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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83호] 2019.11.18

우주로 간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밝혀낸 비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켜 국제우주정거장(ISS·사진)으로 가져가 심근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ISS는 지상에서 354㎞ 떨어져 있어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다. photo 위키피디아
21세기 첨단과학은 자연계의 베일을 하나씩 벗기며 그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멀게는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던 은하계의 비밀이 우주탐사선에 의해 밝혀지는가 하면, 가까이는 사람 몸속 세포의 비밀이 풀리고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의 유전자 발현이 그것이다.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는 인간의 심근세포도 변한다.
   
   
   지상과 우주에 놓였을 때
   
   국제학술지 ‘스템셀리포트’ 11월 7일자에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시킨 심근세포에 대한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상과 우주에서 심근세포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한 연구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근세포는 미세중력의 우주 환경에서 상태가 변하지만, 지구로 귀환하면 10일 이내에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성인의 피부세포에 유전자를 넣어 다양한 세포와 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로 되돌린 세포다. 이미 성숙하여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미성숙한 세포로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시 모든 조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분화 줄기세포’다.
   
   그렇다면 연구팀은 어떤 방법으로 우주와 지상의 심근세포를 비교했을까. 연구팀은 먼저 실험에 참가한 3명의 지원자에게서 혈액세포를 역분화시킨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hiPSC-CM)로 분화시킨 후 완전 밀폐된 세포배양접시에 넣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져갔다. 심장에서 직접 채취한 줄기세포의 경우 분리된 상황에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비행사가 접시에 들어 있는 심근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4주 반 동안 머물면서 미세중력 환경에서 심근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에서 약 354㎞ 떨어져 있다. 이 정도 높이에선 지구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에 비해 1000분의 1에서 1만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미세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실제 사람 세포를 이용해 심근세포가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전에도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무중력 환경에 노출되면 혈액이나 체액의 순환에 변화가 오고 이에 따라 심박수가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지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는 등 심장이나 간 등의 장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특히 뼈의 칼슘분이 빠져나가 인위적인 골다공증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연구는 주로 쥐를 이용한 동물의 세포를 관찰하는 게 다반사였다. 특별히 우주 공간에서 인체의 변화를 알고자 할 때는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나가기 전에 혈액을 뽑아놓고, 지구로 귀환했을 때 다시 혈액을 뽑아 면역세포 등을 비교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동물 세포와 인간 세포는 활성이나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의 생리학적 변화를 인간에 적용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또 혈액검사로 혈당이나 면역력의 변화는 알 수 있지만 인체 변화를 모두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이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우주 공간에서의 심근세포의 변화다. 그런데 그 변화는 연구팀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심근세포의 유전자 중 심장박동 패턴 같은 심장 기능과 관련된 2635개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달라진 것이다.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은 잠재된 유전자형을 표현형으로 나타나게 한다. 예를 들어 탈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어도 모두 다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탈모 유전자가 활동을 하려면 유전자 발현이 있어야 한다. 만약 탈모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모발 탈락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 특이한 것은 세포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더 많이 발현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발현된 유전자들은 우주비행사가 심근세포 배양접시를 가지고 지구로 귀환한 지 10일 이내에 다시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았다.
   
   조셉 우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장은 우주 공간에서 일어난 유전자 발현은 심장이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 맞게 세포 수준에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환경이 바뀌면 인체가 세포 수준에서 환경에 맞춰 빠르게 적응한다는 것. 인간의 세포를 이용해 미세중력 환경에서 심장의 기능이 세포 수준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35개 유전자 발현 달라져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다. 그는 2006년 생쥐의 피부 섬유아세포에 몇 가지 유전자를 도입하여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능성을 가진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성인의 피부세포에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넣어 신체 여러 부분으로 다시 분화가 가능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발견한 공로로 야마나카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를 쓰지 않아도 돼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때 필요한 핵이식 같은 까다로운 기술을 쓰지 않아도 돼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발전으로 뇌졸중이나 근위축측삭경화증(루게릭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등 아직 완전한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병을 해결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있는 세포 중 하나로, 피부세포나 신경세포 등 실제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세포로 ‘변신’할 수 있는 세포다. 자신을 복제해 똑같은 세포를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 배아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배아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통해 간, 피부, 뼈 등으로 자랄 수 있어서 배아를 일종의 예비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윤리적 제약이 많다. 배아 연구가 엄격히 제한되는 이유다. 연구를 하더라도 각 기관 자체의 생명윤리위원회(IRB)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의 심의를 겹겹이 받아야 한다.
   
   앞으로 인류는 달은 물론 화성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인류가 먼 우주로까지 나가는 유인 탐사 시대에 앞서 사람 세포가 미세중력의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은 필수다. 현재 세계 과학자들은 사람의 신경세포를 우주로 보내 건강한 사람과 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세포를 비교하는 등 우주 공간에서의 다양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도 유도만능줄기세포와 3D프린팅을 이용해 혈관조직을 갖춘 심장조직을 만들어 우주에서의 변화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하니, 그 관찰 또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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