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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71호] 2019.08.19

소프트웨어로 병 고치는 디지털 치료제 시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디지털 치료제로서는 국내 첫 임상시험에 들어간 ‘뉴냅비전’.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시야 장애를 치료한다. photo nunaps.com
뇌졸중 등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 장애를 디지털 기술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 ‘뉴냅비전(Nunap Vision)’의 확증임상시험을 최종 승인했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 승인을 받고 임상을 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냅비전의 임상시험에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참여해 치료 효과를 입증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시야 장애 치료제 뉴냅비전
   
   국내에서 뇌졸중 후 시야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는 매년 약 2만명. 보통 뇌졸중 등으로 뇌가 손상된 환자의 경우 20% 정도는 시야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이나 시신경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각 정보를 인식하는 시각중추가 손상돼 시야가 절반 수준으로 좁아지면서 사물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분면 중 한 곳이 찌그러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치료제가 없어 대부분 속앓이를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벤처 뉴냅스의 연구진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프로그램 ‘뉴냅비전’을 개발했다. 뉴냅비전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제다. 시야 장애가 있더라도 특정한 시각 자극이 뇌의 무의식 영역에 전달되도록 하는 원리로, 반복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지각능력이 향상된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VR용 헤드마운트 장치를 착용한 후 턱을 고정된 받침대에 붙이고 40㎝ 정도 떨어진 화면을 보면서 뇌를 자극한다. 이렇게 반복적 자극 훈련을 통해 시각 경로의 뇌 연결성을 변화시킨다.
   
   뉴냅비전은 8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되었고, 모바일 기기로도 구현했다. 시야 장애의 정도와 상태는 환자마다 다른데 뉴냅비전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상태에 맞게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게 장점이다. 즉 최적의 맞춤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치료제는 1세대 치료제인 합성화합물, 2세대 치료제인 바이오의약품(항체·단백질·세포)에 이은 제3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약제’ 형태의 1세대 치료제에서 단백질을 투약하는 2세대 치료로의 전환이 의약품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과 의료를 접목한 ‘제3의 물결’이 일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치료제는 앱·게임·VR·챗봇·AI(인공지능) 등의 형태를 가진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바탕을 둔다. 의료 분야에 VR을 적용하는 이유는, 보다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질병이나 장애의 원인을 살펴보고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의 인지구조에서 절대적인 시각과 뇌의 연계가 쉽다는 점 등이 의료 분야에서 VR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게임 요소를 가미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디지털 치료제는 체계화된 임상시험과 논문을 통해 치료 효과를 입증받아야 한다. 이후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임상적 효능도 검증받아야 한다. 혈당관리 앱 등 단순히 환자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관리해주는 디지털 서비스 프로그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행동을 개선시키거나 변화를 지원하는 이런 서비스들은 치료제가 아니라서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환자에게 제공된다. 환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알약이나 가루약, 주사제의 형태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된 치료용 소프트웨어로 치료를 받는다. 치료 비용은 저렴한 반면 치료 효과는 기존 치료제와 같거나 더 뛰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의 ADHD 치료용 비디오게임 AKL-T01. photo 아킬리 인터랙티브랩

   미국의 게임 기반 ADHD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10년 내에 의약품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을 만큼 성장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17.4억달러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8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2017년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디지털치료제협회(DTA)까지 출범시켰다.
   
   미국은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다. 이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들이 적지 않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 벤처기업 피어테라퓨틱스가 약물중독(SUD) 치료를 위해 개발한 모바일 앱 리셋(reSET)이다. 2017년 9월 FDA는 reSET의 대마·알코올·코카인 중독 치료 효과를 인정하면서 ‘디지털 약’의 지위를 부여했다.
   
   피어테라퓨틱스는 무작위로 reSET의 임상시험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외래 상담 치료와 reSET 앱을 병행했을 때 치료 효과가 22.7%나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reSET 앱을 처방하면 환자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약물 사용 여부, 갈망, 유발인자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력하고 인지행동 치료에 기반한 온라인 서비스를 받는다.
   
   게임을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도 있다. 아킬리 인터랙티브 랩(Akili Interactive Lab)은 2017년 12월 소아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용 비디오게임 AKL-T01에 대한 긍정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ADHD 환자가 외계인을 조종하는 게임을 하면 특정 신경회로에 자극이 가해져 ‘주의력 지수(API)’가 상승하는 치료 효과를 봤다.
   
   의약품 기반의 디지털 신약은 이미 2017년 11월 정식으로 FDA 승인을 받아 판매에 돌입했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벤처기업 프로테우스디지털헬스가 공동 개발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가 그것.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치료제로, 겉모습만 보면 일반 알약과 같지만 알약 내부에 소화 가능한 센서(칩셋)가 내장되어 환자가 약물을 섭취했는지 여부를 디지털 방식으로 추적할 수 있다.
   
   환자가 약을 먹으면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제작된 알약 속의 칩셋이 위산에 반응해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낸 뒤 약 성분과 함께 소화된다. 약 자체의 효능은 기존 의약품과 엇비슷하지만 치료 효과는 월등하다.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거나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신질환자의 복약 여부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치료 효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그동안 약물로 치료할 수 없던 질환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만약 국내의 ‘뉴냅비전’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된다면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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