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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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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혈장치료법, 코로나19 치료의 히든카드 될까?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지난 3월 2일 중국 후난성 헝양에 위치한 난화대학부속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채취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혈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의 회복기 혈장을 이용하는 치료에 돌입하고 있는 것.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시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바로 사용이 가능한 혈장은 백신이나 특정 항바이러스제가 없을 경우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는 유효한 치료법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체가 들어오면 이에 맞서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혈장 치료는 다량의 항체가 들어 있는 완치자의 혈장을 코로나19 환자에게 주입해 저항력을 갖게 하는 원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있는 항체를 넣어줌으로써 환자의 면역계가 바이러스에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단 혈장 치료 효과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치료에 주로 활용한다.
   
   
   미, 항체 치료법 승인과 임상시험 시행
   
   지난 3월 24일(현지시각)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의료진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신청할 경우, 완치된 코로나19 환자로부터 기증받은 혈장을 사용하도록 일부 승인했다. 그리고 4월 1일(한국시각), 이 FDA의 응급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텍사스 휴스턴 소재 감리교병원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환자에게 혈장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대상자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지 않은 심각한 중증 환자였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항체가 풍부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기증받아 주입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내고 있는 뉴욕의 경우 마운트시나이대 병원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가 먼저 혈장 치료에 들어가고, 뉴욕 전역의 대학병원에서도 임상시험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뉴욕헌혈센터(NYBC)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의 혈액을 기증받았다.
   
   혈장은 우리 몸의 혈액을 이루는 성분 중 하나다. 혈액은 적혈구 42%, 백혈구 1%, 혈장 57%로 구성되어 있다. 혈장은 90%의 물과 7~8%의 단백질, 기타 2%의 성분으로 이뤄진 액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감염 약 일주일 후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한 면역 단백질 이뮤노글로불린M(IgM)과 이뮤노글로불린G(IgG)라는 항체가 몸에 형성된다. 혈장 치료에서는 이 항체를 중증 환자에게 주입한다.
   
   문제는 완치자의 혈액과 혈장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이다. 일단 혈장을 기증하겠다는 완치자의 의사가 가장 우선이지만, 혈액 안에 충분한 양의 항체가 들어 있는 적절한 완치자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 혈장 치료는 완치자 1명의 혈장을 확진자 1명에게 주입하는 일대일 방식이 아니다. 여러 명의 완치자에게서 확보한 혈장을 1명에게 주입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혈장 치료를 위해선 완치자의 혈액 6~7L가 필요하다.
   
   혈장치료법의 최대 장점은 임상 현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하는 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린다. 만약 혈장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중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임상을 거쳐야 하는 약물들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방법도 간단하다는 것이다. 저렴한 혈장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어떤 국가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혈장치료제가 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혈장을 이용한 방법은 이전부터 전염병 치료에 쓰이던 방법이다. 증명된 백신이나 뚜렷한 치료제가 없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5년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활용되었다. 또 2009년의 H1N1 인플루엔자, H5N1 인플루엔자, 1995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도 환자를 대상으로 혈장 투여가 진행됐다. 2002년 사스 발병 당시 홍콩에서 약 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됐는데, 증세가 나타난 지 2주 이내에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퇴원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美보다 앞선 중국, 증세 호전 효과
   
   미국보다 앞서 혈장 치료를 시도한 나라는 중국이다. 선청광 중국 난팡과기대 선전제3인민병원 교수팀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앓고 있는 5명에게 혈장을 주입했다. 4명은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해야 하고, 1명은 에크모(체외막 산소 공급)를 이용해야 하는 중증 상태였다. 혈장 주입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5명 모두 발열이 감소하고 바이러스 수가 줄어들었다. 혈장 투여 3일 후 5명 중 4명의 체온이 떨어졌고, 12일 뒤에는 음성으로 전환되면서 급성호흡곤란증후군도 사라졌다. 그리고 4명 중 3명은 혈장을 투여한 지 51~55일 만에 퇴원했다. 나머지 2명도 상태가 호전됐다. 이러한 결과는 의학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 3월 28일 자에 발표되었다.
   
   또 중국생물기술유한공사 소속 연구진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10명에게 회복기 혈장을 주입한 결과 최종적으로 모두 치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혈장 주입 이후 환자들의 염증 수치가 줄어들고 면역계를 구성하는 림프구 수치는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지난 3월 29일 오전 기준)이 먼저 나섰다. 혈장 유래 의약품 전문기업 그리폴스(Grifols)가 완치자의 혈장을 모아 코로나19에 대한 치료법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FDA 등 미국의 보건 관련 기관들과 공식 협약을 체결했다. 스페인은 자체 혈장기증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폴스는 미국의 혈장기증센터에서 얻은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해 과다면역 글로불린을 생산한 후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한국도 혈장 치료를 시도했다. 지난 4월 1일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혈장을 주입했다. 효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치료 방법과 결과는 이르면 1~2주 내에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혈장 치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염려한다. 혈장 치료가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혈장에 따라 항체의 양이 다르고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있어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환자에게서 혈장 치료가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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