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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6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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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맹독성 해파리, 해양 감시 ‘사이보그’로 변신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보름달물해파리 photo 뉴시스
기후변화에 의한 해양환경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비정상적인 생명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름철 반복되는 해파리류의 대발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수온이 높아지면서 해파리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늘어난 덕분에 해파리 개체수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국내 해안에 나타나는 해파리는 31종. 이 가운데 맹독성 또는 강독성 해파리는 7종류다. 독을 가진 이 해파리들이 바다의 다른 생물들을 공격해 종종 양식장을 초토화시키거나 어망을 못 쓰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두려운 해파리를 ‘사이보그’로 만들어 해양 상태와 기후변화를 감시하게 한다는 연구가 발표돼 과학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 스탠퍼드대학의 공동연구팀이 이끈 연구인데 과연 사이보그 해파리는 해양 탐사에 나설 수 있을까.
   
   
   해파리에 전자장치 달아 환경 패턴 알아내
   
   해파리는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포(刺胞)생물이다. 해파리는 전 세계 대양에 200여종이 분포한다. 크기는 콩보다 작은 것부터 지름이 2m 이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 해안에 흔히 출현하는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표적. 해파리의 몸통 아래쪽에는 촉수가 달려 있고 촉수 표면에는 수많은 자포가 덮여 있는데, 이 자포에서 독이 나와 먹이를 잡거나 적을 공격한다. 촉수가 사람의 피부를 찌르면 찔린 부분이 퉁퉁 붓고 통증을 일으킨다. 호흡곤란, 오한이나 구역질, 근육마비, 심하면 심장마비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해파리는 바닷물의 농도 차이에 견디는 삼투압 제어능력이 뛰어나다. 먹이를 먹으려 상하좌우로 움직일 때 바닷물 농도가 변해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다. 또 근육수축 관련 유전자가 다른 자포동물보다 많다. 해파리가 헤엄칠 때 중요한 부분은 머리인데, 이 부위에서 근육수축 관련 유전자가 발현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해파리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즉 해파리는 삼투압에 적응하거나 독을 만들어 쏘는 화학적인 능력과 근육수축을 통해 바닷물을 뿜어 이동하는 일종의 제트추진 능력을 지닌 셈이다.
   
   공동연구팀은 해파리의 이런 능력에 주목했다. 하지만 해파리가 머리나 촉수를 움직여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빠르기는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해파리를 더 빨리 헤엄치도록 하여 해파리가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통해 해양 온도, 염도, 산소 수준 등을 추적할 수 있게 할 방법이 없을까 연구했다. 그 결과 해파리의 헤엄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보름달물해파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헤엄 속도를 입증했다. 폭 2㎝의 원통형 상자 안에 장착한 전자장치를 6마리 보름달물해파리의 몸 아래에 고정시킨 다음 옆면에 두 개의 전극을 달았다. 그 뒤 이들 해파리를 수조 속에 넣고 전자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그 결과 전자장치에서 펄스(아주 짧은 시간 동안 흐르는 전류)가 규칙적으로 발생해 해파리의 근육을 자극시켜 헤엄 속도를 높였다. 전자장치는 해파리의 손상 없이 붙였다가 뗄 수 있고, 이를 제거해도 수일 내에 원래의 기능을 다시 회복한다.
   
   전자장치는 마치 심장박동 조율기가 심장박동수를 조절하듯 해파리의 진동운동을 조절했다. 그를 통해 헤엄 속도를 높여 해파리가 물속에서 더 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에너지는 덜 소모하면서 해파리의 헤엄 속도는 평소보다 약 3배나 더 빨라졌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해파리의 헤엄 속도를 올리는 데 성공한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조종과 감지 기능을 가진 센서의 개발이다. 조종센서를 통해서는 해파리의 모든 움직임, 이를테면 좌회전이나 30도 회전, U턴 등을 조절하고, 감지센서의 장착을 통해서는 해양 온도와 염도, 산소 수준 등을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해파리가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통해 얻은 바닷속 환경패턴 자료는 날씨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1도 높아지면 ‘엘니뇨’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 엘니뇨는 2~3년에 걸쳐 천천히 발전한다. 비록 먼 바다의 표면온도가 약간 오르는 정도이지만,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엘니뇨의 정확한 발생 예측이 필요하다. 최근 호주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산불 역시 올해가 약한 엘니뇨의 해인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수많은 바다생물 중 해파리 선택한 이유
   
   그렇다면 바다의 수많은 생물 중에 해양을 감시하는 사이보그로 연구팀은 왜 해파리를 주목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지구 표면의 70.8%를 차지하는 바다는 면적이 3억6100만㎢에 이른다. 이렇게 넓고 거대한 바다를 감시하는 데는 온도와 깊이에 상관없이 바다 어느 곳에서든 살고 있는 해파리가 안성맞춤이다.
   
   만일 잠수함이나 해양로봇만으로 세계의 망망대해를 감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작비는 물론 잠수함이나 로봇이 활동하려면 동력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에 공학 요소를 결합하는 사이보그는 외부에서 해파리 자체에 전원을 공급할 필요가 없다. 해파리에 장착되는 전자장치에만 배터리가 필요할 뿐이다.
   
   해파리의 몸은 젤리 상태의 한천질로 되어 있어서 헤엄치는 힘이 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파리는 근육수축을 통해 물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작용만으로 해파리를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데는 다소 부족하다.
   
   그래서 해파리는 대부분의 이동을 해풍과 조류의 흐름에 의존한다. 헤엄을 치려고 몸통을 구부릴 때 주위의 수압을 변화시키지 않고 앞쪽 움직임을 증가시키므로 에너지를 그만큼 덜 사용하는 것이다. 해파리는 물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여 움직이는 생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사이보그 해파리 또한 해양에서 활동하는 기존의 로봇들보다 에너지 효율이 10~100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파리는 심해에서도 서식한다. 자이언트해파리의 경우 996~1147m 사이의 심해에서 촬영된 적도 있다. 만일 심해에 서식하는 해파리들의 몸에 높은 수압에 견디는 소재의 전자장치를 장착한다면 심해의 환경 변화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이보그 해파리들이 일반 장비로는 정밀탐사하기 어려운 다양한 해저 지역에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바다의 환경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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