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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7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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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숨은 ‘과학’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duckhwan@sogang.ac.kr

▲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25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인근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이 몹시 실망스럽다.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해양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국제 공조를 촉구하는 방관자적 발언은 무의미한 것이다. 일본 국민에 대한 공감의 자세가 절실하다.
   
   과도한 ‘국민적 우려’가 합리적인 ‘과학’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과 국제사회의 전문적인 수습 노력에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진짜 원자력 전문가는 철저하게 배제시켜 놓고 어설픈 환경단체의 섣부른 주장에만 매달리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은 볼썽사나운 것이다.
   
   
   삼중수소에 대한 과장된 공포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T)는 반감기가 12.32년인 방사성 물질이다. 그냥 놓아두면 매년 6.5%가 인체에 무해한 헬륨(He)으로 붕괴된다. 문제는 삼중수소의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는 베타선(線)이다. 음전하를 가진 전자(電子)로 구성된 베타선은 사람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사선의 일종이다.
   
   다행히 삼중수소의 붕괴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은 에너지가 너무 작아서 사람의 피부를 통과하지 못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삼중수소의 방사성 붕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거나 흡입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삼중수소의 붕괴로 방출되는 베타선의 내부 피폭이 인체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대부분 물 분자(H2O)의 수소 중 하나가 삼중수소로 바뀐 부분 삼중수소수(水)인 HTO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이 섭취한 삼중수소수는 대략 7일에서 14일이면 대소변·호흡·땀으로 배출돼버린다. 당연히 베타선에 의한 내부 피폭의 피해 우려도 줄어든다. 삼중수소에 의한 만성중독 증상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 8월 서울을 방문한 그린피스 관계자의 발언은 일본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불신을 근거로 한 일종의 선동이었다. 그린피스 관계자가 전해준 일본 당국자들의 파편적인 발언만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특히 일본이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면 1년 만에 동해로 유입된다는 주장은 위험을 증폭시키는 전형적인 선동이다.
   
   물론 방류한 오염수의 일부가 동해로 흘러올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방류한 오염수가 모두 동해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사성 오염물질은 방류한 순간부터 흩어지고 묽어진다. 오염물질의 확산과 희석에 대한 정량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주장은 괜한 혼란만 증폭시킬 뿐이다.
   
   
   자연에도 삼중수소가 존재한다
   
   후쿠시마에 쌓아둔 115만t의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3g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인정하는 추정치다. 그런데 대기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대략 3.5㎏이나 된다.
   
   지구의 대기에서는 우주에서 들어오는 고에너지의 우주선(宇宙線)에 의해 매년 200g이 넘는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매년 동해 바다에 내리는 비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양도 5g이나 된다고 한다.
   
   핵폭탄의 대기 중 실험으로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킨 적도 있었다. 핵폭탄이 처음 개발된 1945년부터 핵실험 금지조약이 체결된 1963년까지 18년 동안 인류가 핵실험으로 배출한 삼중수소의 양이 무려 650㎏이나 된다. 그중 약 20㎏은 아직도 삼중수소수의 상태로 바닷물에 녹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원자로와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도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IAEA는 삼중수소의 방출량을 철저하게 모니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1g 정도의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다. 삼중수소를 일부러 가까이 할 필요는 없지만, 삼중수소가 전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오염수 확산·희석이 현실적 대안
   
   삼중수소수가 포함된 오염수의 처리는 만만치 않다. 물속에 녹아 있는 적은 양의 삼중수소수를 걸러내는 효과적인 물리적·화학적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상식적인 해결책은 튼튼한 저장시설에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다. 37년을 기다리면 삼중수소가 현재의 13%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액체 상태의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는 일이 쉽지 않다. 탱크의 부식(腐蝕)이나 사고에 의한 파손 가능성도 걱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장시설의 엄청난 규모도 문제가 되고, 관리 비용도 상당하다.
   
   오염수를 확산·희석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10배를 묽게 하면 오염은 10%로 줄어든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도 충분히 퍼트리고, 묽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독성물질이 배출되는 사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도쿄전력이 고려하고 있다는 ‘해양 방류’와 ‘수증기 배출’도 그런 시도다. 해양 방류는 바닷물을 이용하고, 수증기 배출은 공기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여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이웃 국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첨예해진 상황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해 가능성만을 강조하는 선동적인 주장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오염물질의 정확한 양(量)을 구체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가 만들었다는 ‘일본 방사능 오염지도’는 몹시 부끄러운 것이다. 여당의 특위라면 일본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의 자료를 사용한 이유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들과 국민의 생명·안전도 중요하지만, 재앙적인 사고가 일어난 지역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일본 국민의 입장도 고려했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밉다고 일본 국민들까지 괴롭혀서는 안 된다.
   
   오염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염의 측정 방법과 위치에 따라 오염의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오염 자료는 의미가 없다. 공신력을 가진 기관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으로 확인한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다. 도쿄전력이 IAEA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IAEA의 전문가들이 면밀한 검토를 거쳐 공인해서 공개한 자료를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방사성 오염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어설픈 ‘전문가’들이 함부로 목소리를 높일 문제가 절대 아니다. 원자력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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