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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609호] 2020.05.25

돌연변이? 바닷가 사람들 키 작은 이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페루 우로스섬의 우루족. photo 셔터스톡
미국 연구진이 키를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환경적 요인을 발견해 화제다. 거주환경이 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 바닷가 거주자들이 성장과 관련 있는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해 평균적으로 키가 작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통 키는 인간의 여러 신체적 특징 중 유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키 큰 부모에게서 큰 아이가 태어나고 키 작은 부모에게서 작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자라면서 거주환경과 같은 후천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람의 키를 결정하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유전자의 영향은 약 8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하나를 콕 집어 ‘이거다’라고 말하기 힘들다. 키와 연관된 후보 유전자로도 유전 영향의 20~30%만 설명이 가능하다. 70~80%에 해당하는 나머지 영향력이 유전자의 어디서 나오는지 아직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개의 덩치를 키우려고 한다면 유전자 몇 개만 조작하면 가능하지만, 사람의 키를 늘리고자 할 때 키와 연관된 유전자 몇 개를 조작해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키를 크고 작게 하는 데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영향은 20%를 차지한다. 유전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신체 특성이 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환경 요인 20%가 꽤 많은 영향을 준다.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날 예상 키를 165㎝라고 가정할 때, 20%의 환경 요인이면 1㎝ 이상 더 크거나 반대로 더 작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하버드 의학전문 대학원 소우미아 레이차우후리 교수팀이 키를 작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바닷가에 거주하는 환경 영향’이라고 밝혔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일수록 ‘FBN1’에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해 키를 잘 자라지 않게 한다는 것. FBN1은 세포를 지탱하고 성장을 돕는 유전자다. ‘파이브릴린-1’이라 불리는 당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레이차우후리 교수팀의 실험 대상 주인공은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에 살고 있는 페루 사람들이다. 전 세계 국가 중 페루 사람들의 평균 키가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165.3㎝, 여성은 152.9㎝로, 같은 남아메리카 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민 평균 키보다 작다. 특히 페루 원주민들 가운데서도 태평양 연안 사람들의 키가 유달리 작다.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했다. 또 페루 사람들의 유전정보가 비교적 많이 확보돼 연구하기에 편리한 점도 연구 대상으로 작용했다.
   
   레이차우후리 교수는 태평양 연안의 환경이 그곳 거주자들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3134명의 유전정보와 키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모두 페루의 수도 리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유전정보다. 연구진이 3134명의 유전정보를 통해 유전자가 키에 영향을 미친 부분을 분석한 결과 이들 모두에게서 FBN1에 돌연변이가 생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연구진은 또 다른 598명의 페루 사람을 추가로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비교한 것. 그 결과 이들에게서도 3134명을 분석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FBN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특이한 사실은 FBN1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날 때마다 키가 평균 2.2㎝ 줄었다는 점이다. 이 유전자는 2개여서 변이가 일어나면 평균 4.4㎝가 줄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키와 연관된 유전자 변이는 4000여개. 이들 대부분은 키 성장에 1㎜ 정도의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이번에 연구진이 찾아낸, 키를 2.2㎝ 줄일 수 있는 FBN1 유전자 변이는 그야말로 대단한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해안 환경에 적합하게 변이돼 되물림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의 정확성을 위해 서로 다른 지역의 유전자 변이 정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다시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 15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것. 28명의 바닷가 거주자, 46명의 내륙인 아마존 지역 거주자, 76명의 안데스 산지 거주자들이다.
   
   연구진이 세 그룹의 유전정보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에서는 바닷가 거주자들이 환경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의 해안도시인 모체(Moche) 지역에 사는 거주자 28명이 다른 그룹의 거주자들보다 5배 이상 FBN1 유전자에 변이가 많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모체 지역의 남성 평균 키는 158㎝, 여성은 147㎝로 페루 전체 평균 키보다 작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는 FBN1 유전자의 변이가 작은 키와 관련이 있음을 입증한다. 페루 사람들을 비롯한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해안 환경에 살기 적합한 유전자로 변이되고, 이 변이된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5월 13일 자에 실렸다.
   
   사실 FBN1 유전자 변이와 연관된 가장 잘 알려진 증상은 ‘마르판증후군(일명 거인병)’이라는 혈관계 희귀질환이다. 유전적으로 조직 간 결합력이 약한 병으로, 마르판증후군에 걸린 환자는 대부분 키가 크고 몸이 홀쭉하면서 팔이 유난히 길고 손가락이 길쭉한 게 특징이다. 보통 인구 5000~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데, 주로 배구나 농구 선수 중에 많다.
   
   이처럼 마르판증후군과 레이차우후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똑같은 FBN1 유전자일지라도 변이 부위가 달라지면 키를 크게 하거나 반대로 작게 할 수도 있다. 어떤 환경적 요인이 어떤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아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1.7~2배 많은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다. 운동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자극이 성장판의 수용체를 자극해 세포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키가 크는 원리는 성장판이 자라면서 늘어난 부분이 단단한 골질로 바뀌어 결과적으로 뼈가 길어지는 것이다.성장판이 얼마나 자라날지는 영양 상태와 성장호르몬의 영향은 물론 적절한 물리적 자극에도 좌우된다. 따라서 환경 영향이 중요하다.
   
   앞으로 연구팀은 FBN1 유전자의 변이가 아프리카인이나 서양인, 동양인 등에게서도 나타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바닷가와 내륙, 산지 거주자들의 유전정보를 분석할 예정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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