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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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는 최근 ‘관계의 과학’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출판 직후 출판사에서 저자 서명을 하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서점들이 선(先)주문한 저서 수백 권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조금 지나자 그의 책은 한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에 순위를 올렸다. 그는 몇 년 전에는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의 책들에는 ‘통계물리학’ ‘복잡계’라는 용어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16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대 캠퍼스로 찾아가 그가 통계물리학자인지 복잡계물리학자인지, 통계물리학과 복잡계물리학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김 교수는 “통계물리학은 100년 이상 된 물리학의 한 연구 분야이다. 연구방법론 이름이기도 하다. 반면 복잡계물리학은 통계물리라는 방법론을 이용해서 하는 연구 대상을 가리킨다. 크게 주목을 끌기 시작한 지 20년쯤 됐다”라고 말했다. 루트비히 볼츠만과 같은 물리학자는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의 이론적 근거를 알아내려 했다.(열역학 제2법칙은 외부에서 새롭게 열이 들어오거나 외부로 열이 빠져나가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엔트로피’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그에게 ‘열역학 연구는 이미 오래전에 완성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열역학 제2법칙이 근본적으로 가정하는 게 있다. 입자가 많고, 전체 시스템이 평형 상태라고 본다. 오늘날 통계물리학자는 이 전통적인 가정과 다른 상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즉 입자 수가 작고, 평형 상태가 아닌 비(非)평형 상태인 시스템을 연구한다. 이 시스템에서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김 교수에게 ‘통계물리학자’와 ‘복잡계물리학자’ 중에서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다시 물었다. 김 교수는 “나는 복잡계물리학자에 더 가깝다”라고 답했다. 그는 복잡계에 대해 “구성요소가 많은 시스템들이고, 구성요소들이 강하게 상호작용할 때 전체가 보여주는 통계적인 패턴을 보려고 하는 게 복잡계물리학자의 일”이라고 말했다. 복잡계물리학을 설명하는 표현에 ‘전체를 보는 방법’이 있고, 이를 제목으로 한 책도 나와 있다. 이 같은 시선이 복잡계물리학자의 접근법이라고 생각됐다.

쪼개고 쪼개도 전체를 알 수 없다

물리학에서도 입자물리학은 우주를 이해하려면 ‘부분’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입자물리학자는 우주를 이루는 최소 단위를 알기 위해 원자와 아(啞)원자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이 이런 연구를 하는 도구 중 하나가 입자충돌기이다. 인류가 만든 최대 규모의 과학실험이라는 스위스 제네바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전체를 알기 위해서는 부분으로 조각조각 쪼개 봐야 한다는 접근법이며, 이를 ‘환원주의(reductionism)’라고 한다. 우주를 알기 위해 ‘원자’를,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분자’를, 인간 행동의 기원을 알기 위해 ‘유전자’를 파고드는 게 환원주의 접근법이다.

반면 복잡계물리학자는 쪼개고 쪼개도 전체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환원주의에 바탕한 연구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당초 기대했던 좌표로 우리를 데려가지는 못했다. 부분들의 합은 전체가 아니었다. 부분이 모이면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으며, 이걸 알기 위해서는 전체를 보려고 해야 한다고 복잡계물리학자는 주장한다. 예컨대 열역학물리학자가 관심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기체의 온도다. 온도는 원자가 많이 모이고,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전혀 새로운 특징이다. 그렇기에 기체를 이루는 원자만 봐서는 온도를 알 수 없다. 이렇게 부분이 모여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이뤄내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걸 ‘창발(emergence)’이라고 한다.

‘많으면 다르다(More is different)’라는 말이 있다. 복잡계물리학을 표현하는 유명한 문장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1977)인 미국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이 1972년에 한 말이다. 김범준 교수는 ‘관계의 과학’ 책 앞부분에서 ‘함께하면 달라진다’라는 문장을 써 놨다. ‘많으면 다르다’라는 필립 앤더슨의 글과 맥락이 비슷하다.

김 교수는 복잡계물리학의 전체 풍경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인 물리학 시스템이 아닌 그 밖에 있는 걸 다룬다. 통계물리학 관점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경제 현상을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이 분야를 경제물리학이라고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사회현상이다. 사회현상을 물리학 관점으로 보겠다는 시도를 한다. 이건 사회물리학이다.”

