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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606호] 2020.05.04

팔방미인 방사광가속기 코로나19 퇴치 지원도?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설치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photo 연합
미래 첨단산업의 필수 기반시설로 꼽히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신규 유치를 놓고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국내에는 경북 포항에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1대씩 있는데 여기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1대 더 구축한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계획이다. 1조원 규모의 신규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경북 포항과 강원 춘천, 전남 나주, 충북 청주 등이다. 정부는 전문가들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해 5월 초에 선정평가와 현장 확인, 최종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체 방사광가속기가 무엇이기에 지역마다 유치를 희망하는 것일까.
   
   
   단백질 구조 분석으로 신약 개발에 기여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신종플루 유행을 종식시킨 치료제 타미플루가 방사광가속기 덕분에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시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약 1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도 약 70만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26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치료약이 없다는 사실은 신종플루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더욱 확산시켰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 유행은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끝났는데, 타미플루 개발의 일등공신이 바로 미국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방사광가속기(SSRL)였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고, 그 성과로 신약 타미플루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신종플루는 타미플루 개발 덕분에 가벼운 독감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치료에도 타미플루가 다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할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후 바이러스 관련 신약 개발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따라서 방사광가속기 사용 또한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킨 뒤 강력한 자기장을 지날 때 생기는 빛(방사광)을 이용해 물질이나 현상을 관찰·분석하는 장치다. 자외선, 물체를 꿰뚫는 X선 레이저 같은 양질의 다양한 빛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빛 공장’으로, 이 빛을 활용하면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이 피부와 근육을 꿰뚫고 나가 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포스텍(포항공대)에 설치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0.1나노미터(㎚)라는 폭이 아주 짧은 파장의 X선 레이저를 발생시킨다. 이 빛을 활용하면 나노미터 단위 작은 물질의 미세구조와 변화를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관측할 수 있다. 화학 촉매 반응, 나노 소재의 물성 변화,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분자나 원자의 움직임, 세포분열 과정, 광합성 같은 초고속 자연 현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연구자가 원하는 파장의 강한 빛을 1개만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찰나의 과정을 포착할 수 있고, 찰나의 시간 동안 물질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볼 수 있다. 식물의 광합성 또한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이뤄지는데 이 광합성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인공광합성 연구뿐 아니라 식물을 모방한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또 방사광가속기는 단백질과 같은 작은 물질의 구조를 해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단백질 결합 구조 등을 정확히 분석해 치료제 백신이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도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단백질 결합 구조를 밝혀낸 덕분에 개발이 가능했다. 현재까지 구조가 완벽히 밝혀진 단백질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95%에 이르는 미지의 단백질 구조 연구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이뤄진다면 치매, 당뇨, 유전자 질환은 물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기술과 의약품복합체 연구에도 활용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반도체, 철강, 환경공학, 신소재 등 산업 지원과 기초 연구 분야에 대한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 극자외선 레이저 광원(光原)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저장과 처리능력이 한층 향상된 고집적 반도체 소자 개발이 가능해진다. 태양전지, 연료전지, 수소저장장치 같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을 뛰어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 3번째 4세대 가속기 보유국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24일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사광가속기를 신규로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산업계의 방사광가속기 사용 빈도는 점점 늘어나는데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따르면 기업이나 교수 등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려면 반년쯤 기다려야 해서 해외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는 연구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세계에서 5번째로 포스텍(POSTEC)에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했다. 그리고 2011년 업그레이드를 통해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바꿨다. 가속기는 원형과 선형으로 나뉜다. 원형은 전자가 원형으로 도는데, 광속으로 가속된 전자빔이 원형 궤도를 따라 회전하면서 그 진로가 바뀔 때 매우 강력한 빛을 만들어낸다. 가속 세기와 얼마나 방향을 꺾었느냐에 따라 방출 양상이 다르다. 이 가속기에서는 태양광의 100억배에 이르는 강한 빛을 만들어 100억분의 1초 단위로 물질 구조의 변화를 분석한다.
   
   2017년에는 역시 포스텍에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4세대 방사광가속기 보유국가가 됐다. 선형가속기는 말 그대로 선형 구조를 띤다. 전자나 양자 등 입자를 직선으로 가속하는 장치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비해 1억배나 강한 빛(태양광의 100경배)을 사용한다. 빛이 더 세다는 것은 더 작은 세계를 밝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구축되는 가속기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다. 포항에 있는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와 구별하기 위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부르고 있다. 가속기 세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빔의 크기다. 포항 3세대 원형가속기는 5.8㎚ 이하, 4세대 선형 빔 크기는 0.5㎚ 이하다. 빔을 좁은 곳에 집중하면 정밀도를 높일 수 있어서 빔 크기는 작을수록 좋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새로운 미래 산업 선점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다. 또 하나 만들어질 ‘꿈의 빛’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환히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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