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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호]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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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대기역학 연구자 손석우 서울대 교수 “성층권에 동풍이 불면…”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손석우 서울대 자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약간 쑥스러운 듯 “공부할 생각이 없었다. 학부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5일 서울대 501동 연구실에서 만난 손 교수는 “그래서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다. 친구들은 공군 장교로 간다고 했으나, 나는 복무기간이 가장 짧은 현역을 택했다. 빨리 취직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1992년 학번인 그가 학부를 졸업했을 때는 1999년 초였다. 아뿔싸, 한국이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한창 겪고 있었고 취업문이 닫혀 있을 때였다. 그는 시간을 벌기 위해 대학원에 갔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공부에 뒤늦게 재미를 들였다.
   
   1990년대 말은 일기예보 정확도를 올리는 게 사회적 관심사였다. 석사과정 때 일기예보 관련 수치 모델을 연구했다. 석사를 마친 뒤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으로 박사 공부를 하러 떠났다. ‘펜스테이트(Penn State)’를 택한 이유는 석사 때 연구한 수치 모델을 이 대학에서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학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가 협업을 통해 만든 기후예측 모델은 당시 세계 최고였다.
   
   유학 가서 처음 2년은 밤낮없이 공부만 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 공부가 끝난 뒤 일자리 걱정도 앞섰다. 그런데 논문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이수경 교수. 그는 손석우 박사과정 학생의 서울대 대기과학과 선배이기도 하다. 이수경 교수가 어느 날 손석우 학생을 불렀다. 물론 영어로 말했다. “석우, 너 카페에 일주일에 몇 번 가니?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손석우 박사과정 학생은 당시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시간이 좀 지나고서야 지도교수의 말을 이해하였다. 연구실을 나서 카페에 갔다. 그리고 많지 않지만 동료 학생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연구 분야가 달라서 그들과의 대화가 공부에 별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평소 생각지 못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현상을 보는 시선이 확대됐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3년 반이 지나니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 교수는 “학생들에게 그때 경험을 얘기해 준다”라고 말했다.
   
   
   중위도 제트역학 연구로 박사
   
   졸업 논문은 ‘중위도 제트역학’에 관해 썼다. ‘중위도(中緯度)’는 위도 30~60도 사이 지역이다. 손석우 교수는 “매우 센 바람을 제트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행기 여행자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나 유럽에 갈 때 ‘제트기류’ 이야기를 듣는다. 비행기 꼬리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빨리 날고, 비행기 머리 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비행기 속도가 떨어진다. 이때 비행기는 10㎞ 상공의 대류권계면 근처를 나는데, 이곳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제트기류다. 손 교수에 따르면, 제트기류가 남반구에는 2개가 있고, 북반구에는 대서양에 2개, 태평양에 1개가 있다. 제트는 매일매일 방향과 세기가 조금씩 바뀐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는, 즉 기후학적으로 본 제트역학을 연구했다. 손석우 교수는 “기존 연구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고 자신의 연구를 겸손하게 설명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잠시 허리케인(동아시아에서는 태풍,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라고 한다)을 연구할까 생각했다. 허리케인은 오래된 이슈이기는 하나 세계적으로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고 취업도 상대적으로 쉽다.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자리와 연구 토픽을 생각하던 중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대류권계면과 성층권 연구를 몇 년 전 새로 시작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계인 로렌조 폴바니 교수였다. 당시 성층권은 비교적 연구가 안된 분야였다.
   
   젊은 연구자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언제나 찾는 법. 손석우 박사에게도 성층권 연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는 뉴욕으로 가서 성층권(10~50㎞ 상공)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그때 함께 박사후연구원으로 성층권을 연구한 동료가 지금은 뉴욕대학(NYU)에 있는 애드윈 거버 교수다.
   
   손 교수는 “성층권을 연구해서 우리가 앞으로 잘살 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하며 지냈다”면서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박사후연구원으로 2년을 보낸 후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거버 박사는 뉴욕으로, 손석우 박사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명문대학 맥길대학 교수가 되었다.
   
