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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3호]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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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간, 몸 밖에서 1주일 살 수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장기이식은 초를 다툰다. 기증자에게서 분리된 장기는 밖에서 오래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팔다리나 심장·간·폐·신장 등의 내장, 안구와 골수, 말초혈관 등 인체조직이 손상되거나 사라진 환자들에게는 장기이식만이 희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뇌사자 등의 장기가 도달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 결국 장기를 못 쓰게 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간을 체외에서 일주일간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알려져 화제다.
   
   
   간 살리고 생명 살리고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통계를 보면 2019년 현재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4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식할 장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는 1910명으로 하루에 5.2명꼴. 게다가 평균수명이 늘면서 만성질환 환자가 증가해 장기이식 대기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이들을 치료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강한 사람의 장기를 떼어내 이식받는 것이지만 장기를 이식받는 것은 꽤나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자신의 장기를 나누어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할 경우 운반하는 도중 장기가 다소 손상돼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의사와 과학자들은 장기를 오래 보존할 방법을 모색해왔다. 성인의 간 무게는 보통 1.4㎏으로, 인체 내의 가장 큰 고형장기여서 특별한 보존이 필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스위스 과학자들이 2015년부터 힘을 합쳐 연구한 결과 사람의 몸 밖에서 일주일 동안 살아있게 하는 기계, ‘리버포라이프(Liver4Life)’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 장치를 만든 주인공은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취리히대병원 연구팀이다. 이들은 생체와 비슷한 환경을 유지해 간을 살아있는 채로 보관할 수 있는 ‘간 관류장치’를 개발했다.
   
   관류장치(perfusion machine)는 심장이나 간, 콩팥, 뇌 등 장기나 조직을 치료나 연구 목적으로 인체 밖으로 꺼냈을 때 특수한 관류액을 끊임없이 흐르게 해 마치 인체 내에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장치다. 장기 혈관에 세관을 연결해 지속적으로 혈액과 유사한 성분의 관류액을 주입해 생존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간을 몸 밖에서 가장 길게 보관한 최대시간은 얼마일까. 불과 20여시간 정도이다. 차가운 용액으로 세척해 얼음 안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12~18시간까지 보관했고, 최근엔 영하 4도에서 저장하는 과냉각장치가 개발돼 최대 27시간까지 가능하다. 물론 건강한 간이라면 이식하기에 시간이 넉넉하지만 조금이라도 손상된 간이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 이식이 불가능하다. 2015년 연구팀의 Liver4Life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도 관류장치에서 간이 보관된 것은 기껏 12시간이었다.
   
   간이 몸 밖에서 살기 위해서는 산소와 영양분을 적절하게 공급받고 노폐물을 빠른 속도로 제거해줘야 한다. 또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호르몬 자극도 필요하다. 연구팀의 ‘간 관류장치’에는 특수 제작한 관류액이 들어 있어서 생체 내의 환경처럼 포도당 농도와 산소량의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 또 노폐물 제거는 물론 적혈구의 적정량도 이어갈 수 있다. 각종 영양소를 간에 공급함과 동시에 장기의 온도를 37도로 유지시켜준다.
   
   어디 그뿐인가. 심장, 신장(콩팥), 소화기관, 췌장, 폐의 역할을 할 인공장기를 연결시켜 간의 주변 환경을 마치 살아있는 몸속처럼 조성했다. 그 결과 간의 조직이 괴사하지 않았다. 따라서 혈액 성분을 추가로 넣거나 관류액을 교체하지 않아도 일주일간 몸속과 같은 상태로 간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손상이 너무 심해 유럽의 모든 센터에서 이식을 거부당한 인간의 간 10개를 기증받아 ‘간 관류장치’에 넣고 복구시키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이 처음 시험한 대상은 돼지였지만 이후 인간의 간으로 진행했다. 열악한 상태의 간 10개를 관류장치에 넣고 치료한 결과 일주일 만에 6개를 이식 가능한 건강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식 치료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 1월 13일자에 실렸다.
   
   
▲ 스위스 취리히대병원 등의 연구팀이 개발한 ‘간 관류장치’.

   관류장치서 손상된 간 기능 회복도
   
   이식용 간을 ‘얼음 위의 차가운 용액’에 보관하는 냉장보관은 세포의 대사를 늦춰 손상을 완화한다. 하지만 혈액이 조직에 재공급되었을 때 장기가 손상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체온과 같은 온도’로 보관하는 장치는 조직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더구나 장기를 일주일 정도 오래 보존할 수 있다면 많을 것을 이룰 수 있다. 간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될 때 훨씬 여유 있게 할 수 있고, 더 먼 장소까지 이송할 수 있다. 또 수술팀 구성과 수술실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일이 가능하고, 이식 대상자가 손상된 간을 급하게 적출하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 결국 전체 생존율 향상에 큰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장기의 수는 뇌사 기증자보다는 심장사 기증자로부터 나온 장기가 늘어나는 추세다. 심장사는 장기에 더 많은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가 더 이상 산소를 공급받지 못할 뿐 아니라 얼음 위에서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일단 한번 손상된 간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심장사로부터 나온 손상된 간이 이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Liver4Life 장치에서 며칠간 관류하면 기능이 완전히 회복돼 사용이 가능해진다. 즉 폐기되는 장기의 수를 줄이고 이식 가능한 간의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심각한 간질환이나 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간을 일주일간 보존한다는 것은 간에 난 상처를 치료하거나 간의 일부를 재생시키거나 쓸모없는 지방을 제거하는 등 여러 작업이 가능한 시간이라고 이번 연구를 담당한 피에르알랭 클라비앵 취리히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말한다.
   
   다음 단계는 회복된 장기를 실제로 간 이식에 사용해 대중화시키는 상용화다. ‘간 관류장치’가 상용화되면 지금까지 이식이 불가능했던 간도 치료를 마친 뒤 이식할 수 있다. 또 간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를 오래 보존하는 기술 개발도 관건이다. 이 장치 또한 하루빨리 개발돼 장기이식이 불가능했던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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