많으면 다르고, 함께해도 달라진다

한국의 복잡계 학계는 어떻게 될까? 김 교수는 “통계물리학 커뮤니티가 크지 않다. 교수가 100명도 안 된다. 활발하게 하는 사람이 40~50명 될까? 복잡계는 통계물리학에서도 그 일부다. 그러니 더 작다. 한국 복잡계 커뮤니티는 부끄러울 정도로 규모가 작다”라고 말했다.

미국에는 샌타페이연구소라는 세계적인 복잡계 연구기관이 있다. 이곳에는 물리학자 말고, 경제학자도 일한다. 김범준 교수에 따르면, 주류 경제학자도 복잡계 시선으로 경제학을 연구하며, 복잡계 경제학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한국에는 복잡계 경제학자가 거의 없다. 그는 “물리학이 복잡계를 중요한 분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다른 학문 분야는 안타깝게도 복잡계에 무관심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복잡계 연구가 활발하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명문 난양공대가 얼마 전 복잡계 연구소를 크게 만들었다. 김 교수는 중국의 복잡계학회 행사에 가본 적이 있는데, 학회에 중국 복잡계 연구자 500~600명이 참석했다고 했다. 매우 많은 숫자다.

그러면 복잡계물리학의 출발점은 언제인가? 1999년 복잡한 연결망(네트워크) 관련 두 개의 연구 그룹에서 중요한 논문이 한 편씩 나왔다. 스티븐 스트로가츠(미국 코넬대학 응용수학자)와, 앨버트 바라바시(미국 노스이스턴대학)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라는 연구 분야를 새롭게 열었다. 스트로가츠와 바라바시 이름을 듣자 반가웠다. 이들이 쓴 책이 한국에 나와 있는데 전에 읽은 바 있다. 스트로가츠의 책은 ‘동시성의 과학, 싱크’(2005), 바라바시의 책은 ‘링크’(2002)라는 제목으로 소개돼 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집에 있는 바라바시 책 ‘링크’ 표지를 보니, ‘네트워크 과학’에 관한 설명이 있다. “네트워크가 왜 과학의 대상이 되었는가? 박테리아부터 국제적 거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네트워크의 구조와 진화가 한 혁명적 과학자에 의해 세상에 나타났다.” 설명이 명쾌하다. 출판사가 홍보 카피를 잘 뽑았다.

김범준 교수는 “복잡한 연결망에서는 구성요소의 같고 다름은 중요하지 않다. 연결이 중요하다. 이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만 봐도 알아낼 수 있는 게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20세기 말에서 복잡계 연결망 이론이 나온 것과 관련해 “수학에 그래프이론이라는 것이 있는데 수학자(18세기 스위스인 레온하르트 오일러를 가리킨다)가 오늘날 연결망에 대한 사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연구를 했다. 그런데 바라바시는 이런 이론이 수학에 있는지 몰랐던 듯하다. 복잡한 연결망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수학의 그래프이론에 사용된 용어와는 다른 용어를 썼다. 연결망과 연결선을 표현하는 영어를 ‘노드’와 ‘링크’라고 썼다.

경제학도 생태학도 복잡계로 연구

복잡계 연구를 하는 학문 분야에 경제학이 있다고 앞에서 김 교수가 얘기했는데 경제학 말고 복잡계 분야가 또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생태학도 복잡계로 연구한다. 호수의 생태계를 보자. 전에는 먹이사슬이라는 단선적인 구조로 봐왔으나, 호수를 복잡계로 보면 얻을 게 많다. 또 사회학에서는 사회연결망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본다. 국제정치도 복잡계로 볼 수 있다.”

