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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81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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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재개장한 뉴욕 ‘글래스애플’에서 본 것

▲ 애플의 상징이자 얼굴인 뉴욕 5번가 매장 전경.
지난 10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하나를 날렸다. “팀에게: (구형) 버튼식 아이폰이, 밀어내기식 (신형) 아이폰보다 ‘훨씬’ 낫다.(To Tim: The Button on the IPhone was FAR better than the Swipe!)”
   
   이 트윗이 뜨자마자 인터넷은 ‘트럼프=멍청이’란 식의 글로 도배됐다.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니 정면 거부하는 ‘꼰대 대통령’쯤으로 비난받았다.
   
   
   아이폰11에 대한 트럼프의 트윗
   
   트럼프 트윗의 진원지가 신형 ‘아이폰11’이란 사실은 트럼프를 비난하는 글들을 통해 알았다. 부끄럽지만 필자의 머릿속 아이폰은 ‘모델5’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신형 모바일기기에 매달리는 순간 IT노예가 되기 십상이라는 우려 때문에 공짜 구형 전화기에 매달 통화료 10달러짜리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 아이폰에 대한 갈증은 12인치 아이패드 프로로 해결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트윗을 대하면서 ‘벌써 아이폰이 모델 11까지 나왔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대 미국 대통령도 아이폰 신모델 평가에 나서는 판인데, 시대에 뒤처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신형 아이폰에 어떤 기능이 추가되고 얼마나 진화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뉴욕 5번가, 센트럴파크 바로 앞 애플 매장이 확인 무대다. 교통지옥에서 벗어나 있고 노상주차비도 무료인 일요일 아침, 5번가로 향했다.
   
   5번가 애플 매장은 애플의 얼굴이자 상징이다. 이미 9년 전이지만, 2010년 7월 주간조선 지면을 통해 5번가 애플 매장의 면면을 자세히 소개한 적이 있다. 아이폰이 첫선을 보인 것이 2007년이다. 필자가 애플 매장을 처음 찾았던 2010년 애플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2019년에도 애플 열기는 아직 건재하다. 시대정신으로까지 통하던 ‘얼리 버드(Early Bird)’, 즉 신모델 구입 장사진은 이제 구문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애플 신자는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5번가 매장은 그들을 위한 애플 사원(Temple), 즉 성지에 해당한다.
   
   5번가 애플 매장은 2017년 1월부터 새 단장에 들어갔다. 리모델링을 끝내고 새로 문을 연 것이 지난 9월 20일이다. 그동안 임시 매장에서 영업은 했지만, 애플의 상징 같았던 5번가 ‘글래스애플(Glass Apple·유리 사과)’은 지난 2년8개월간 천막 속에 가려져 있었다.
   
   
   글래스애플의 철학
   
   일요일 아침에다 비가 내리는 탓인지 5번가 애플 매장 주변은 한산했다. 센트럴파크를 벗어나자 글래스애플이 첫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면 변한 게 없다. 글래스애플은 뉴욕의 상징인 ‘빅애플(Big Apple)’에 빚댄 별명이다. 숨기지 않고 전부 투명하게 오픈하는 애플의 이미지를 담은 말이다. 글래스애플을 보면서 새삼 흥미롭게 느낀 것은 매장 구조다. 초대형 유리상자 하나만 지상에 덩그렇게 서 있고, 매장은 지하 1층에 들어서 있다. 주변의 수십 층짜리 초대형 건물에 포위된 움푹 꺼진 사과상자라고나 할까? 그동안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왜 매장을 지하 1층 하나에만 두고 있는지 궁금했다. 비싼 땅인 만큼, 수십층짜리 다용도 건물을 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단층을 고집한 이유가 뭘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역시 ‘단순함(Simple)’이 그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인 ‘선(禪)’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유리상자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단순한 세계관이다. 본래 아이폰 디자인 자체도 대용량 칩이나 복잡한 회로도와는 무관한 ‘단순한’ 외형을 자랑한다. 복잡한 지하 1층 매장이 지상으로 나올 경우, 오히려 카오스(Chaos·혼돈)와 번잡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뉴욕이란 카오스적 공간 속에서 코스모스(Cosmos·질서)적 이미지를 준다는 철학이 5번가 애플 매장에 투영된 셈이다.
   
   
▲ 지난 9월 2년8개월간의 리모델링 끝에 새로 개장한 뉴욕 5번가 ‘글래스애플’ 지하 1층 매장.

   매장 안 허니 로커스트 28그루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변화가 느껴진다. 지하로 내려가는 37개 나선형 계단이 은빛 철골제로 개조됐다. 비 때문에 다소 미끄럽기는 하지만, 뭔가 고급스럽고 청결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래로 내려가는 도중, 지하 1층 매장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깥의 한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아침인데도 인산인해다. 수십 개의 길쭉한 사각형 테이블 위에는 최신형 애플 신제품들이 가득하다. 언뜻 볼 때 매장의 가장 큰 변화는 나무다. 예전과 달리 매장 곳곳에 진짜 나무들이 들어서 있다. 21세기 신앙으로 등장한 이른바 ‘그린(Green)’ 패션이다. 직원들에게 어떤 품종인지 물어보니까 아이폰으로 검색하면서 ‘허니 로커스트(Honey Locust)’라 답했다. 보통 물가에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로 매장 안에 전부 28그루가 있다고 한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살펴봤지만 ‘반(反)애플’을 외치는 자연보호주의자들이 공격용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나무의 산소 청정 기능은 강하지만 천하에 쓸모없는 ‘주변파괴종자(invasive species)’로 지정된 수종이기 때문이다. 인체에 해는 없겠지만 주변에 있는 나무를 말살시키는 종자라는 설명이 인터넷에 떠 있다. 어떻게 보면 모바일 업계에서 차지하는 애플의 위상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애플에서 멀리 떨어져야만 한다. 가까이 가서 싸움을 걸었다가는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2m 물속에서 최소 30분’. 아이폰11 매대에 붙어 있는 광고다. ‘수중 500m에도 견디는 시계’라는 광고가 떠오른다. 세상에, 수중 500m까지 내려갈 사람이 지구상에서 몇 명이나 될까. 디지털의 수치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아마 내년에 아이폰12 모델이 나오면 ‘10m 물속에서 24시간, 섭씨 500도 불꽃 속에서 1시간 버틴다’는 광고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당연하지만 수치가 올라갈수록 가격도 올라갈 것이다.
   
