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이 태양 바깥층인 코로나(라틴어로 왕관)와 닮았다. ⓒphoto nextbigfature.com
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이 태양 바깥층인 코로나(라틴어로 왕관)와 닮았다. ⓒphoto nextbigfature.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처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전역과 해외 주요 국가들에 침투해 빠른 전파력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볼 때 표면이 태양의 바깥층인 ‘코로나’(라틴어로 ‘왕관’)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이고, 인간에게 왜 이렇게 위협적인 것일까.

DNA 바이러스보다 변이 확률 1000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는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유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nCoV’로 명명했다. 라틴어로 ‘독(毒)’을 뜻하는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단백질로 구성된 외피 안에 유전물질인 핵산(DNA 혹은 RNA)이 든 단순한 구조다. 크기도 20~300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어떻게 저장하느냐에 따라 DNA바이러스와 RNA바이러스로 나뉜다. 이는 DNA나 RNA 둘 중 한 가지만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헤르페스나 B형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DNA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RNA를 갖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RNA바이러스다. 2003년 심각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대표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한 폐렴 바이러스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7종의 변종이 발견되어 있다. 하지만 증상은 바이러스마다 다르다.

RNA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보다 변이가 훨씬 쉽다. RNA에서 변이가 잘 일어나는 이유는 DNA가 RNA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RNA바이러스가 안정적이지 못한 이유는 화학적 구조에 있다. RNA는 다른 물질들과 쉽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다.

DNA와 RNA는 뉴클레오티드가 길게 붙어 있는 핵산을 말한다. 각 뉴클레오티드는 당과 염기, 인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산과 당은 항상 고정이지만 염기는 4가지, 즉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중 하나씩을 갖는다. 어떤 뉴클레오티드는 아데닌을, 또 어떤 뉴클레오티드는 티민을 가지고 있는 식이다. 이 염기서열 순서가 바로 유전정보다. 이때 중심 구조인 당이 리보스이면 RNA, 디옥시리보스라면 DNA가 된다.

당은 탄소로 이뤄진 오각형 구조다. 5개의 탄소 중 2번 탄소에 결합한 분자가 수산화기(-OH)이면 리보스이며, 2번 탄소에 수소(-H)가 결합하면 디옥시리보스다. 디옥시(deoxy)라는 단어 자체가 ‘산소(oxygen)가 빠진(de-)’이라는 뜻으로, 디옥시리보스란 리보스의 2번 탄소에 결합한 수산화기(-OH)에서 산소가 제거되고 수소만 남았다는 의미다.

이 차이는 화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들은 DNA 분자나 RNA 분자들을 여러 개 이어붙인 구조로 유전정보를 저장하는데, 이때 각각의 분자들은 3번 탄소의 수산화기(-OH)를 접점으로 하여 길게 이어진다. DNA의 경우 결합에 참여할 수 있는 수산화기가 3번 탄소에 1개밖에 없다. 그래서 안정적인 결합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RNA는 수산화기가 3번뿐 아니라 2번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결합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날 확률이 높고, 이렇게 핵산 결합 과정의 오류가 누적되면 이는 개체의 돌연변이로 이어지게 된다. 일반적인 생명체들이 DNA를 유전물질로 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또 뉴클레오티드의 각 염기는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이때 상보적이지 않은 염기가 잘못 달라붙으면 생물이나 DNA바이러스는 폴리머레이스라는 효소가 나서서 원래대로 뜯어고친다. 하지만 RNA바이러스에 있는 이 효소에는 잘못 붙은 염기를 교정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반응하면 구조가 다른 모습으로 바뀌면서 전혀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RNA가 복제될 때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그 모습대로 새로운 RNA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한 바이러스를 ‘변이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신종 바이러스’로 분류한다. RNA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DNA바이러스보다 1000배 이상 높다.

숙주에 침입해 증식하는 원리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특징이 모두 있다. 숙주(宿主)가 없는 바이러스는 무생물에 가깝고, 숙주가 되는 세포에 유입되어야만 생물로 활동한다. 숙주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동물(광견병 등)과 식물(담배모자이크병 등), 사람(천연두·간염·에이즈 등), 곤충(누에병) 등 세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침입한다.