물리학이 보는 사회현상과, 사회학이 보는 사회현상은 어떻게 다를까? 김 교수에 따르면, 사회학에서 양적(정량적) 연구자는 복잡계물리학자에 호의적이며, 질적인(정성적인) 연구자는 복잡계물리학자의 접근에 거부감을 보인다. 한국복잡계학회는 약 15년쯤 전에 사회학자가 설립을 주도했다. 연세대 총장으로 일한 김용학 사회학과 교수가 복잡계학회 초대 회장이다. 한국복잡계학회는 출범 후 다양한 그룹이 모였는데 지금은 물리학자가 주도한다. 다른 분야 학자는 복잡계학회 모임에 잘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다른 분야 연구자는 복잡계에서 얻어갈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범준 교수는 “융합 연구, 학제 간 연구가 한국에서는 잘 안된다. 그 이유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김범준 교수는 “물리학제국주의라는 얘기를 사회학 쪽에서 한다. 사회현상을 물리학자가 연구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물학제국주의라는 용어도 접한 적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명예교수가 저서 ‘통섭’에서 학문 간 담을 허물고 공동연구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사회과학 진영의 일부 학자가 “생물학이 다른 학문 쪽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려고 한다. 생물학의 우산 아래 다른 학문을 줄 세우려고 한다”라며 반발했었다.

김범준 교수는 복잡계물리학의 전망에 관해 “앞으로 중요해진다. 문제는 학문 간의 벽이다. 복잡계물리학자를 뽑는 한국 대학이 없다. 통계물리 혹은 응집물질물리학이라는 탈을 쓰고 교수로 취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범준 교수에게 복잡계물리학자로서 품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큰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게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다. 이것만은 풀고 싶다는 게 없다. 그때그때 관심 있는 걸 한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그간 해온 ‘연구 주제’를 크게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묻자 △상전이와 임계 현상 연구 △때맞음 혹은 동기화 △복잡한 연결망(네트워크) 세 가지를 들었다. 상전이는 물질의 상(相·phase)이 바뀌는 걸 가리킨다. 예컨대 물이 고체, 액체, 기체라는 세 가지 상태를 갖고 있고,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게 상전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상전이와 임계 현상’ 연구는 복잡계물리학이 아니라 ‘통계물리학’의 영역이다. 그는 서울대에서 박사논문을 바로 이 주제로 썼다. 서울대 최무영 교수가 지도한 그의 1997년도 박사논문 제목이 ‘초전도 배열에서의 양자요동과 무질서의 효과’다. 최무영 교수는 과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는 ‘최무영 교수의 물리 이야기’라는 책으로 기억된다.

김범준 교수의 박사논문 제목을 보면 초전도 배열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 ‘응집물질물리학’ 연구로 보이지만 그의 연구방법은 통계물리학이라고 했다. 김범준 교수는 박사 논문 내용에 관해 “초전도의 상이 변수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그림(diagram)을 그렸다. 온도 변수와 다른 변수인데, 그 다른 변수는 초전도체의 축전용량의 비라고 그냥 말하겠다. 이 두 가지 변수를 달리 했을 때 어디에서는 전기 저항이 있고, 어느 지역에서는 전기 저항이 사라져 초전도성이 출현하는지를 조사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시 말해 연구방법은 통계물리, 연구대상은 초전도 배열(array)이라는 응집물질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범준 교수는 은사인 최무영 교수에 대해 “바로 통계물리와 응집물질물리 경계 지역을 연구하신다”라고 말했다.

복잡계 연구로 인도한 ‘작은 세계 연결망’

그가 복잡계 연구자로 변신한 건 서울대 박사가 된 뒤 스웨덴에 갔을 때다. 스웨덴 북부 도시 우메오(Umea)에 있는 우메오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2년, 조교수로 2년을 일하면서 복잡계 연구자가 됐다. “나도 지금 (성균관대학에서) 저널 클럽이라는 걸 하는데, 스웨덴에서도 그걸 했다. 학술지에 최근 발표된 논문을 한 사람이 읽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소개하는 게 모임 목적이다. 그때 스트로가츠와 던컨 와츠의 1998년 학술지 ‘네이처’ 논문인 ‘작은 세계 연결망(Small World Network)’을 읽었다. ‘작은 세계 연결망’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이 몇 단계를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인지를 수학 모형을 통해 설명했다. 논문이 재밌었다. 그래서 박사후연구원 이후 조교수 시절에 복잡계 관련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 분야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범준 교수는 이때부터 논문을 쓰면 학술지 ‘피지컬리뷰E’에 보내기 시작했다. ‘피지컬리뷰E’는 주로 통계물리학 분야의 논문을 싣지만 복잡계물리학 연구 논문도 게재한다. 김 교수는 그 이전에는 ‘피지컬리뷰B’에 논문을 보냈는데 이 학술지는 응집물질물리학 연구를 게재한다. ‘피지컬리뷰’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학술지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며, 연구 분야에 따라 ‘피지컬리뷰’라는 말 뒤에 A, B, C, D, E 등의 영어 알파벳이 붙는다.

