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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3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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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읽기]과열 우려 AI 면접, 온라인 적성검사일 뿐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지난 9월 3일 ‘2019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aT센터에 마련된 AI 면접 온라인 체험관 부스. photo 뉴시스
AI(인공지능) 면접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자기소개서를 AI로 평가하겠다고 처음 밝힌 것이 작년 3월이었다. 그런데 올해 신입사원 선발에 AI 면접을 활용하는 기업이 무려 185개로 늘어났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도 열을 올리고 있고, 많은 수의 장교와 부사관을 선발해야 하는 육군·해군에서도 AI 면접을 서두르고 있다. 심지어 입시에서 AI를 활용하겠다는 대학도 있다. 그런데 정체도 분명치 않고 검증도 충분하지 않은 AI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이 난감하다.
   
   
   딥러닝과 빅데이터 기반의 AI 면접
   
   AI 면접관의 위력은 대단하다. 인간 면접관처럼 모든 것을 두루뭉술하게 종합해서 평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응시생의 직무역량·직군적합도·적응력·대응능력 등을 구체적·정량적·분석적으로 수치화해준다.
   
   심지어 신뢰도·도덕성·가치관과 같은 인성과 성향·성장잠재력도 평가한다. 단순히 점수와 등급만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응시생의 특성을 ‘적응력이 뛰어나고, 성장지향적·계획적·논리적·호감적이지만 처세에는 서툴다’는 식으로 확실하게 평가해준다. 포청천의 판결도 이보다 더 명쾌할 수는 없을 것이다.
   
   AI 면접관의 평가가 아무 근거 없는 허튼 말장난이라고 무시해버리기는 어렵다. 이세돌을 꺾어버린 알파고 덕분에 그 막강한 위력이 널리 알려진 딥러닝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이기 때문이다. 개발업체들이 저마다 수백 명의 전문가들과 수백 편의 학술논문을 근거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자랑한다. 심지어 5800만건의 자기소개서를 활용했다는 업체도 있다. 어쨌든 AI 면접 시스템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성과를 함부로 폄훼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AI 면접은 효율도 뛰어나다. 자기소개서 평가는 단 3초면 충분하다. 표절도 찾아내고 문맥과 논리성도 평가해준다. 응시생 수가 크게 늘어나더라도 평가의 일관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1만명의 자기소개서를 8시간이면 가뿐하게 끝낼 수 있을 정도다.
   
   인간 면접관 10명이 일주일을 매달려야 겨우 마칠 수 있는 엄청난 분량이다.
   
   
   AI 면접의 한계
   
   그렇다고 AI 면접이 만능일 수는 없다. 우선 AI 면접관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와 마이크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고작이다. 그런 장치로는 응시생의 표정이나 눈동자의 변화, 음성의 특성과 어휘에 대한 부분적인 정보만을 수집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AI 면접 시스템에서는 응시자의 얼굴이나 눈동자에 수십 개의 특정 지점들을 설정해놓고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그런데 거짓말탐지기에서 활용하는 홍조·혈류량·맥박·호흡과 같은 생리 정보는 온라인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홍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활용하려면 조명 상태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고, 응시생의 생리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별도의 장치를 제공해야만 한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응시생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범죄 수사에서 사용하는 고성능의 거짓말탐지기는 쉽게 측정하기 어려운 뇌파와 피부전기반사까지 동원하고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직접 운영한다.
   
   그런데도 거짓말탐지기의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리 정보의 분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거짓말탐지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초보적이고 어설픈 방법으로 수집한 생리 자료로 응시생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응시생의 인성·성향·성장잠재력은 그 의미부터 매우 애매한 것이다. 신뢰도·도덕성·가치관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발상은 아무도 동의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억지다. 많은 수의 심리학자를 동원하고 첨단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결국 오늘날 기업에서 활용하는 AI 면접 시스템은 사실 온라인 적성검사에 더 가까운 것일 수밖에 없다. 서면으로 실시하는 전통적인 적성검사에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다양한 인지게임과 응시생의 언어적 특성에 대한 분석 기능을 추가한 것이 현재의 AI 면접인 셈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 기술을 지나치게 과장하려는 시도는 무망한 것이다.
   
   AI를 이용한 자기소개서 평가도 표절 판별 수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에는 어쩔 수 없이 면접관의 주관적 평가가 반영되는 게 당연하다. 언론에 소개되는 전문가들의 칼럼에 대한 평가도 독자에 따라 각양각색인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지극히 주관적인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가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면접의 공정성과 객관성
   
   기업이 AI 면접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다. 첨단기술의 활용이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AI 면접은 최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채용비리의 오해를 원천적으로 해결해준다. 컴퓨터 추첨을 가장 공정한 배정 방식으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에서 AI 면접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업의 명운을 불완전한 AI 면접에 맡겨버려서는 안 된다.
   
   AI 면접이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응시생에게 외형적으로 동일한 면접의 환경을 제공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는 공정하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이고 기계적인 공정성이 반드시 응시생의 능력과 미래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질문을 받은 모든 응시생이 하나같이 밝게 웃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응시생도 있는 법이다. 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사소한 외형적 공정성 때문에 탈락하는 것은 진정한 사회 정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관리자의 주관적인 면접의 가치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능의 외형적 공정성에만 집착하는 대통령이 마구 휘저어놓은 대학 입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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