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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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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백신·치료제는 희망고문? 어설픈 임상실험의 재앙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예방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기대도 절박해지고 있다. 많은 제약사와 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도 50억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데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를 일으켰던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백신·치료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괜한 희망고문일 수도 있다. “완벽한 임상시험이 꼭 필요한 백신·치료제의 개발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신약을 찾아내는 일은 모래밭에서 눈 감고 바늘을 찾는 일만큼 어렵다. 질병의 원인과 약물의 작동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현대 의학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약 개발은 여전히 10년 이상의 막대한 투자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현대 과학기술의 난제 중의 난제다. 성공이 보장되는 일도 아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물을 재평가해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재창출(repositioning)’은 훌륭한 신약 개발 방법이다. 이미 공개된 독성 자료 덕분에 동물·임상시험을 최대한 압축해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1897년에 해열·진통·소염제로 개발된 최초의 합성 의약품인 아스피린이 오늘날 혈전(血栓) 용해제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도 약물 재창출의 성과다. 이제는 간암 예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약물 재창출은 한시가 급한 코로나19의 개발에 특히 유용한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체인저’라고 떠들썩하게 강조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대표적이다. 1955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에도 쓸모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세다.
   
   다양한 항(抗)바이러스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검토하고 있다. 렘데시비르(에볼라), 칼레트라(에이즈), 일본의 아비간(독감)처럼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임상시험 중에 있는 다양한 후보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된 후보는 없다. 포기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기대도 금물이다.
   
   구충제로 개발된 이버멕틴(ivermectin)에 대한 관심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48시간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한다는 호주의 초보적인 세포실험 결과 때문이다. 사실 이버멕틴은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와 미국의 윌리엄 캠벨에게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준 아버멕틴(avermectin)의 유도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급하는 필수의약품으로 매년 3억명의 저개발국 주민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에이즈·뎅기열·독감·지카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치료제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다.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하는 치료법도 검증되고 있다. 혈장(血漿)에 남아 있는 항체를 활용하는 시도는 아직도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이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사례가 알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개념의 세포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완치자의 항체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Ig)을 분리·농축시켜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가 세포의 수용체(ACE2)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는 중화(中和) 항체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신속히 시험하라고 지시했다. photo 뉴시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임상시험
   
   절박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시행착오에 의존하던 과거 어둠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애써 정립해놓은 생명윤리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목적이 선하다고 부실한 절차가 정당한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치료제는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1957년 어설픈 임상시험으로 수많은 기형아를 탄생시켰던 탈리도마이드의 재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백신·치료제의 개발은 정확성·신속성·경제성만 확인하는 진단키트 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체에 직접 주입해야 하고, 효능 확인도 어렵고, 독성에 의한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특히 예방 백신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어렵다. 시험자를 감염 위험에 직접 노출시켜야만 효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걸리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은 절대 불필요한 낭비가 아니다.
   
   임상시험으로 충분이 검증되지 않은 ‘나쁜’ 백신·치료제의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게 증폭될 수밖에 없다. 어설프게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는 심각한 사회적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자칫하면 현대 의학에 대한 심각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임상시험과 규제가 통째로 무력화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은 절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의 게임체인저로 둔갑해버렸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절친한 변호사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라고 한다. 외교를 핑계로 일본이 독감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아비간에 긴급사용을 허가해주는 일도 벌어졌다.
   
   백신·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에는 백신도 있었고,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7억명 이상이 감염되고, 57만명이 사망했다. 우리도 75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263명이 사망했다. 백신과 타미플루의 부작용에 의한 갈등도 심각했다.
   
   팬데믹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갈등과 분열의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코로나19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와 두려움으로 표출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공중의료를 외면해버린 정치적 포퓰리즘도 절망적인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다. 코로나19 감염자의 80%는 자신의 면역력만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한다. 신속 진단,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바이러스가 사라질 때까지는 경계의 끈을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이유로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던 우리의 상황을 진정시켜준 것은 바이오벤처들이 재빠르게 개발해준 진단키트였다. 역시 믿을 것은 오로지 과학기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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