   
   사이언스에 논문 실려 한국서 기사화
   
   뉴욕에서 몬트리올로 오기 직전 손석우 교수는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냈다. 컬럼비아대학의 폴바니 교수 연구실에서 성층권 연구를 하며 오존을 파고들었는데, 그게 주목을 받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사이언스에 한국인 과학자 논문이 실리면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 동아일보 등 한국 신문 세 곳에 손석우 교수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기사가 나왔다. 손석우 교수의 부친은 그때 신문 기사를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언스 2008년 6월 13일 자에 나온 논문 제목은 ‘성층권 오존 회복이 남반구 중위도 제트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Stratospheric Ozone Recovery on the Southern Hemisphere Westerly Jet)’. “오존이 기후를 바꿀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남반구 기후변화는 오존층이 더 크게 작용한다. 여름철 기후변화는 80%가 오존 때문이다. 북반구는 상대적으로 오존의 영향이 적다. 나의 당시 사이언스 논문은 대기 화학작용이 충분히 고려된 모델을 이용하여 성층권 오존 변화가 남반구 기후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밝혔다. 이후 남반구 오존 구멍은 남반구의 구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손석우 교수는 이 같은 오존 연구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의 오존평가보고서 작성에 저자로 참여했다. WMO/UNEP 오존평가보고서는 4년마다 작성하는데 손 교수는 2010년, 2014년 보고서 작성에 저자로 일했다. 손석우 교수는 “오존평가보고서가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레온가스(CFC) 배출량이 오존 구멍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온 이후 이 보고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정책입안자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손석우 교수는 대기역학, 그중에서도 중층대기의 역학 과정을 연구한다. 중층대기의 ‘중층’은 성층권을 말한다. “보통 기후변화 하면 바다, 해빙, 육상의 식생과 같은 기후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아래에서, 위에 있는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이와 달리 나는 위에서 내려다본다. 대류권 위의 성층권, 즉 고도 10㎞ 이상인 지역이 대류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세계기상기구 오존평가보고서 작성자
   
   성층권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린 건 1980년대 이후 큰 이슈였다. 프레온가스의 과다사용이 원인으로 지적됐고, 무엇보다 오존이라는 방파제가 약해지면서 태양 자외선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대두되었다. 손석우 교수는 “지구 역사에서 오존층 형성은 중요하다. 오존층이 생겨 지표면에 떨어지는 태양발 자외선이 줄어들었다. 자외선 폭격이 끝났을 때 생명체가 바다에서 육지로 처음 올라왔다. 이때 지상에 양서류가 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성층권 과정이 기후를 바꾸는 또 다른 예는 화산 폭발이다. 1991년에 터진 필리핀 루손섬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는 분출된 화산재가 18㎞ 성층권으로 올라갔다. 성층권은 공기가 희박한 데다, 이곳에 한번 올라간 물질은 땅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다. 피나투보 화산재는 성층권에 1년 이상 머무르며, 태양빛을 차단해 대류권 기온을 1년 동안 1도 이상 떨어뜨렸다. 화산 한 개가 지구를 크게 냉각시켰다는 얘기다. 손석우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10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올라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대형 화산 폭발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석우 교수는 맥길대학 교수로 4년 일하고, 2012년 서울대학교로 옮겼다. 남극 성층권 오존을 연구하던 그는 서울대에 와서는 적도 성층권에 주목했다. 그리고 ‘적도 성층권이 대류권의 구름을 바꾼다’는 논문을 써서 2016년 학술지 네이처에 보냈다. 그러나 네이처 편집자가 손석우 교수의 연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다. 상식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성층권이 대류권계면의 온도, 바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았을 뿐, ‘성층권 과정이 구름을 바꾼다’는 생각은 없었다.
   
   손석우 교수는 지금까지 ‘성층권이 대류권의 구름을 바꾼다’는 관련 논문을 모두 4편 썼다. 처음 논문은 현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현상이 왜 있는지를 설명하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을 규명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 연구를 지난 2년간 했고, 모델링 실험 결과가 나와 현재 논문 작업을 하고 있다. 손석우 교수는 “이 논문이 주목을 받는 건 구름을 정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구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발견”이라고 말했다.
   