   ‘저가 판매’는 아이폰11 출시와 더불어 등장한 애플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다. 아이폰11 기본모델의 경우 1년 전 출시된 아이폰XS에 비해 50달러 정도 싸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언뜻 보면 옳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아이폰11 기본모델은 싸졌지만 업그레이된 모델, 즉 아이폰11 Pro, 11 Pro Max로 가면 달라진다. 제일 싼 와인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지만 중간, 고급으로 가면 훨씬 더 비싼 식의 비즈니스다. 조금 싸졌다는 기본모델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중하 모델 가운데 중간으로 간다. 결국 상대적으로 더 비싸진 아이폰11 Pro가 답이다. 애플 저가 판매는 착시나 환상에 불과하다. 아무리 기술혁신을 한다 해도, 애플의 가격은 해가 갈수록 오르기 마련이다. 떨어지지 않는 가격, 그것이 애플의 유전자다. 애플 신자가 세계 곳곳에 넘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가파(GAFA) 관련 뉴스가 넘쳐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뜻하는 IT 4대 천황 관련 소식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 가팜(GAFAM)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21세기 기술혁신에서부터 인류의 미래 전부가 GAFA의 손에 달려 있는 듯하다. 10여년 전의 성장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당분간 GAFA가 전 세계 디지털 산업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에 큰 이론은 없을 것이다. 다른 IT 3사에 비해 애플은 디바이스 중심의 디지털 회사다. 올해 3분기 3개월 동안 디바이스가 아닌 서비스 수입이 총수입의 21%(115억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주로 앱을 통해 이뤄지는 서비스 수입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대세는 아이폰이다. 우주 개발, 디지털화폐, 데이터 비즈니스, 드론 이용 배달과 같은 신개념 비즈니스에 착수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는 아직 구별되는 곳이 애플이다.
   
   
   5년간 이어지고 있는 베일 속 ‘아이카’
   
   그렇다면 애플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돈은 엄청 벌고 있다고 하지만 2030년, 2050년 애플은 어떻게 진화될까.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먼저 자동차, 즉 애플 카(Car)다. 이르면 2020년 선보일 수도 있다. 2014년 2000여명의 전문인력과 함께 시작된 70억달러짜리 프로젝트 ‘타이탄(Titan)’이 열쇠다. 워낙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어서 정확한 상황이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BMW와의 기술제휴, 테슬러 매입, 일본에서 활동 중인 타이탄연구소 등등 소문 같은 뉴스가 IT업계에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디자인은커녕 인공지능이나 동력체계가 어떻게 접목될지에 대한 얘기도 아직 없다. 분명한 것은 일명 ‘아이카(i-car)’로 불리는 애플 독자 신차 개발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구체화할 경우 아이폰처럼 자동차 공장 하나 없이 전부 하청 생산시스템으로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카’ 외에도 애플의 미래로 부상하는 아이템들이 있다. 바로 3D와 증강현실(AR) 실현이다. 카메라 3대가 장착된 것이 아이폰11의 핵심이다. 트리플 카메라를 통한 화상 혁신이다. 트리플 카메라의 디자인이 인덕션(Induction)과 비슷하다는 조롱까지 받지만 이 카메라 혁신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트리플 카메라는 화상 개선을 넘어선, 애플의 차기 도약용 준비단계로도 해석된다. 새로운 앱을 선보이면서 트리플 카메라에 담은 영상이 3D 영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구글에서 시작한 AR과 결부해 신기술로 나아갈 수 있다고 IT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5G 구축과 AR기기 보급이 전제지만, 영화에서나 보던 3D 입체 영상의 송수신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트리플 카메라는 그 같은 출발에 앞선 기본 장비다. 따라서 3D 입체화를 위해서라도 아이폰의 카메라 수는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37개국 언어로 서비스하는 직원들
   
   필자가 주목한 새로운 애플 매장의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이다. 5번가 매장 한 곳에 무려 900명이 일한다고 한다.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어 37개국 언어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한다.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심지어 히잡을 쓴 여성 직원들도 곳곳에 있다. 당연하지만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벌화에 있다. 현재 미국, 유럽의 정치를 보면 반(反)글로벌이 대세다. 그러나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트럼프나 유럽 내 반글로벌의 핵심은 아날로그에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은 결코 막을 수 없다. 뉴욕 5번가 글래스애플이 아이폰 애용자를 넘어선, 글로벌 IT의 성지로 위상을 지킬 수밖에 없는 근거다. 새롭게 단장한 애플 매장이 2500년 전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처럼 비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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