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스파이크 단백질을 다른 물질과 결합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중국 상하이 제2군사의과대학 창젱병원과 차오퉁대 의대 공동연구팀의 연구 논문. (우)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대한 모습.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것이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에 들러붙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좌)스파이크 단백질을 다른 물질과 결합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중국 상하이 제2군사의과대학 창젱병원과 차오퉁대 의대 공동연구팀의 연구 논문. (우)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대한 모습.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것이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에 들러붙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 표면에 나 있는 ACE2 수용체에 들러붙어 세포 내로 침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과 같은 방법이다. 이처럼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수용체를 밝히는 일은 바이러스 질병 유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백신과 항바이러스 약물의 타깃을 제공하는 중요한 단계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현재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할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를 직접 없앨 만한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현재 치료에 사용 중인 약물은 에이즈바이러스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물들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하이 제2군사의과대학 창젱병원과 자오퉁대 의대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바이러스와 수용체는 열쇠와 자물쇠

신종 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속에 침입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특정 수용체가 있어야만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은 폐세포 중에서도 특정 세포(AT2)의 ACE2 수용체에 잘 들러붙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는 가시처럼 뾰족뾰족 돋아난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이 있고 사람의 세포 표면에는 수용체 ACE2가 있는데, 이 둘은 서로 달라붙을 수 있는 모양이라서 잘 결합한다. 이처럼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은 세포의 특정 수용체가 아니면 달라붙지 못해 숙주세포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숙주세포의 관계는 열쇠와 자물쇠에 비유할 수 있다. 열쇠로 자물쇠를 열어 안으로 들어가듯,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쇠 역할을 하는 자신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자물쇠 구멍(문)과 같은 숙주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에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세포 내에 침입해 감염시킨다. ACE2는 세포막 단백질이다.

중국 공동연구팀은 바이러스 수용체에 대한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보다는 약하지만, 인간 세포에 들러붙는 결합력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이러스 수용체를 이루는 단백질 5개 중 4개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것과 다르지만 인간 세포와의 결합력은 강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만약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예 ACE2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면 어떨까. 살아 있는 세포의 표면에 결합할 수 없다는 것은 세포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끝에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른 물질을 인위적으로 결합시킬 방법을 찾아낸 것이 중국 상하이 제2군사의과대학 창젱병원과 자오퉁대 의대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ACE2 수용체는 2003년 8000여명이 감염돼 7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 원인 바이러스의 수용체이다. 이때 이미 ACE2라고 하는 수용체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ACE2를 목표물로 치료하는 치료제는 없다.

그런데 지난 2월 3일 공동연구팀은 ‘스파이크 단백질’(열쇠)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막는 물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ACE2 수용체와 사람의 항체를 결합해 만든 ‘재조합 단백질’이 그것이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생물학과 의학 분야의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https://www.biorxiv.org/)’에 공개됐다.

연구팀은 이 재조합 단백질이 초기 단계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했을까. 그들은 먼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든 시험관에 각각 재조합 단백질을 넣고 두 코로나바이러스와의 결합 상태를 주시했다. 그 결과 재조합 단백질이 각각의 바이러스와 강력하게 결합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재조합 단백질’이라는 다른 수용체와 결합할 경우 한번 결합한 수용체와는 떨어지기 어렵다. 이는 재조합 단백질과 결합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의 숙주세포 표면에 있는 ACE2와는 붙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당연히 초기 단계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 안전성 면에서 아직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강력하게 ‘중화’시키는 방법을 찾았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AI 이용 바이러스 억제 약물 찾다

현재 세계의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ACE2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난 단백질들을 3차원 구조로 모델링하는 홍콩과기대 연구팀의 연구도 그중 하나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들의 3차원 모델을 통해 B세포와 T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결합하는 수용체와 흡사한 것이 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AI기업 베네볼런트에이아이(BenevolentAI)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바이러스 자체를 억제하는 약물을 찾고 있다. ACE2 수용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 경로를 직접적으로 억제해 바이러스 감염을 방해할 수 있는 약물들이다. 연구팀이 이 방법에 AI를 이용하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후보군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물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와는 상관없는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4일자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이 약물을 적용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 출현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간 알려지지 않은 감염병이 발발할 가능성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찾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지만, 세균과 바이러스 등 병원체 스스로도 숙주를 효율적으로 감염시키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계를 피해 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이를 방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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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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