   
   “구름을 정성적으로 예측하는 모델 연구”
   
   손석우 교수가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그래픽 이미지들을 보여줬다. 그는 “10분만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다음 겨울철, 인도양과 태평양의 적도 지역에 생길 구름의 활동성을 정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적도 25㎞ 상공의 바람 방향을 먼저 보여주었는데 바람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약 1년은 서풍이 불고, 그뒤 1년은 바람 방향이 바뀌어 동풍이 분다. ‘성층권 준 2년 주기 진동’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손 교수가 주목한 또 다른 현상은 ‘매든-줄리안 진동(MJO)’이다. MJO는 미국 대기학자 두 사람이 1970년대에 발견했다. 손 교수가 보여주는 자료를 보니, 푸른색으로 표시된 강수대가 인도양에서 생긴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동쪽의 태평양 쪽으로 이동했다. 구름 크기는 한반도 10배 이상이다.
   
   이 거대한 구름은 태평양 가운데 하와이섬 조금 못 미치는 날짜변경선까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동했다. 통상적으로 구름이 생기면 비를 내리고 사라진다. 그런데 이 거대한 비구름은 수십 일 동안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유지된다.
   
   손석우 교수가 알아낸 건 ‘성층권 준 2년 주기 진동’과 ‘매든-줄리안 진동’ 간의 상관관계다. 즉 성층권에서 동풍이 불 때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적도 대류권에서 구름이 40%나 많아진다는 걸 확인했다. 성층권 지역에서 서풍이 불 때는 그 아래 대류권의 구름이 반대로 줄어들었다. 성층권 바람이 구름을 지대하게 바꾸고 있었다는 의미다. 손 교수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성층권에는 공기가 희박하고, 대류권에는 공기가 많다. 가벼운 성층권 대기가 대류권의 무거운 구름 활동에 큰 변화를 준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출판한 후 손석우 교수는 2017년 두 번째 논문에서는 주장을 좀 강하게 했다. ‘적도 대류를 성층권이 지배(control)한다’라고 기술했다. “그때까지 기후변동성 혹은 기후변화는 일방향이었다. 지표가 바뀌면 대기가 바뀐다고 보았다. 그러나 기후 시스템은 대류권 위의 성층권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적도에서 확인했다.” 손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뒤 다른 연구자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 연구들을 내놨다. 일본과 호주의 연구자들이 손 교수의 논문과 발표를 접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다.
   
   적도 성층권에서는 바람이 동풍과 서풍으로 왜 극적으로 바뀔까. 손석우 교수는 대기 중력파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 중력파에 의한 적도 성층권의 풍향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류권의 에너지는 파동 형태로 분산하려고 한다. 구름도 에너지 덩어리다. 이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상층으로 전파된다. 그런데 이 파동이 우주까지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성층권에서 상당량이 깨진다. 즉 성층권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성층권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마치 먼바다에서 만들어진 파도가 해안선에 부딪히면서 깨지고, 이를 통해 해안선을 바꾸는 것과 같다.”
   
   
   WMO 프로그램 SPARC 공동책임자
   
   손석우 교수는 세계기상기구(WMO)가 운영하는 4대 기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SPARC’의 공동책임자(co-chair)로 일한다. 국제 학계에서 그의 위상을 반영하는 활동이다. 세계기상기구는 날씨와 기후 분야 유엔 조직이고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다. SPARC (’스팍’이라고 발음한다) 사무실은 독일에 있다.
   
   손석우 교수가 올해부터 책임을 맡은 SPARC은 한국어로는 ‘성층권-대류권 과정과 기후에서의 그들의 역할(Stratosphere-troposphere Processes And their Role in Climate)’이라고 옮길 수 있는 영어 표현의 줄임말이다. 손석우 교수는 “SPARC은 성층권 과정이 대류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내부에 12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는 1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co-chair는 각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손석우 교수는 이날 성층권 과정이 대류권에 미치는 연구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역학 연구자라는 게 그를 더 정확히 표현하는 용어라고 했다. 대기역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바람은 왜 부나’ ‘제트는 왜 생기고 왜 변하는가’ ‘저기압과 고기압은 왜 움직이는가’와 같은 광범위한 주제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손석우 교수의 실험실 이름도 ‘날씨 및 기후역학 실험실’이다. 다른 대기역학 분야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 같았으나, 모든 걸 물어볼 수는 없었다. 취재를 마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서점에 들러 구름 책을 샀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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