단백질 결정 형태로 존재하던 바이러스들이 숙주세포를 만나면 숙주세포의 세포막과 결합한 뒤 세포 안으로 유입된다. 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간 바이러스는 이제껏 자신을 보호해준 단백질 외피(껍질)를 벗어버리고 번식하기 위해 숙주세포 속의 소기관과 효소를 마치 제 것처럼 이용한다. 숙주세포의 유전물질 복제 기능과 단백질 생성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고, 유전물질을 둘러싸는 단백질 외피를 잔뜩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을 다시 조립해 자신과 닮은 바이러스 세포들을 증식시킨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것으로 알려진 박쥐는 몸속에 20여종의 바이러스를 달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박쥐는 몸속에 바이러스가 많이 살고 있어도 멀쩡한 것일까. 그 이유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독특한 면역체계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바이러스 등 낯선 병원체가 몸속에 침입하면 면역체계가 작동해 몸의 온도를 올린다.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 고온에 취약한 바이러스의 번식 활동을 막기 위해서다. 인터페론은 보통 상처나 감염이 발생하면 활성화된다. 생존을 위한 필수 반응이지만, 이렇게 면역체계가 계속 활성화돼 있다면 지속적인 염증 반응으로 우리 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박쥐는 체온이 일반 포유류에 비해 2~3도 높아서 높은 온도에서 활성화되는 면역체계가 항상 활발하다. 즉 박쥐는 이렇게 높은 체온이 일반 포유류가 감염 때 보이는 발열반응과 비슷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고 다수의 바이러스를 보유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전염병의 공통점은 ‘인수 공통 전염병’이라는 점이다. 인수 공통 전염병이란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을 말한다. 광견병이나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신빙성이 높다. 사스는 관박쥐, 에볼라는 과일박쥐, 메르스는 이집트무덤박쥐가 주요 감염원으로 꼽힌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군사연구원, 중국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박쥐가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와 이번에 출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또한 중국 푸단대를 통해 공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 유래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가 유사한 정도가 89.1%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에 비해 감기 정도의 증상을 일으키는 과거 사람한테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는 39~43%,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유사 정도가 50%에 그쳤다.

한편 중국 산둥의과학원과 산둥제일의대, 산둥대 감염병및역학연구실 공동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세포 표면에 결합하는 방식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 표면에 나 있는 ACE2 수용체에 들러붙어 세포 내로 침입한다.

공동연구팀은 또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동물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대와 광시대, 닝보대 연구팀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박쥐와 뱀, 마멋, 고슴도치, 조류 등 동물이 가진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박쥐와 사람 사이의 중간 숙주가 ‘뱀’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러스의학’ 1월 22일자에 발표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뱀이 포유류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능력이 떨어진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출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한 서울 동작구청. ⓒphoto 뉴시스
출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한 서울 동작구청. ⓒphoto 뉴시스

박쥐와 사람 사이 중간 숙주는 뱀?

지구상에는 400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그중 약 100종이 사람의 몸에 병을 유발한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변신의 명수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정체가 아리송한 새로운 모양을 갖춰 출몰한다. 이 돌연변이율의 속도는 다른 미생물에 비해 무려 100만배나 빠르다. 따라서 기존의 바이러스가 언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고 대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치료제를 개발했다 싶으면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변환시키는 것이 바이러스의 생존 방식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해독한다고 해도 100%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다. 지금까지 에이즈를 퇴치하지 못하는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월 2일 태국 보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인 중국 여성(71)에게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인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항바이러스제 혼합물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투입한 약물은 HIV 치료에 쓰이는 약물과 독감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혼합한 것이다. 환자는 약물을 투여한 뒤 48시간 만에 음성 반응이 나왔다. 국내 확진자 중에서도 폐렴 증상이 심한 1번과 4번 환자에게 이 약물을 투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에게 HIV 치료제를 사용할까.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이유는 ‘단백질 분해효소’ 때문인데, HIV 치료제엔 이 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 바이러스 증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리다 보니 당장에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을 만한 기존 약물을 사용해 보는 것이다.

지난 1월 28일 홍콩대 의대 엔궉융 교수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처음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물실험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실제 환자 적용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4일에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급 전문가인 리란주안이 발병지인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최신 성과를 공개하면서 체외세포 실험에서 항바이러스제인 ‘아르비돌’ 등 2종류의 약품이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란주안은 HIV 치료제의 경우 일부는 효과가 좋지 않고 부작용만 크다는 지적도 했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이렇게 어려운데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것은 질병의 원인인 두창바이러스가 이중가닥 DNA바이러스에 속해 백신의 효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창바이러스는 인류가 백신을 통해 퇴치한 최초의 바이러스다.

코나 목이 아닌 폐에 문제 일으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폐렴을 유발한다. 2013년 3월 14일자 네이처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를 감염시키는 ‘접근점(docking point)’을 찾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연구진의 연구가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부분이, 기관지나 폐포 등이 있는 하기도 부분의 평활근 세포 표면에 있는 ‘디펩티딜펩티타제-4(DPP-4)’라는 것을 시험관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사람의 기도로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나 목 등의 기관과 연결된 상기도가 아닌 하기도에 많은 평활근 세포의 DPP-4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다른 감기처럼 코나 목이 아닌 폐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간에도 전염된다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 확률은 낮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침이나 발열,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고 심한 경우 장기에 문제가 생겨 사망할 수도 있다.

신종 감염병이 돌다 보니 유언비어들도 생겨난다. 대표적인 게 지난 1월 31일 인도 델리대와 인도공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논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재조합됐을 가능성이 낮고, HIV 유전자에서 어떤 특정 부분을 빼내 신종 코로나를 ‘제작’했을 만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세간에서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자 HIV와 코로나바이러스를 재조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학자들은 인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도 과학자들도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공포의 시기에는 믿기 어려운 음모론적 주장도 퍼지기 쉽다. 하지만 이런 음모론에 직면했을 때는 다시 한번 진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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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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