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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75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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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삼성 vs 애플, ‘혁신’ 전쟁은 이제부터

▲ (좌) 지난 9월 11일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11 공개행사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 지난 2월 20일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폴드 언팩행사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photo 연합
세상에 아이폰이란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애플이란 기업에는 항상 ‘혁신’이란 단어가 따라붙었다. 애플은 혁신기업답게 스마트폰, 태블릿PC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경쟁자들이 아이폰의 혁신을 쫓아가기 바빴다. 아이폰6 시리즈가 나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다음날 언론에는 “더 이상 혁신은 없었다”는 기사로 도배가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시간이 지나 판매량을 집계해보면 애플은 이런 기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판매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 11일 애플은 아이폰11을 세상에 내놨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악평이 쏟아졌다. 국내 언론만이 아니라 애플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다음날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새 아이폰은 누구도 놀라게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포브스는 “애플은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고 매년 같은 기술을 업데이트하며 소비자를 가둬놓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폰11의 새로운 특징은 낮은 가격”이라며 “애플이 비싼 가격만큼 새롭지 않은 기능 탓에 아이폰 교체를 미루던 이용자들을 낮아진 가격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누구도 놀라게 하지 못한’ 아이폰11
   
   실제로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11은 ‘카메라’ 외에 다른 뾰족한 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도 아이폰11의 카메라마저 경쟁사에서 내놓은 기능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 카메라의 색감을 경쟁사 제품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색감은 개개인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카메라 이외에 별다른 혁신이 반영되지 않은 아이폰11은 이번에도 언론의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판매고를 기록할 수 있을까.
   
   일단 국내외 증권사들의 반응은 비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아이폰 신모델 출하량이 지난해 하반기 6000만대에서 올해 하반기 5300만대로, 연간 출하량도 2억500만대에서 1억740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11 시리즈의 판매 기대량을 전작인 아이폰X 시리즈에 비해 500만대쯤 감소한 4000만대 중반으로 추산했다. 아이폰에 부품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좋지 못한 소식이다. 실제 아이폰11 시리즈 관련 부품 주문은 전작 대비 10%쯤 감소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파악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아이폰11이 얼마의 판매고를 올릴지에 주목한다. ‘혁신기업’이란 이미지가 점점 삼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애플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아이폰11 판매량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시리즈와 갤럭시폴드 시리즈를 출시함으로써 혁신기업의 이미지를 가져왔다는 시선이 많다. 두 제품을 통해 5G 시장을 선점한 데다 갤럭시폴드의 경우 애플이 태블릿이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처럼 전혀 다른 디바이스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줘서다.
   
   
   ‘완판’ 행진에 나선 갤럭시폴드
   
   이런 평가는 판매량를 통해 증명된다. 사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과포화 상태여서 과거와 같은 판매량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말이 많았다. 하지만 9월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10 시리즈는 지난 8월 23일 출시 이후 25일 만에 국내에서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단 기간의 기록으로 전작(갤럭시노트9) 대비 2배 이상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기존 최단 기록은 2017년 출시된 갤럭시S8로 37일 만에 100만대가 판매됐다.
   
   갤럭시폴드 역시 스크린 결함 논란을 딛고 ‘완판(완전판매)’ 행진에 나섰다. 지난 9월 6일 1차 물량을 내놓자마자 10여분 만에 전부 팔린 뒤 현재까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9월 18일 실시한 2차 예약판매 물량 역시 판매개시 15분 만에 매진됐다. 갤럭시폴드의 경우 한정된 물량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써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판단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 등 해외에서는 239만8000원의 출고가보다 300만원 이상 더 비싼 575만원까지 웃돈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런 디바이스 판매량만으로 혁신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애플이 삼성과는 다른 관점에서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폰11을 통해 보여준 것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수익의 다변화라는 것이다. 애플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미 시장에 깔린 아이폰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생태계 확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아이폰 가격을 올려오던 애플이 이번 아이폰11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대신 게임이나 동영상 같은 서비스를 확장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의 전략 변화에는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1년 잡스 사망 이후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팀 쿡 CEO는 제품 혁신보다는 사업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아이폰 등 애플 주력 제품의 디자인을 총괄해온 조너선 아이브 최고디자인책임자(CDO)도 사임을 발표했다.
   
   이제 애플에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는 하드웨어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봐야 한다. 애플은 기존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성을 강조해왔지만,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면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 매출은 최근 3분기 연속 하락세에 있다. 반면, 서비스 매출은 지속해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애플, 디바이스보다 서비스 매출이 중요
   
   아이폰11과 같은 날 출시한 아이패드 역시 디바이스 자체보다는 이를 통한 콘텐츠 경험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CNN은 “애플이 구독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시작한 것은 애플의 전략 전환의 신호로 볼 수 있다”라며 “애플은 점점 증대하는 서비스 매출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 사업의 매출 감소를 상쇄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디바이스 시장이 과포화된 상황에서 애플의 이 같은 변화는 최대 경쟁자인 삼성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삼성이 디바이스의 혁신이란 측면에서 애플을 앞섰을지 모르나 다음 세대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측면에서 뒤처진다면 아무리 좋은 디바이스라도 사람들의 손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의 지적도 가능하다. 디바이스 기술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긴 애플이 정면대결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디바이스의 혁신이란 측면에서 주도권을 쥔 삼성,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나선 애플. ‘혁신’ 기업이란 배지를 두고 삼성과 애플이 벌이는 경쟁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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