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과학자의 세상 읽기]  코로나19 진단 강국의 후진적 마스크 행정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IT/과학
[2599호] 2020.03.16
관련 연재물

[과학자의 세상 읽기]코로나19 진단 강국의 후진적 마스크 행정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지난 3월 2일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에 활용될 검체를 담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가 ‘코로나 진단 강국’으로 우뚝 섰다. 자축 분위기에 들뜬 정부·여당에서는 기적을 일궈낸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부의 무능을 원망하던 국민들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는 목소리에 거침이 없다. 그런데 국민들의 현실은 팍팍하다. 감염 확산을 걱정하는 106개 국가가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투박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이 더욱 잦아지고 있는 것도 당혹스럽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겁에 질린 국민들이 ‘공적(公的)’ 마스크 2장을 사려고 하루 종일 약국을 기웃거리고 있다.
   
   
   20년 축적 생명공학 기술의 개가
   
   우리의 진단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3월 11일 현재 21만144건의 검사를 실시했다. 획기적인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도 만들었다. 8296건을 검사한 일본이나, 1583건을 검사한 미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은 바이러스 검사보다 임상 자료에 더 많이 의존했다. 중국의 통계가 들쭉날쭉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진단 역량은 재빠르게 개발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12) 전용 진단키트 덕분이다. 최첨단의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RT-PCR)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염기서열만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24시간이었던 검사 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다. 이제는 1시간45분 만에 검사를 끝내는 키트도 만들었다. 400만원의 검사비용도 16만원으로 낮췄다. 지금까지 절약한 비용만 해도 8000억원이 넘는다.
   
   그런 진단키트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분석센터를 설립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에 대비해왔던 결과다. 진단검사학회·화학연구원·생명공학연구원과 바이오 벤처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있었다. 완벽한 준비를 갖춘 산학 연관 개발팀이 국제적으로 공개된 유전정보를 활용해서 진단키트를 완성하기까지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여년 동안 묵묵히 축적해놓은 생명공학 기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키트가 현장에 처음 투입된 것은 지난 2월 4일이었다. 첫 감염자가 확인되고 2주 후였고, 대구의 31번 감염자가 등장하기 보름 전이었다. 현재 씨젠·코젠바이오텍·SD바이오센서·솔젠트 등 4개사가 일주일에 40만명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조기진단 때문에 감염 실태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일부 정치인의 불평은 모욕적인 억지다. 오히려 진단키트 덕분에 돌이킬 수 없는 폐렴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염자를 임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고, 감염자에 의한 추가 감염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망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이 확실한 증거다.
   
   우리 진단키트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종식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물론 진단키트의 수출로 적지 않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을 푸대접해왔던 정부의 진지한 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치를 거부한 마스크 5부제
   
   반면 당혹스러운 마스크 대란은 정부·여당이 질병관리본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 내용을 왜곡하고 침소봉대시켜 만들어낸 인재(人災)다. 마스크를 패션용품으로 착각하는 정부·여당의 책임자들에게 마스크의 수급은 애초부터 관심사가 될 수 없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마스크에 매달렸던 것은 아니었다. 2009년 신종플루 때는 감염이 본격화되고 나서도 한 달이나 지나서야 보건용 마스크가 처음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감염 고위험군에나 필요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이 ‘비말 감염’과 ‘공기 감염’의 가능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2015년의 메르스 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의 마스크 착용률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처음부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자’에게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도 뒤늦게 그런 권고가 공중보건학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마스크 광풍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미세·초미세먼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세먼지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KF80(황사용)이나 KF94(방역용)의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런 권고에 익숙해진 국민들이 이번에는 정부와 무책임한 일부 전문가의 과도한 주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감염자나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반드시 방역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용한 마스크는 재사용도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마스크의 바이러스 감염을 걱정해야 한다면 입고 있는 옷의 바이러스 감염도 걱정해야 한다. 마스크 표면의 오염만 걱정하는 엉터리 주장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은 환경에서 활동하는 경우에는 면(綿) 마스크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면 마스크도 비말(침방울)은 물론 오염된 손까지 충분히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역용 마스크를 제대로 밀착시켜서 착용하면 20분만 착용해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이 힘들어진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주일을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마스크 5부제’는 대통령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어설프고 비현실적인 졸작이었다. 곧바로 대리구매 범위를 확대하라고 공개적으로 보완을 지시해야만 했다.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5부제’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2400만명에 이르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무시해버렸다. 전업주부·재학생·구직단념자·취입준비자도 ‘공적’ 마스크가 필요하고, 15세 미만의 아동·청소년도 마찬가지다. 하루 생산량을 1400만장으로 확대해도 5100만 국민에게 매주 2장의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공적 마스크를 사나흘씩 재사용하라는 주장도 억지다. 아마도 근검절약이 몸에 밴 여당 대표의 발언을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이지만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습기에 의한 세균 증식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적’ 마스크의 ‘공적’ 판매는 법치를 완전히 벗어난 위헌적 정책이다. 시장경제를 분명하게 천명한 헌법 제119조에도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와대 정책실장도 ‘쉽지 않은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의 정책수단’이라고 공개적으로 실토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크게 벗어난 ‘공적(公的)’ 마스크가 자칫 ‘공적(公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