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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의 세상 읽기]  바이러스 감염만큼 위험한 ‘정보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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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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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바이러스 감염만큼 위험한 ‘정보 감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찾은 관중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정부가 난데없이 마스크와 손소독제 관리에 나섰다. 긴급 수급조정 조치를 발동하고 강력한 범부처 합동단속을 시작했다. 생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분별한 매점매석이 문제라고 한다. 맹목적으로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사용을 권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 여행객들의 싹쓸이 소문과 중국에 마스크 300만개를 보낸다는 정부의 어설픈 발표도 수급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
   
   
   미 CDC는 호흡기 증상자에게만 착용 권유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쓰라는 언론의 ‘강요’가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했다. 10명 중 8명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38명이 사망한 2015년 메르스 때는 착용률이 고작 15%였다.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속절없이 ‘개념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 마음 놓고 지하철을 탈 수도 없고, 헛기침도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호들갑도 만만치 않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는 비법(秘法)이라도 있는 것처럼 야단들이다. 마스크 표면은 절대 만지지 말아야 하고, 얼굴에 밀착시켜야 하고, 재사용은 하지 말라고 한다. 마스크를 함부로 폐기하지도 말라고 한다. 한 번이라도 착용하면 마스크가 바이러스로 뒤범벅이 되는 것처럼 요란스럽다.
   
   모든 국민이 병원의 수술용 마스크 착용 수칙을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질병관리본부의 권고는 결이 다르다. 마스크 착용은 ‘호흡기 증상자’에게만 요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의 질병예방관리센터(CDC)의 입장은 훨씬 더 분명하다.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굳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인 생활환경에서 마스크의 감염 차단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다수의 학술연구 결과를 믿는다는 것이다. 물론 증상이 있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감염자를 돌보거나 접촉해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동안 거두절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우기던 대한의사협회가 새로운 입장을 내놓았다. 원칙적으로 질병관리본부·WHO·CDC의 공중보건학적 권고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감염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한다. 감염 위험을 판단할 방법이 없는 국민의 입장이 난처하다.
   
   마스크의 종류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분분하다. 차단율이 높은 방역용 KF94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황사용 KF80도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방한용 면(綿) 마스크로도 충분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그런데 KF94를 고집하던 식약처가 하루아침에 KF80도 괜찮다고 입장을 바꿔버렸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실외가 아니라 실내·대중교통에서 착용해야
   
   방역의 핵심은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비말)의 차단이다. 감염자가 기침을 하거나 대화 중 입에서 튀어나오는 침방울이 입·코·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WHO의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감염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료인들처럼 방호복으로 중무장을 할 수는 없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 KF94를 착용하면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고, 마구 쓰고 버리는 마스크의 생산·유통·폐기에 따른 환경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요 폭증에 의한 사회적 혼란도 걱정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과잉대응도 가짜 뉴스만큼 경계해야 한다. 오염된 침방울 차단이 목적이라면 굳이 황사용·방역용 마스크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가격도 비싸고, 착용도 불편하고, 환경에도 부담을 주고,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마스크 표면을 만지지 말라는 전문가의 지적은 마스크 표면의 바이러스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의료인에게 필요한 것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의 일반인에게는 지나친 요구다. 마스크 표면을 걱정해야 한다면, 입고 있던 옷도 만지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걱정스럽다면 손을 물과 비누로 씻으면 된다.
   
   본격적인 지역 확산이 아니라면 표면과 내부 필터가 멀쩡한 마스크를 무작정 버려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마스크에 습기가 차면 세균 증식을 걱정해야 한다. 황사·방역용 마스크를 물로 세탁하면 내부의 필터가 망가져버린다. 일회용은 처음부터 한 번 쓰고 버리도록 제조한 제품이다. 물론 깨끗한 일회용 마스크는 몇 차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크의 착용 방법에 대한 상식도 중요하다. 침방울 차단을 위해서라면 마스크를 실내에서 쓰고, 실외 보행 중에는 벗어도 된다.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 들어간 후 정작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마스크를 벗고 열심히 침을 튀기는 모습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반대로 미세먼지 차단이 목적이라면 실내에서는 벗고, 실외에서는 착용해야 한다.
   
   손소독제에 대한 집착도 과도하다. 손소독제는 물과 비누의 사용이 어려울 경우를 위한 대안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손소독제는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맹독성의 독극물인 고농도 에탄올을 집안에 둬야 할 이유도 없다.
   
   손소독제조차 쓸 수 없으면 물티슈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물티슈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손소독제와 물티슈에는 언제나 보존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 전에 흐르는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가짜뉴스만큼 해로운 인포데믹
   
   감염자가 다녀간 시설이라도 암모늄소독제(MD-125)나 알코올소독제로 소독하고 나면 더 이상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감염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매장이나 직장을 장기간 폐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물과 비누로 손을 씻고, 기침을 할 때 티슈를 쓰는 것이 전부다. 기침 등 호흡기 증세가 나타나고, 감염이 의심되면 즉시 긴급전화(1339)로 연락하고,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내 건강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괜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자가격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장된 인포데믹(정보 감염)도 가짜뉴스만큼 해로운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 감염 증세는 현대의학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미 완치 환자가 사망자의 3배에 이른다. 91세의 노인도 회복을 했다. 중국의 치사율도 초기 3.1%에서 2.1% 수준으로 떨어졌다.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우왕좌왕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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