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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88호] 2019.12.23

평생 세 번 늙는다... 새로 밝혀진 노화의 비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photo 셔터스톡
나이가 들수록 노화돼가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간다. 성장을 거쳐 성인이 되고 노화 과정을 거쳐 노인이 되기까지, 신체적인 측면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힘이 떨어지고 면역체계도 약해지고 모든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다. 세포의 노화는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감퇴시킨다. 이처럼 생물의 신체기능이 퇴화하는 노화는 나이와 정비례 관계이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늙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노화가 평생 동안 일정한 속도로 서서히 진행될 거라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인간은 딱 세 번에 걸쳐 급진적인 노화 시기를 거친다는 흥미진진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과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34·60·78세 노화 촉진시키는 변곡점
   
   노화는 직접적인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질병에 걸리는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생명공학기술(BT)을 이용해 늙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생명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에게 설계된 수명은 약 120년이다. 염색체 끝부분에 달린 텔로미어(Telomere·말단소체)가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점점 짧아지는데, 사람의 경우 120년 정도면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120세 넘게 장수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럼 사람의 노화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보통 26세부터 시작돼 신체나이 38세에 이르렀을 때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듀크대의 댄 벨스키 교수팀이 1972~1973년에 태어난 성인 954명을 대상으로 텔로미어, 장, 간, 폐, 콜레스테롤 수치, 심폐기능 등 총 18가지 항목을 조사한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지난 12월 5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인간이 80세 이상을 산다고 할 때 34세, 60세, 78세에 노화가 촉진된다는 연구 논문을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일생에 걸쳐 꾸준히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총 3번의 ‘노화 부스터’를 겪으며 각 시점마다 급속도로 늙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를 통해 ‘노인으로 들어선다’는 의미의 나이인 60세 환갑의 과학적 증거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어떻게 얻은 것일까. 먼저 연구진은 18~95세의 4263명을 대상으로 혈장단백질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의 혈액에서 액체 성분인 혈장을 분리한 뒤 여기에서 3000가지의 혈장단백질을 분석한 것. 그 결과 총 3000가지의 혈장단백질 가운데 1379가지의 단백질이 나이가 들면서 수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진은 이것이 노화의 단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연구진은 이 단백질 수치를 토대로 ‘노화 그래프’를 그렸다. 그러자 그래프는 선형 곡선이 아닌 3개의 뚜렷한 변곡점을 형성하는 식으로 그려졌다. 즉 34세, 60세, 78세에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렇게 급격하게 달라지는 단백질 수치는 생체활동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 토니 와이스-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에 따르면, 나이는 매년 한 살씩 점차로 먹기 때문에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당연히 노화도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나타난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34세쯤에 노화 관련 단백질 수치가 갑자기 확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그들도 아직 의문이다. 단백질 수치의 변화가 노화의 결과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노화 자체의 원인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단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혈액 속 단백질 대부분은 다른 장기 조직에서 옮겨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노화한 단백질의 근원지가 신장이라면 신장이 늙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염색체 끝부분의 텔로미어.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짧아진다.

   3년 범위에서 나이 예측하는 생리시계 구축
   
   한편 와이스-코레이 교수팀은 사람의 나이를 3년 범위에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생리시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373개의 단백질 조합을 통해서다. 이 생리시계를 적용해 개인의 혈액단백질 구성을 측정하면 간·신장·심장 같은 특정 장기의 노화가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른지 느린지 구별할 수 있다. 만약 이 시스템을 통해 측정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상당히 낮게 나왔다면 그 사람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을 나타낸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처럼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혈액단백질을 찾아낼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사실은 남성과 여성의 노화 경로가 다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서 수치가 달라진다는 1379가지의 단백질 중 895가지가 남성과 여성 가운데 어느 한쪽의 노화에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람은 늙으면 추리와 언어능력이 저하된다. 신경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의 시냅스가 퇴화하기 때문이다. 와이스-코레이 교수팀은 앞으로 혈액단백질을 더 연구하여 각각의 단백질이 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또 혈액단백질을 통해 늙은 뇌를 젊게 되돌릴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밝힐 계획이다. 이들의 연구가 착착 진행되어 혈액 한 방울로 세포의 노화도만큼은 측정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 ‘노화 부스터’를 밝혀낸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 토니 와이스-코레이. photo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젊은 피 수혈로 노화 막아
   
   생명체의 몸은 여러 기관의 조합이며, 기관을 이루는 세포들은 오래되면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로 끊임없이 교체된다. 하지만 오래된 세포는 서서히 노화되고 이것이 기관과 개체의 노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명 연장이란 근본적으로 세포의 노화를 막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화를 막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걸까.
   
   과학자들이 그 방법의 하나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젊은 피 수혈’이라는 청춘요법이다. 지난해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의 피를 나이 든 사람의 몸속에 주입하면 자연 치유의 힘이 좋아진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들은 실제로 어린 쥐의 피를 늙은 쥐에 수혈하는 실험을 통해 노화가 멈추거나 역전되는 현상을 직접 확인했다. 젊은 쥐에서 뽑아낸 소량의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거한 것)을 늙은 쥐에게 직접 투입한 결과 늙은 쥐의 학습능력과 기억능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늙은 쥐들은 젊은 쥐들의 피를 받은 후 해마(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 속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폭증했다. 해마는 기억력 생성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사람의 경우로 예를 든다면 처음 가본 주차장에서 주차 장소를 훨씬 잘 떠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주위 사물을 더 잘 기억해내기 때문이다.
   
   2017년 4월에도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신생아의 탯줄 혈장 실험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늙은 쥐에게 신생아의 탯줄 혈장을 주입하자 노화를 막고 기억력이 향상되었다는 것. 보통 쥐의 평균수명은 약 2년인데, 젊은 피를 수혈받은 18개월 된 쥐는 4개월 된 쥐에 맞먹는 기억력을 보였다. 당시 연구팀이 밝힌, 노화를 되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인 TIMP2였다.
   
   2017년 11월에는 연구진이 직접 사람에게 젊은 피를 수혈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65세 이상의 치매 환자 18명에게 젊은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을 투여한 결과 알츠하이머 증상이 상당히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곱게 늙는 최고의 비법은?
   
   세포의 노화를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다. 특정한 유전자를 변형시킨 동물을 만들고, 그 동물의 수명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대 의대 앤드루 웨일 교수는 ‘우아하고 곱게 늙는’ 수명 연장의 비법을 공개했다.
   
   ‘우아하고 곱게 늙는’ 첫 번째 방법은 잠을 너무 많이 자지 말라는 것. 가장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6~7시간이며, 8시간 이상 잠을 자면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45분씩 걷는 적당한 운동과 20분씩 낮잠을 자는 것도 곱게 늙는 방법의 하나다.
   
   또 스트레스가 쌓이면 숨을 크게 내쉬고 4초간 코로 숨을 들이마신 다음 7초간 참았다가 8초 동안 입으로 숨을 내뱉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리 유언장을 써 보고 삶을 반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잦은 스킨십과 충분한 성관계 역시 장수에 도움이 된다. 성관계가 인간의 수명 연장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섹스가 한 번에 2500㎉를 소모하는 효과적인 운동이며, 활발한 성생활이 생활의 만족감을 높이고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주어 생명 연장에 이로울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성관계 자체가 장수를 돕는 것은 아니지만 애정 어린 육체적 접촉이 인간에게 심리적 위로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정신적·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아하게 늙는’ 최고의 비법은 ‘탄로가(歎老歌)’를 부르지 않는 것이다. 웨일 교수는 “노화를 부정하고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 지혜, 깊이, 부드러움 등 노년이 주는 장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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