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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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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당뇨병에 동양인은 왜 취약할까? 유전적 원인 찾았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당뇨병을 앓고 있는 한국인이 500만명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동아시아인에게 발병하는 당뇨병의 유전적 원인이 규명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 공동연구팀이 제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유전요인을 찾아내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5월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영국, 미국 등 5개 연구기관이 주도하고, 100명 이상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지난 5월 7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는 싱가포르 국립대학,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의 연구기관과 함께 제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유전요인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한국인(9만7676명), 중국인(9만6030명), 일본인(19만1764명), 그 외 연구그룹(4만8070명) 등 동아시아 3개국을 중심으로 약 43만3540명의 유전체 정보를 국립보건연구원이 주도적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유전체 분석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7만7418명과 정상인 35만6122명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의 유전체 연구는 약 80%가 서양인 중심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이를 동아시아인에게 적용할 경우 질병 예측의 정확도가 50% 수준까지 낮아졌다.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유전체 연구가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향 미치는 알코올 분해효소
   
   공동연구팀의 분석 결과 43만3540명의 유전체 중 동아시아인의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요인은 183개이고, 여기서 61개가 새로운 유전요인으로 발견되었다. 61개를 제외한 122개의 유전요인은 서양인에게서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유전요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개인의 고유한 유전정보 중 질병 발생과 관련한 위험인자를 뜻한다.
   
   특히 61개의 유전요인 중 SIX3 유전자(눈 발달 등에 역할을 하는 조절 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게만 제2형 당뇨병에 영향을 미치고, 서양인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 ‘알데히드 분해효소2(ALDH2)’ 유전자는 특이하게 남성에게만 당뇨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ALDH2는 알코올 분해효소이기 때문에 음주 빈도가 잦은 남성의 생활습관과 상호작용해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걸린다. 우리 몸에 음식이 들어와 혈당량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혈중 인슐린 농도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어느 순간 인슐린이 기능을 잃어 제2형 당뇨병에 걸린다.
   
   당뇨병은 그 작용에 따라 보통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췌장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발생한다. 주로 사춘기나 유년기에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형 당뇨병은 2% 미만이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혈당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당뇨병의 대부분이 이 2형에 속한다. 주로 40세 이후 비만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이 10~20대 2형 당뇨 환자도 흔하다. 청소년 비만이 당뇨병으로 이행하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세계적으로 2형 당뇨병 환자 수가 지금보다 20% 이상 증가해 5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자체적으로 보유한 인구집단 코호트(cohort) 약 10만명에 적용해 보았다. 2015년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한국인 유전체칩과 2001년부터 중국과 한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대만 및 미국의 23개 코호트 연구에서 얻은 대규모의 유전체 연관 데이터를 활용해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조사해 보기로 한 것. 그 결과 유전적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상위 5%의 고위험자는 나머지 일반인에 비해 당뇨 발병 위험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보고된 서양인 당뇨병 유전체 연구(Nature Genetics·2018)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는 게 국립보건연구원의 설명이다.
   
   한국인 유전체칩은 한국인의 특이적 유전체 정보를 반영해 제작된 칩으로,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유전변이 중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변이 약 20만개와 한국인 유전체를 대표하는 유전변이 약 60만개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체질량지수 비슷해도 동양인이 더 취약
   
   이번 연구는 당뇨병의 유전요인과 특성을 규명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의학계로부터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국내 유전체 연구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캐런 몰키 유전학 교수는 전 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에 대한 헌신이 없었다면 이런 대규모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당뇨병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전 세계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당뇨병을 관리·치료할 수 있는 유전적 표적을 식별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찾아낸 당뇨병의 유전요인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의 2형 당뇨병 고위험자를 조기발견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조기진단율은 현재도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라 눈이 안 보인다거나 콩팥이 망가진 뒤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전적 고위험자는 조기발견으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정보로 쓰일 것이다.
   
   또 비슷한 체질량지수(BMI)나 허리둘레를 가진 동아시아인과 유럽인 중 왜 동아시아인이 유럽인보다 당뇨병 발병률이 더 높은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체질량지수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특징을 보면 서양인에게는 인슐린저항성 환자가 많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는 인슐린 부족에 의한 당뇨병 환자가 많다. 이는 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슐린저항성은 인슐린이 분비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공동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어떤 유전자가 유전적 변이에 의해 변경되고, 이런 변화가 어떻게 당뇨병을 일으키는지 실험적으로 밝혀볼 계획이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 당뇨병에 취약한 동양인이 당뇨와의 싸움에서 이길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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