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대한 모습. 미국 피츠버그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두 달 만에 93건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photo 셔터스톡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대한 모습. 미국 피츠버그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두 달 만에 93건의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photo 셔터스톡

코로나19(WHO의 정식 명칭은 COVID-19) 바이러스가 이미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미국 피츠버그병원 연구팀의 연구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불과 두 달 만에 93건이 발생했다는 것. 뿐만 아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2종류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모든 바이러스는 증식하는 과정에서 염기서열에 변이가 생길 수 있다. 변이의 발생 빈도와 정도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시작했다는 결과를 어떤 방법으로 얻었을까.

86개 바이러스에서 93건의 변이 확인

미국의 연구팀은 코로나19의 돌연변이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지사이드(GISAID)에 등록된 확진 환자 138명의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조사했다. 지사이드는 코로나19 정보를 알려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정보 공유 사이트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연구팀은 138명의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2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1개와 1월에서 2월까지 중국(50개), 미국(11개), 호주(5개), 한국(1개) 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총 86개를 수집하여 유전정보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불과 두 달 만에 93건의 돌연변이 부위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만9800개 유전자 염기서열로 구성돼 있다. 이 중 93개의 염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코로나19는 RNA만 가진 RNA바이러스다. DNA와 RNA는 뉴클레오티드가 길게 붙어 있는 핵산을 말한다. 각 뉴클레오티드는 당과 염기, 인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산과 당은 항상 고정이다. 하지만 염기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4가지 중 하나씩을 갖는다. 어떤 뉴클레오티드는 아데닌을, 또 어떤 뉴클레오티드는 티민을 가지고 있는 식이다. 유전정보는 바로 이 염기서열 순서를 말하는데, 여기서 93건의 돌연변이 부위가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3개는 전파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용체 결합 부위’에서 일어났다. 바이러스는 인체에 침입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특정 수용체가 있어야만 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ACE2 수용체와 잘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수용체가 아니면 바이러스가 달라붙지 못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과 이근화 교수는 미국 연구팀의 연구와 관련해 변이가 생길 수는 있지만 이 논문대로라면 지금의 변이 속도는 너무 빠르다고 말한다. 이처럼 빠른 변이가 계속되어 만약 바이러스와 인간 세포의 결합력을 높이는 방향, 즉 숙주세포 안으로 쉽게 들어가기 위해 수용체와 달라붙는 정도를 강하게 하는 방향으로 변이가 일어난다면 전파력이 더 세지거나 재감염까지 나타날 수 있다. 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팀장은 바이러스 스스로 숙주를 효율적으로 감염시키기 위해 돌연변이를 통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연구팀, 코로나19 2종류로 진화 발견

한편 지난 3월 4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파속도와 증상발현 정도가 확연히 다른 두 종류로 진화했다는 중국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중국과학원이 발행하는 ‘국가과학평론’ 3월호에 실린 중국 베이징대 생명과학부와 중국과학원,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의 연구 논문을 인용해 소개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해 코로나19가 S형과 L형으로 이미 변이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즉 코로나19에는 S형과 L형 두 종류가 있다는 얘기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로부터 얻은 103개 바이러스의 유전체(게놈) 진화 과정을 분석해 149건의 돌연변이 부위를 찾아냈고, 149건 중 101개가 S형과 L형에 속했다. L형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 유형에 붙인 이름이고, 이보다 드물게 나타나는 유형은 S형으로 명명했다.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우한에는 L형이 널리 확산돼 있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 사람을 감염시킨 것 또한 대부분(70%) L형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S형과 L형은 RNA 28144번 유전체가 서로 다르게 구성돼 있다. 또 전염력, 중증 증상 발현 정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팀은 S형에 비해 L형이 전염력이나 침투성이 훨씬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S형에 변이가 일어나 공격적인 L형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S형의 전파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 유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방역 등으로 L형의 공격성이 떨어져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S형이 늘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S형에서 L형으로 변이된 과정과 돌연변이를 통해 변화되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더 연구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도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유전정보를 분석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하기 시작하던 초기,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6명의 코로나19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채취하고 그 유전정보를 분석해 지난 2월 27일 공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숙주세포의 수용체 결합 부위와 바이러스 증식, 그리고 병원성 등을 담당하는 주요 부위에서 아직까지 특별한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국내 코로나19는 아직 독성 변화 없어

또 이 분석 결과를 미국과 중국·일본·호주·벨기에·영국·독일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분석한 유전자 염기서열과 비교한 결과 99.7%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간에 극히 적은 변이들이 발견되긴 했으나 유전자 차이가 확인된 부위는 바이러스 증식이나 병원성과 관련 없는 부위(ORF1a, ORF3a, nsp3, nsp6)로 전파력, 독성 등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의 설명이다.

또 이번에 중국 연구팀이 발표한 S형과 L형에 대해서도 질병관리본부는 유전정보 분석 당시 이미 인지했다고 지난 3월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특성은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자료가 축적·공유돼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19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의 대응과 예방을 위해 추가적으로 상세한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코로나19 돌연변이 사태가 어떻게 움직일지 현재로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키워드

#과학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