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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97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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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막장으로 치닫는 탈원전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duckhwan@sogang.ac.kr

▲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서명 5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 photo 뉴시스
맹목적인 탈원전이 꽉 막힌 막장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바짝 다가선 형국이다. 경제성·안전성·환경성이 모두 검증된 ‘현재’ 기술인 원전은 몰락의 길에 들어섰고, 애써 육성해야 할 ‘미래’ 기술인 신재생도 힘없이 스러지고 있다. 핵심 발전설비의 생산이 어려워지고, 태양광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도 막을 내렸고, 리튬이온 배터리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정유산업도 고전하고 있다. 무작정 밀어붙인 탈원전의 재앙적인 민낯이 송두리째 드러나면서 에너지 산업이 통째로 무너지고, 국민생활과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월성 1호기 감사 저버린 감사원
   
   최재형 감사원장이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가 ‘너무 복잡해서’ 2월 말까지 마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치를 감찰해야 할 헌법기관의 수장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한수원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가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감사원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국회법 제127조 2에 따라 감사원은 3개월 이내에 감사를 완료해야만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2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연장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이른바 촛불 민심이 절박하게 외쳤던 법치다. 감사원장이 드러내놓고 국회법을 무시하면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회의 탄핵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감사원이 밝혀내야 할 진실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다. 어느 누구라도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한 팩트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소셜미디어(사회관계망)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월성 1호기의 가동률과 전력판매단가를 턱없이 낮춰서 경제성 평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상세하게 진술되어 있다. 경제성 평가의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을 자신이 나서서 직접 ‘설득’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사자의 솔직한 자발적 양심선언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기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의 절차적 문제도 낱낱이 알려져 있다. 이사들에게 안건도 알려주지 않았고, 경제성 평가서도 보여주지 않았다. 산업부에서 받았다는 ‘지시’의 정체도 오리무중이었다. 저잣거리의 장삼이사도 이사회를 그렇게 엉터리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무책임한 한수원 이사들에게는 언제라도 무거운 업무상배임의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정재훈 사장은 지난 정부에서 산업부의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7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작업을 직접 수행한 실무책임자였다. 원전입국의 선봉에 서 있던 인물이 한순간에 탈원전의 전사(戰士)로 돌변해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권교체에서 배를 갈아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2018년 8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체결한 낯 뜨거운 ‘경영성과협약서’도 공개됐다.
   
   감사원장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삼척동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원장이 자신의 보신(保身)을 위해 헌법기관의 역할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뒤늦게 탈원전의 들러리를 자처한 것은 명백한 국정농단이다.
   
   감사원장이 밝은 대낮에 국무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소환당한’ 것부터 이례적이었다. 특히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총리와 감사원장의 공개적 회동은 부적절했다. 법관 출신의 자존심으로 정중하게 사양하는 것이 도리였다. 총리실의 1급 관료를 감사위원으로 영전시킨 바로 다음날 감사 연기를 발표한 것도 황당했다. 감사원장이 총리로부터 가이드라인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은 당연한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우길 수도 없다.
   
   감사원장의 공개적 소환은 정세균 총리에게도 멋쩍은 일이었다. 아무리 의전 서열이 낮아졌어도 국회의장을 역임한 자존심은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했다. 수오지심(羞惡之心)까지 포기해버린 총리와 감사원장이 법치 실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들이 속절없이 사문화(死文化)되고 있다. 원자력을 국민생활의 향상과 복지 증진에 활용하도록 규정한 1958년의 원자력진흥법이 대표적이다. 법에 명시된 원자력진흥위원회도 무력화되어 버렸다. 원자력진흥법이 살아 있으면 탈원전은 불법이다. 단 한 건의 입법 조치를 하지 않은 국회도 명백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산업부가 망가뜨리는 에너지 산업
   
