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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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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스마트반지는 코로나19를 알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앞당긴 웨어러블 시대

김회권  국제·IT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 웨어러블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는 모습. photo 뉴시스
독일의 80세 여성이 가슴통증과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호소하며 마인츠대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12채널 심전도 보드를 활용해 검사를 실시했지만 여성에게서 그 어떤 뚜렷한 이상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환자는 자신이 차고 있던 애플워치의 심전도 결과를 의사에게 보여주며 증상을 설명했다. 애플워치 결과를 들여다본 의사는 데이터에서 심근허혈증(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증상)의 증거를 발견했다. 여성은 곧장 옮겨져 좁아진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았다. 2020년 4월 29일 유럽심장저널에 실린 이 이야기는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의 진단 능력이 꽤 신뢰할 만하다는 방증이다.
   
   지금까지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은 ‘선택지’였다. 스마트폰이 반드시 가져야 할 물건이라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유행에 민감한 얼리어댑터의 장난감, 혹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액세서리 같은 존재였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반지 모양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이 대표적인 기기들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야 할 시간이 길어지고 몸의 이상증세를 예민하게 체크해야 할 경우가 늘면서 이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측정된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혹은 기부받으려는 연구팀도 많다. 코로나19의 발병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코로나19 조기진단 역할 한 스마트링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핀란드 기업 오우라(OURA). 이 기업은 반지처럼 생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생산한다. 손가락에 끼는 스마트링 안쪽에 있는 센서는 착용자의 체온, 심박수, 호흡수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한다. 이렇게 얻은 생체 데이터는 코로나19를 감지하거나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다.
   
   스마트링이 코로나19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핀란드 기업가인 페트리 홀먼의 경험이 해답을 준다. 소프트웨어 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오우라의 스마트링 사용자다. 지난 3월 12일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잠에서 깬 그는 오우라가 제공하는 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우라 앱은 잠을 자는 동안 사용자의 호흡이나 체온 등을 계속 측정하고 깨어났을 때 몸이 컨디션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있는지 점수로 보여준다. 홀먼은 평소 80~90점 정도를 유지했는데 평범하다고 느꼈던 이날의 컨디션 점수는 54점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이유는 체온이 약간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정상치와 비교해 1도 정도 체온이 높았다. 측정은 그렇게 됐더라도 크게 몸에서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코로나19 검사 기관에 연락하기로 했다. 그는 “나는 괜찮은 것 같아서 막상 연락하는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탓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을 주저했지만 결국 받기로 했고 결과는 ‘확진’이었다. 그가 살던 도시에서 첫 확진자로 판명된 순간이었다. 스마트링이 준 데이터가 결정적 힌트가 된 셈이었다.
   
   현재 오우라는 웨스트버지니아대학, 록펠러신경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코로나19의 조기 발견을 연구하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코로나19 모니터링 앱을 활용해 최전방에서 싸우는 의료 전문가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미국의 의료진은 감염 고위험군이다. 확진자수가 110만명을 넘어선 미국 내 의료진 감염 비중은 약 10~20%에 이르는 것으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코로나19 증상을 느끼기 전에 감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는 게 오우라 연합군의 목표다.
   
   연구팀은 오우라의 스마트링을 통해 체온 변화 외에 데이터 참여자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등 심리적·인지적·행동적 생체 측정치를 통합하려고 한다. 오우라는 연구를 위해 약 3주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병원, 긴급치료시설의 의료 종사자에게 스마트링을 배포했다. 록펠러연구소도 이미 뉴욕 등의 병원들과 제휴해 1000명 이상의 의료 인력을 모니터링해오고 있다. 이들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에는 AI가 활용된다. 알리 레자이 록펠러연구소 이사장은 “우리 모델은 현재 발병 24시간 전에 증상을 예측하고 있는데 3일 전 예측까지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우라 스마트링의 정확성과 활용성은 우리가 테스트한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한 여성을 안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웨어러블 데이터 더 활용하게 해달라”
   
   스마트링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피트니스 트래커와 스마트워치다.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생리적 데이터 역시 광범위하게 수집돼 있는 장치다. 우프(Whoop)는 골프선수들이 많이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피트니스 트래커다. 미국 뉴욕에 사는 37세 브라이언 아이젠버그도 우프 사용자였다. 지난 3월 11일 그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발열 증상이 있었는데 열이 나기 며칠 전부터 앱에서 볼 수 있는 ‘회복 점수’가 꽤 떨어져 있었다. 확진 나흘 전 회복 점수는 100점 만점에 95점이었지만 다음 날에는 51점이었고 그 다음 날에는 44점으로 떨어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3월 11일 그가 얻은 점수는 7점이었다.
   
