯이, 머리카락을 생산하는 모낭(두피의 털주머니)을 냉동 보관했다가 탈모가 생겼을 때 이식하는 기술이 영국에서 승인돼 새로운 탈모 치료길이 열린 것이다.
   
   
   영하 180도로 냉동 보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점점 준다. 사람을 포함해 털을 가진 포유류에게서는 노화작용의 하나로 털이 빠진다. 요즘엔 20~30대의 젊은 사람들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탈모가 생겨 마음고생이 심하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만들어질 때는 세포 내에서 ‘윈트(Wnt)’라고 하는 ‘신호전달 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처럼, 세포 내의 여러 단백질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다양한 신체의 생리현상을 조절한다. 하지만 발모와 탈모에 관여하는 신호 메커니즘은 꽤나 복잡해서 아직까지도 그 원리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16년 일본의 도쿄의과·치과대학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칼이 가늘어지는 원인이 두피의 ‘17형 콜라겐’ 단백질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모포 줄기세포’가 털을 만드는 세포를 생산하는 대신 표피세포로 변해 쪼그라들면서 점점 머리카락이 가늘어져 결국 탈모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17형 콜라겐’ 치료약만 찾아내면 탈모증 치료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졌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획기적인 발모제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발모제(또는 탈모억제제)는 이미 여럿 나와 있고 이 가운데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받은 것도 있다. 다만 작용이 발모제라기보다는 탈모억제제에 더 가깝기 때문에 이미 선을 넘어선 사람들로서는 별 소용이 없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제대로 된 발모제만 만들면 돈방석에 앉는 건 물론 노벨상도 탈 것’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들을 할까. 가끔 어떤 물질이 발모 효과가 있다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화제가 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영국의 HTA (Human Tissue Authority)가 탈모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모낭을 냉동 보관하는 것을 승인하고, 맨체스터에 있는 바이오테크놀러지 스타트업 기업이 이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업의 의료디렉터는 모발 분야의 석학 베삼 파조(Bessam Farjo)이다. 그는 세계모발이식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파조 박사에 따르면, 곧 개별적으로 선발한 건강한 젊은 사람들로부터 모낭 100개씩을 채취한 다음 이를 0도의 보관 시설을 이용해 저온 보존한다. 이후 영하 180도로 냉각시켜 모낭 주인이 두피에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냉동 보존한다. 처음에 0도로 저온 보존하는 것은 모낭을 이식할 때 생착 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를 ‘모낭세포 온도 유지법’이라고도 한다.
   
   모발 이식을 위해 채취된 모낭세포의 보존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모낭을 0도로 저온 보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열역학적 법칙에 의해, 모낭세포에서 나오는 열이 용기에 바로 전달되어 일정한 온도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발이식을 할 때 전문가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이식 전의 과정부터 최적의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치료의 핵심은 모낭 주인이 탈모를 겪을 때 가늘어진 머리카락을 건강한 모발로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모낭을 이식했을 때 더 많은 머리카락이 나와 머리숱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다. 즉 모낭 이식을 통한 모발 복제인 셈이다. 영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기술은, 마치 탈모 보험에 가입해놓은 것처럼 훗날 탈모가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는 게 파조 박사의 설명이다.
   
   머리가 빠지는 탈모 현상은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탈모의 진행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우성 유전형이므로 부계나 모계 어느 쪽이든 유전이 가능하다. 탈모 가족력이 있을 때는 심한 대머리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므로, 탈모 시 건강한 머리카락이 나오도록 하려면 자신의 모낭을 냉동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파조 박사는 말한다.
   
   
   이식 비용 360만원
   
   모낭의 냉동 보존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영국인 18세 이상이다. 정자와 난자처럼, 젊었을 때 건강한 모낭을 보존해두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모낭 이식 비용은 2000파운드(약 360만원), 모낭 이식 전까지의 연간 냉동 보관료는 100파운드(약 14만5000원) 정도다.
   
   탈모는 많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다. 풍성하고 윤기 나는 모발은 외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나이라고 해도 모발의 양에 따라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탈모가 되면 인간관계에 소극적이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탈모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은 증상이 시작된 지 평균 7.3년이 지난 때라고 한다. 그동안 탈모인은 남몰래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은 샴푸를 쓰고, 미용실에서 두피 자극 마사지를 받고, 아침에 우유 대신 검은콩 두유를 마시고…. 이렇게 ‘자가 치료’를 시도하는 횟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4.2회다. 미국(3.4회), 일본(3.1회), 스페인(2.6회), 독일(2.3회), 프랑스(2.1회)에 비해 훨씬 잦다.
   
   탈모가 진행되는 초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끄럽다는 이유로 감추려고 한다. 세간에 난무하는 온갖 속설도 탈모 치료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다. 탈모증은 남성형, 원형, 여성형 등 유형과 단계가 다양해 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하지만 탈모증에 여러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탈모의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전문의를 찾아서 증상과 원인을 확인해 치료를 시작하고, 일상 속 사소한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피와 모발에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항상 청결하게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탈모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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