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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5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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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읽기]이번엔 개 구충제? ‘기적의 항암제’들의 부작용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개 구충제를 먹고 암을 극복했다는 미국인 조 티펜스와 그가 복용한 개 구충제 펜벤다졸에 대한 미 언론의 보도. photo 유튜브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의 개 구충제를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갑자기 반려견의 기생충 감염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유는 엉뚱하다. 개 구충제로 말기 암을 말끔하게 극복했다는 미국인의 개인적인 경험담이 우리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지난 9월 말부터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일이다. 펜벤다졸과 마찬가지로 벤조이미다졸(‘벤지미다졸’ 아님) 계열의 사람용 구충제인 알벤다졸과 메벤다졸의 항암 효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서 높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구충제를 복용하는 말기 암 환자들이 경쟁적으로 유튜브에 올린 무용담을 일부 언론이 중계하듯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구충제의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또 등장한 기적의 항암제
   
   기적의 항암 효과를 자랑하는 치료법은 우리에게 절대 낯선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떠들썩하게 화제가 됐던 치료법만 해도 개똥쑥·차가버섯·상황버섯·아가리쿠스버섯·후코이단·그라비올라·천지산 등 그 수를 정확하게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표적·면역 항암제도 등장했고, 세포치료제도 나왔다. 모두 만능의 치료 효과를 장담했다. 암 때문에 사망하는 불행은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서 암은 1983년 이후 여전히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2018년의 사망자 중 26.5%가 암으로 사망했고, 60대에서는 그 비율이 41.7%에 이른다. 암에 의한 사망률(인구 10만명 중 사망자 수)은 154.3명이나 된다. 2위를 차지한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 62.4명의 2.47배에 이른다. 앞으로도 그런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기적의 항암제가 진짜 효과를 발휘했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어쨌든 개 구충제에 대한 암 환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기겁을 한 식약처·의사협회·약사회가 연달아 엄중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사람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지 않은 펜벤다졸을 비롯한 벤조이미다졸 계열의 구충제는 항암제로 복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구충제의 항암 효과는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구충제의 항암 효과와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본격적인 임상실험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보고된 적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한 과학적 팩트다. 세포나 쥐와 같은 동물실험에서 항암 작용의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확인했던 것이 고작이다. 제약업계가 의도적으로 인체 실험을 외면했다는 음모론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암 치료에 적절한 복용량이나 복용주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없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짐작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체력이 떨어진 암 환자가 자칫 지나치게 많은 양의 구충제를 너무 자주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충제의 부작용이 심각해지면 기적의 항암 효과도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그런데 말기 암 진단에 절망해버린 환자들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의 점잖은 경고는 자신들의 팍팍한 현실을 외면한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임상실험을 마냥 기다리라는 충고는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만 하는 형편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 말기 암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현대의학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된 암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한 방법을 온전하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합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개 구충제도 스스로 선택할 수는 있다. 개인의 선택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의료법·약사법과 같은 법과 제도를 철저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의사나 약사의 도움은 절대 받을 수 없다. 제도적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은 구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으니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겠다는 판단은 어리석은 것이다. 자칫 실패할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될 수도 있다. 말기 암이 아무리 위중해도 이성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남아 있는 시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생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벤조이미다졸 계열에 속하는 구충제의 부작용이 가볍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심지어 인체 복용이 허가된 구충제를 예방적으로 투약하는 경우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확인된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40년 동안 구충제로 사용해왔으니 항암제로 써도 된다는 유튜브의 주장은 법과 제도를 정면으로 무시한 돌팔이 의료인의 불법적 주장이다. 하물며 동물용으로 개발된 펜벤다졸을 사람이 복용한다는 것은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섣부른 만용(蠻勇)이다.
   
   
   만능의 치료법은 없다
   
   평생 금융인으로 살아왔다는 60대의 미국인 조 티펜스가 유튜브를 통해 밝힌 사실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건강했던 그는 2016년 9월 스위스의 새 직장으로 떠나기 직전에 받은 신체검사에서 말기 소세포 폐암 진단을 받았고, 6개월 후에는 암 세포가 위장·간·췌장·뼈를 비롯한 전신으로 퍼져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절망하고 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족의 지인인 수의사가 소개해준 222㎎의 펜벤다졸이 포함된 개 구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3개월 후에는 자신의 몸에서 모든 암세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그의 절절한 고백이었다. 자신이 키트루다라는 새로운 항암제의 실패한 임상실험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티펜스가 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의 고백을 공연히 의심할 이유는 없다. 백 걸음을 양보해서 그의 고백에 한 치의 오류도 없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개 구충제가 누구에게나 기적 같은 항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암의 종류와 발생 원인은 환자마다 다르고, 약물에 대한 반응도 환자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그런 개인차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는 기적의 만병통치약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항암제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가 없다. 개인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주장을 섣불리 믿어서는 안 된다. 뒷전으로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는 돌팔이가 넘쳐나는 것도 현실이다. 떠돌이 약장수나 돌팔이 의사의 단골 메뉴인 만병통치약은 실제로 아무 병도 고쳐주지 못하는 엉터리 약물일 뿐이다. 영국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남긴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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