   우프가 기록한 데이터에 따르면 회복 점수가 떨어진 건 심박변이도(HRV)의 변동 때문이었다. 심박변이도는 신체활동이나 외부자극 등에 대처하기 위한 신체 반응 중 하나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변화 정도를 말한다. 애플워치 같은 스마트워치에서도 측정이 가능하다. 아이젠버그는 확진 4일 전에 121ms의 심박변이도를 기록했다. 다음 날에는 74ms, 확진 판정을 받은 날에는 37ms였다. 심박변이도는 낮을수록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젠버그는 “이런 급락 현상은 내게 딱 한 번 벌어졌다. 불행하게도 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졌을 때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생체 데이터에 극적인 변화를 준 경우다.
   
   유의미한 측정 수단인 우프 역시 호주 클리블랜드클리닉, 센트럴퀸즐랜드대학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이쪽 연구팀은 호흡률의 변화와 코로나19 증상과의 연관성에 관해서 조사 중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우프 회원 수백 명의 생체 데이터가 활용된다. 윌 아흐메드 우프 CEO는 A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진 개별 데이터를 참고했을 때 호흡기 증상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건 코로나19의 전조라고 본다. 우프 데이터는 누군가 아프다고 느끼기 전 잠복기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우라의 스마트링이나 우프의 피트니스 트래커 외에도 여러 다른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코로나19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승인된 의료기기가 아니다. 여기서 얻는 데이터를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걸 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 일선에 있는 연구자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축적된 데이터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의 조기진단을 위해 폭넓게 제공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스탠퍼드메디슨의 연구원들도 그렇다. 마이클 스나이더 스탠퍼드의대 교수는 “스마트워치와 기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하루 25만회 이상 신체를 측정한다. 실험실에서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병에 걸린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보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많아야 한다.
   
   10여명으로 구성된 스나이더 교수의 연구팀 역시 협업을 선택했다.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트래커를 만드는 핏비트(Fitbit)와 함께하기로 했다. 2019년 구글이 21억달러에 인수 계획을 발표했을 정도로 유망한 기업인 핏비트는 데이터 확보에 활용될 1000개의 스마트워치를 스나이더팀 연구에 기부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지역 내에서 감염이 어떻게 퍼지는지 추적하는 게 목적이다. 스나이더 교수는 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연구에 따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염 신호를 일부 탐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도구는 진단과 예후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목하는 데이터는 심박수다. 감염과 싸우는 사람들은 기본 심박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스나이더 교수는 2017년 이미 생리적 신호의 패턴과 인체의 염증 반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팀은 60명의 사람들로부터 20억개의 데이터를 모았는데 이 모든 건 스마트워치가 측정한 값이었다.
   
   
   웨어러블 개발 나선 미 국방부
   
   팬데믹에 대응하는 정부기관에서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효과적인 도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누구에게든 위협적인 코로나19이겠지만,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군대다. 만약 군과 같은 폐쇄적 집단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너무 크다. 미 국방부 역시 군인의 감염을 예측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를 줘 확산을 막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체 개발이다. 5월 4일 미국 연방조달통계시스템(FPDS)에는 국방부가 공개한 웨어러블 진단기 개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국방부가 제시한 목표는 ‘명확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양성자에 대한 생리적 감시’이다. 개발할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눈에 띄지 않아야 하고, 착용자의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며, 지속적으로 생리적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책정한 개발비는 2500만달러이다. 낙찰이 이뤄진 계약업체에는 9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
   
   유명한 세균학자 이름을 딴 로베르트코흐연구소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의 질병관리본부 역할을 수행하는 독일 정부기관이다. 이 연구소는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스라이브(Thryve)와 협력해 ‘코로나 데이터 기부’ 앱을 만들었다. 개인정보인 생체 정보는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활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한 자발적 기부자들로부터 생체 데이터를 기부받아 코로나19 증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인 덕 브로크만 훔볼트대학 교수는 “독일 내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트래커 사용자 중 10%인 10만명이 여기에 가입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1만개 정도만 되어도 분석적으로 유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나서면 이 물건은 더 이상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로 머물 수 없다. 이 작은 장치 하나와 거기에 실린 데이터에 따라 누군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웨어러블 전성시대를 점점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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