김범준 교수가 복잡계 연구 초기에 했던 주제는 연결망이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네트워크 구조가 외부구조에 강하게 버틸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스웨덴에서 했던 연구가 가장 많이 인용됐다”라고 말했다. 그가 스마트폰으로 ‘구글 스칼라’를 검색하고 그 결과를 보여줬다. ‘복잡한 연결망의 공격 취약성(attack vulnerability of complex networks)’이라는 논문인데 2002년에 피지컬리뷰E에 실렸다. 인용횟수가 1656이라고 쓰여 있었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을 보더니 “당시 네트워크 연구를 열심히 했네요”라며 ‘클러스터링을 조절할 수 있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 모델’이라는 논문도 2002년에 썼다고 했다. 스웨덴 박사후연구원과 함께한 이 연구 결과에는 ‘홀메-김(Holme-Kim) 모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네트워크 연구가 물리학을 넘어 다른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또 다른 연구는 ‘때맞음’이다. 때맞음은 영어로 ‘synchronization’이다. 수영 경기 종목에 ‘싱크로’가 있다. 두 사람 이상의 선수가 동작을 같이 한다. 때맞춰 동작을 하기에 ‘싱크로’다. 싱크로, 즉 ‘때맞음’ 혹은 ‘동시성’은 복잡계물리학의 흥미로운 대상이다. 출판사인 김영사가 내놓은 ‘동시성의 과학, 싱크’가 바로 이 주제를 다룬다. 숲속의 반딧불이들이 왜 때를 맞춰 반짝반짝하는지, 또 머릿속의 뇌파는 왜 동조하는지를 다룬다. 스트로가츠는 책에서 ‘혼돈스러운 자연과 일상에서 어떻게 질서가 발생하는가’를 다룬다고 써놓았다. 이 책 내용 중 같은 기숙사에 사는 여학생들의 월경 주기가 비슷해진다는 내용도 기억난다. 이 얘기를 했더니 김범준 교수는 “최근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때맞음과 관련한 근래 연구로 김 교수는 박자 맞추기를 두 개 언급했다. 아마추어들끼리 같이 노래를 하면 박자가 왜 빨라질까 하는 문제가 그중 하나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때맞음을 보이면 왜 박자가 빨라질까를 알기 위해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살폈다. 그런 뒤 강의를 듣는 학생 40~50명을 대상으로 과연 속도가 빨라지는지를 살폈다”라고 말했다. 이 실험을 위해 스마트폰용 앱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앱을 열고 화면의 패드를 누르게 했다. 먼저 강의실에서 메트로놈이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약 10초 들려준다. 그런 뒤 메트로놈 소리를 멈춘다. 이후 이 속도 간격대로 스마트폰 앱을 누르라고 했다. 학생들은 메트로놈 소리는 못 듣고, 대신 옆에 있는 다른 학생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눌렀을 때 나는 소리는 듣는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패드를 눌렀을 때 때맞음 현상이 나타났고, 패드를 누르는 주기는 짧아졌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며칠 전 게재가 승인됐다고 했다.

김범준 교수는 “‘관계의 과학’에는 복잡계물리학과 함께 사회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넣었다. 복잡계과학의 관점으로 내 주변을 살펴봤다. 전작인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내 연구 결과를 담았다는 면에서 두 책은 좀 다르다”라고도 말했다. 김 교수는 “인간이 지성을 갖고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를 들라면 물리학을 꼽겠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걸 알아내기 위해 사유를 가장 극한까지 밀어붙이려는 게 물리학”이라고 말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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