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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9호]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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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원인 불명’ ESS 화재, 어설픈 관리가 원인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지난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발생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의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2년 동안 반짝 호황을 누리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넘쳐나던 ESS 신규 물량이 완전히 끊어져버렸다. 2017년 8월부터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진 28건의 ESS 화재 때문이다. 소방서 추정 피해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분명한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한 산업부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산업부가 성급한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설익은 미래 기술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린 셈이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경제적·안보적·환경적으로 취약한 액화천연가스(LNG)만으로는 늘어나는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자칫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까지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맹목적이고 비현실적인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역시 미완성의 미래 기술인 신재생 에너지까지 통째로 망쳐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SS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과열로 발생한 화재는 일반 전기나 유류 화재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배터리 내부의 유기전해질(有機電解質)이 연소되면 밀폐된 용기가 연쇄적으로 폭발해버린다. 다른 화재에서는 볼 수 없는 열폭주(熱暴走·thermal runaway) 현상도 발생한다.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기가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서 화재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버린다는 뜻이다.
   
   ESS에 번지는 불을 끄는 뾰족한 방법도 없다. 전기화재이기 때문에 물을 뿌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화학(유류)화재에 사용하는 소화분말도 무용지물이다. 그저 배터리가 완전히 타버려서 불이 저절로 꺼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실제로 ESS 화재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거센 화염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더 큰 산불로 번지거나 민가로 확대되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언제까지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형 ESS의 화재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4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근처에서는 2MWh(메가와트시·100만와트시) 용량의 ESS가 폭발해 소방관 8명과 경찰관 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2년 애리조나 프래그스태프와 하와이에서의 ESS 화재·폭발에 이은 세 번째 사고였다. ESS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용 납축전지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는 뜻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업부가 전국에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ESS가 무려 1490기에 이른다. 태양광·풍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ESS가 절반이 넘는 778기나 된다. 피크 수요에서의 주파수 관리를 위해 변전소에 설치된 ESS와 비상발전 등의 목적으로 쇼핑몰이나 대형건물에 설치된 ESS도 712기나 된다. 단순히 충전율을 70%로 낮춰 조심스럽게 가동하라는 산업부의 지침은 온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혹시라도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거나 출입하는 대형건물의 ESS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미세먼지에도 취약한 배터리 야외에 방치
   
   ESS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산업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ESS의 구조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휴대폰 배터리와 똑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충전기에 해당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전부다. 대부분의 화재는 충전이나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과열(過熱)로 발생한다. 산업부의 주장은 ESS 제작에 참여한 여러 기업 중 누구에게 배상 책임을 떠넘길 것인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일 뿐이다.
   
   ESS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무나 함부로 다뤄도 되는 배터리가 아니다. 오히려 외부충격과 열, 그리고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의 과전압·과전류에 매우 취약한 것이 약점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완벽한 배터리 보호기능이 꼭 필요하고, 관리에도 충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고급’ 배터리라는 뜻이다. 이는 2016년 갤럭시노트7의 화재를 통해 뼈아프게 경험한 사실이고,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심지어 휴대폰에 사용하는 10Wh(와트시) 용량의 초소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휴대폰 배터리의 수십만 배에 해당하는 MWh의 용량을 가진 ESS의 경우에는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ESS의 배터리관리시스템은 미세먼지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화재가 발생한 28곳의 ESS 중 79%인 22곳은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설치된 것이고, 나머지 6곳은 주파수와 수요관리를 위해 변전소에서 설치된 것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ESS가 모두 야외에 방치된 컨테이너 박스나 엉성한 임시 구조물이었다. 온도와 습도의 조절도 불가능했고, 미세먼지에도 무방비 상태였다. 전문인력의 철저한 관리도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지금까지 발생한 ESS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어설픈 관리 때문에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도·습도가 철저하게 관리되고, 미세먼지가 들어올 수 없는 지하실에 안전하게 설치된 대형건물의 ESS에서는 아직까지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ESS가 설치된 대형건물에는 전기관리 자격을 가진 전문 기사가 상주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철저한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된 전국의 ESS에 대해 안전관리 시설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전문관리 인력을 배치해야만 한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전력망 설치·운영에 충분한 경험을 가진 기업을 육성해서 ESS 운영을 맡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SS의 기술규격과 안전관리 매뉴얼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직까지 산업부가 ESS의 KS규격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소방방재청에서도 ESS 화재에 대한 대응기술과 소방방재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이 굳게 약속한 ‘국민 안전’은 구호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적극적인 안전관리와 화재 대응 대책도 필요하다. 혼잡한 대도시의 도심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철저한 점검을 통해 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는 ESS는 과감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미래의 기술인 신재생 에너지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절대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산업부와 신재생 마피아들이 당연히 필요한 ESS의 관리비용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법과 제도,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의 소중한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탈원전·신재생 확대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신적폐의 온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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