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항해 중인 중국의 쇄빙선 설룡(雪龍). ‘모자이크 프로젝트’에는 한국과 중국 등 19개국이 참여한다. ⓒphoto 뉴시스
북극을 항해 중인 중국의 쇄빙선 설룡(雪龍). ‘모자이크 프로젝트’에는 한국과 중국 등 19개국이 참여한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4일 한국의 극지연구소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북극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모자이크(MOSAiC) 프로젝트’에 국내 연구진들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독일극지해양연구소(AWI) 주도로 19개 나라에서 약 900여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예산도 1억4000만유로(약 1825억원)나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이 같은 거대 프로젝트는 북극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독자적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다. 각자 관심 영역에 대한 ‘지도’를 조금씩 그린 뒤에 합쳐야 완성할 수 있다. ‘화성보다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극지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국경을 넘어선 과학자들 간의 협력 덕분이었다.

미래 기후변화 예측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다년생 해빙’에 정박한 독일 쇄빙 연구선(폴라스턴호)이 북극점을 포함해 북극해를 13개월 동안 무동력으로 표류하면서 북극의 환경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측하는 연구다. 북극의 구름과 해양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가을과 겨울에 기존 빙하 위에 새롭게 형성되는 얼음인 ‘1년 차 얼음’의 형성 과정 등도 연구한다.

다년생 해빙은 형성된 지 2년 이상 된 바다얼음으로, 여름에도 잘 녹지 않고 쇄빙선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다. 남극은 대륙인 반면 북극은 연중 얼어 있는 얼음바다다. 여름(9월)에는 해빙 면적이 400만㎢ 정도지만 겨울(3월)에는 약 1300만㎢까지 늘어난다. 해빙의 두께도 2~5m 정도로 평균 1m 정도인 남극에 비해 훨씬 두껍다.

그런데 이렇게 두꺼운 북극 해빙이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해가 뜨지 않는 겨울에는 추위와 두꺼운 해빙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현장 탐사는 주로 여름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왔다. 해빙에 부딪히면 강철로 만든 배라도 부서진다.

이번 모자이크 프로젝트에서는 사계절 연구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관측된 북극해의 사계절 정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팀에 먼저 제공된다. 극지연구소는 이 관측 자료를 현재 운영 중인 북극 해빙 예측시스템의 성능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독일은 북극 전용 쇄빙선 건조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나라다. 폴라스턴(Polarstern)호는 지난 9월 20일 노르웨이 트롬쇠에서의 출항을 시작으로 내년 10월까지 약 390일 동안 총 2500㎞를 이동하는데, 승선한 연구원들은 폴라스턴호를 기지로 삼아 반경 50㎞ 지역 안에서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현장실험을 할 수 있다. 폴라스턴호의 보급과 연구원의 교체는 러시아와 스웨덴, 중국의 쇄빙선이 담당한다.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기후변화 연구를 한 차원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국제공동연구다. 극지에 쌓인 기후자료를 복원해 과거에 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하고, 현재 기후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정량화함으로써 미래 기후의 변화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다. 북위 80도 이북의 다년생 해빙으로 덮인 해역은 북극해 생성 및 진화의 역사와 전 지구의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이해하고 싶다면 극지를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온 상승에 따른 환경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극은 지구상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그렇다면 북극 해빙이 줄어드는 것과 날씨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북극 바다에 떠 있는 해빙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기온 조절자’다. 바다의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대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빙이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한다. 이는 결국 북극 바다얼음이 녹으면 북극의 기후는 급속히 높아지게 된다는 얘기다. 북극의 얼음은 또 대기에 유입되는 수분의 양을 제한하고 있는데, 해빙이 사라지면 폭풍을 막아주는 장벽이 사라져 초대형 폭풍이 잦아지게 된다. 최근의 폭풍우와 폭설, 한파 등 지구촌의 이상기후가 그 결과물이다.

지난 30년간 여름철 해빙 75% 사라져

모자이크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 분야를 담당한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은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3·5호가 보낸 탐사자료를 분석해 독일 쇄빙선 폴라스턴호의 예상 항로에 위치한 해빙의 특성을 파악하고, 또 현장 활동이 수월한 지역들을 찾아내 현장의 폴라스턴호 연구팀에 전달한다. 한국은 인공위성에서 획득한 자료를 분석해 극지를 원격탐사하는 분야에서 앞서 있다.

남극과 달리 북극은 엄연한 ‘남의 땅’이다. 남극은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의 땅’이지만 북극은 미국·캐나다·러시아·노르웨이 등 인접한 8개 국가가 영유권을 갖고 있다. 이들 8개국은 북극이사회 회원국으로 북극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한다. 우리나라가 북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영유권 국가와 과학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자격을 얻어 북극 항로와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규모 국제공동연구에 극지연구소의 원격탐사 기술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아리랑위성이 투입되면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연구에서 과학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국내 연구진들은 지난해 여름, 남극 연구 사상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큰 800억원 규모의 ‘스웨이츠 빙하 연구’를 미국·영국 등과 함께 시작한 바 있다.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에도 책임감을 갖고 이상기후의 원인을 파헤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북극 해빙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해로 기록됐다. 1981~2010년 평균치에 비해 무려 19.8%가 줄었다. 지난 30년 사이엔 여름철 해빙의 75%가 사라졌다. 2013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구온난화로 33년간 북극 해빙의 절반 이상이 녹아 없어졌다고 보고했고, 일본 도쿄대학 연구팀은 2004년 이후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해 유럽과 아시아에 혹독한 한파를 몰고 올 확률을 높였다고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지구촌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100년에 한 번 빈도로 북극 해빙이 녹지만, 2도로 올라갈 경우 10년에 한 번 빈도로 여름철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는다. 이대로 가면 2030년대에는 빙하가 없는 북극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 그 대자연은 오늘도 말이 없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선 말 없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