   발전설비의 핵심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이 공중분해되고 있다. 임원 감축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현장인력의 대규모 명예퇴직이다. 1000명 이상의 고경력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수많은 협력사의 감원도 불가피하다. 원전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킨 엔지니어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나라를 떠나게 된다. 사라진 좋은 일자리는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도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몰락은 탈원전이 아니라 경영진의 오판 때문이라는 산업부의 주장은 국민 기만적인 것이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세계 발전 시장의 침체로 인한 석탄화력 발주의 감소를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한울 3·4호기의 원자로 장비가 두산중공업의 야적장에서 벌겋게 녹슬고 있다. 정부가 원자로의 제작비용을 보상해준 것도 아니었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까지 무작정 내던져버린 것도 산업부였다. 그렇다고 실제로 석탄화력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한전의 탈석탄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네덜란드공적연금(APG)은 그런 이유 때문에 최근 6000만유로의 한전 지분을 매각해버렸다.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못한 태양광 산업의 붕괴도 심각하다. 태양광패널 세계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던 OCI가 국내의 폴리실리콘 생산시설 3곳을 폐쇄한다. 세계 1위의 한화솔루션도 조만간 국내 생산을 포기할 예정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비윤리적인 신재생 마피아들이 값싼 중국산에 매달리면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산업부가 또 국민을 무시하는 엉터리 궤변을 내놓았다. 폴리실리콘 산업의 붕괴는 글로벌 시장의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산업부가 국가 기간산업의 육성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내던져버리고, 제대로 익지도 않은 신재생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탈원전이 태양광 산업 붕괴의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원인이다.
   
   
▲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 photo 뉴시스

   배터리 산업 망가뜨릴 엉터리 ESS 화재 조사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도 좌초하고 있다. 산업부가 연이어 발생한 28건의 ESS 화재에 대한 책임을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에 떠넘겨버렸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산업부의 조사 결과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불안하다. 자칫하면 배터리 사업을 통째로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산업부의 화재원인 조사는 설득력이 없다. 산업부의 주장처럼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같은 제조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도 걱정해야 한다. 전국의 대형건물에 설치된 712개소의 전력수요 조절용 ESS도 그냥 둘 수 없다.
   
   ESS 화재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산업부의 조사에서 애써 외면해버린 신재생 ESS의 어설픈 관리 실태에 답이 있다. 컨테이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건물에 설치 기준도 없이 어설프게 넣어놓은 778기의 ESS는 관리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먼지와 온도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ESS는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 마피아들이 설치하는 ESS 설비의 품질도 의심스럽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을 무작정 포기할 수는 없다. 에너지 정책은 어설픈 통계로 결정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기술을 갖추지 못한 대만·독일·스위스가 원전을 포기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우리도 반드시 원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는 반드시 국가의 기술력·경제력·환경조건이 충실하게 반영되어야만 한다. 봉준호 감독의 인용을 빌리면, 에너지 정책에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이다’.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 이후 원전을 포기했던 미국이나 1980년대 신재생에 넋을 빼앗겼던 영국이 모두 이제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에너지 기술은 원한다고 요술방망이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확보한 에너지 기술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원전기술이 그렇다.
   
   신재생에 의한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이미 축구장 7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 정부가 탈원전을 위한 신재생 확대 정책을 고집하면 숲의 훼손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70년 동안 땀 흘렸던 조림사업의 성과가 원전기술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숲이 줄어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부담도 늘어난다. 환경부가 밀어붙이는 배출권 거래제에 의한 한전의 부담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배출권 비용이 한전 적자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커먼 태양광패널에 의한 환경오염도 걱정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언제까지나 탈원전 비용을 한전에 떠넘길 수는 없다. 한전은 2018년에 이어 작년에도 엄청난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나 경부하 할인 제도의 폐지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소비자에게 떠넘겨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이념적 투쟁으로 변질되어 버린 탈원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안전하고 깨끗한 청정에너지는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에너지로부터 편익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주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원전이 위험하고 더럽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는 패배주의적 인식은 버려야 한다. 위험하고 더러운 것이라도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안전성이 확보된 월성 1호기는 당장 재가동해야 하고, 월성 2·3·4호기의 가동에 꼭 필요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의 증설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중단시켜버린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의 건설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주저앉은 경제를 살리려면 탈원전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불통 대통령도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다. 탈원전은 국가경제와 환경을 파탄 내고, 국민행복을 가로막는 망국적 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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