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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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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게놈 수사관 코로나 경로 추적해보니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의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소용돌이에 전 세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모든 염기서열을 담은 게놈(유전체) 해독 연구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바이러스 정보 공유 사이트인 비영리기구 ‘지사이드(GISAID)’에는 세계 각지의 바이러스 동향과 감염 경로, 유전자 염기서열 해독 정보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경로를 거쳐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을까.
   
   
   4개월간의 바이러스 ‘가계도’와 유입 경로
   
   과학자들은 게놈을 해독한 정보 데이터를 통해 한국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게놈 해독은 바이러스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 연구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쳐 만든 말로,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염기서열 전체를 뜻한다. 감염병이 확산할 때 세계 환자의 바이러스 게놈을 해독해 시기별·지역별로 비교하면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을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게놈을 바탕으로 감염병의 경로를 알아내는 이 기술을 ‘게놈 역학’이라고 한다.
   
   국제 역학 자료와 사람들의 이동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게놈 역학 지도는 2009년에 발생했던 인플루엔자 대유행(팬데믹)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줬다. 최근에는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전달하는 인포그래픽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전파 시나리오와 방역 방법,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바이러스의 발원지와 확산 경로를 정확히 보여준다.
   
   현재 지사이드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4개월간 중국·미국·유럽·오스트레일리아·태국 등에서 분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 데이터가 420개 공개되어 있다. 이 유전적 데이터를 소프트웨어 ‘넥스트스트레인(Nextstrain)’이 분석해 바이러스의 경로를 시각적 그래프로 만들어 낸다. 넥스트스트레인은 온라인에 공개된 오픈 소스 분석 프로그램으로, 지난 4개월 동안 전 세계 국가에 퍼진 모든 바이러스의 ‘가계도’와 유입 경로를 확인해 주었다. 각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지역을 통해 왔는지 추적했다는 얘기다.
   
   만일 A가 B로부터 감염됐다면, 두 사람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에는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에 이보다 더 정확한 감염 경로 추적 방법은 없다. 생물체의 유전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의 집합체 게놈은 보통 DNA에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일부 바이러스는 RNA에 새겨져 있다. 모든 생물의 세포에는 핵이 있고, 핵 속에는 일정한 수의 염색체가 있으며, 염색체 안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정보를 가진 DNA(또는 RNA)가 있다. 이러한 DNA(또는 RNA)를 포함하는 유전자 또는 염색체군(群)을 일컬어 게놈이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은 2만9800개의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다. 즉 2만9800개의 글자로 이뤄진 책이 바이러스의 게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바이러스의 게놈은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염기서열에 변이가 생길 수 있다. RNA는 4개의 염기(A, C, G, T)서열 가운데 하나로 되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유전자 구조가 새롭게 바뀌어 변이가 일어난다. 이를테면 TAC였던 유전자 부위가 TAU로 하나가 변하거나 2개로 변한 TCT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한 달에 평균 1~2개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가 변이를 일으킨다고 지난 3월 9일 밝혔다. 변이의 발생 빈도와 정도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이러한 변이 정보는 고스란히 게놈에 남는다.
   
   염기서열, 즉 게놈 정보는 바이러스가 확산된 나라, 그리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넘어간 바이러스와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바이러스의 경우, 발원지가 같은 바이러스일지라도 영국에서는 TAC가 TAU로, 미국에서는 AAC로 각각 다르게 변이가 일어난다. 또 영국 런던의 TAC가 같은 나라 도시 옥스퍼드로 건너가서는 TAT로 변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유전자 부위에 똑같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바이러스 변이 부위와 개수, 종류를 추적하면 감염자 동선을 직접 조사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날 어느 나라의 어디로부터 유입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픈 소프트웨어 넥스트스트레인이 분석한 4개월간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경로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발원지는 중국이다. 한국은 지난 3월 12일까지 12개의 게놈 데이터를 제공했는데 모두 중국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에서 발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서울·경기 지역에는 베이징이나 저장성에서 기원한 바이러스도 등장했다. 충청도 천안은 안후이성에서 건너온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월 중국의 우한 지역에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져 나갈 때, 그 바이러스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 근거도 바로 게놈 해독에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선 미국의 발원지 또한 대부분 중국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 27일 중국 호흡기 질병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 원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고, 지난 3월 12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월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5명의 미국 선수가 전염병에 걸려 격리 치료를 받은 일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추측된다. 하지만 선수들을 치료했던 우한 진인탄병원은 5명이 말라리아에 걸렸기 때문이라며 결코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 WHO의 바이러스 정보 공유 사이트인 ‘지사이드(GISAID)’가 분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경로.

   브라질은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건너와
   
   영국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는 중국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일하게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나라는 지구촌 대륙 중 가장 마지막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바이러스가 건너온 것으로 넥스트스트레인은 분석했다.
   
   코로나19의 게놈 분석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각국의 게놈 정보들이 축적되고 공유될 것이다. 그에 따라 바이러스 변이 특성 또한 더 세밀하게 파악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백신 연구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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