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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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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람 눈 꼭 닮은 인공 눈 개발 성공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홍콩과기대 지용 판 교수 등이 만든 인공 눈 이미지. photo 홍콩과기대 홈페이지
최근 과학자들이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을 위한 인공 눈을 개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대학 전기정보공학과 지용 판(Zhiyong Fan) 교수팀이 사람 눈의 망막 구조를 모방한 ‘인공 눈’을 만든 것. 이 인공 눈은 빛에 민감하고, 반응 시간 또한 사람 눈보다 더 빠르다. 사람의 눈과 대등한 성능을 가진 인공 눈 개발은 망막이나 수정체가 망가져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600만불의 사나이’도 실제로 등장하지 않을까.
   
   
   광수용체 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 사용
   
   사람은 인체 감각기관 중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사람의 눈은 시야각과 높은 해상도를 갖고 있어서 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또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어두운 곳을 비추는 실낱 같은 빛도 잡아낸다. 눈이 정밀한 시야 능력을 가진 것은 망막 덕분이다. 망막은 눈의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위로, 안구벽 가장 안쪽의 돔 형태로 된 얇고 투명한 막을 말한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가장 먼저 각막을 통해 이뤄진다. 각막이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받아들이고, 홍채가 크기를 조절해 빛의 양을 가감한다. 망막 바로 뒤에 있는 수정체는 두께를 수시로 변화시키면서 초점을 조절한다. 이렇게 들어온 빛은 망막에 상이 돼 맺히고, 망막세포인 광수용체가 물리적 에너지인 빛을 감지해 이를 시신경세포가 전달할 수 있는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 전기적 신호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야 비로소 사람이 사물을 볼 수 있다. 광수용체는 망막 1㎠당 약 1000만개가 들어 있다.
   
   보통 수정체의 굴절률이 떨어진 사람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교정할 수 있다. 수정체가 탁해져 볼 수 없는 백내장은 인공 수정체로 바꿔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눈에서 들어온 빛을 신경회로로 바꿔 주는 망막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로도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망막변성이나 망막박리, 망막색소변성증 등 많은 망막 질환은 병증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시각장애인에게 다시 시각을 되찾아 주기 위해 인공 눈을 만들려는 연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완전한 인공 눈이 개발되지 못한 것은 바로 망막의 이런 복잡한 구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눈을 모방하여 비슷한 형태로 만든 인공 눈도 있지만 기능 면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이를테면 201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기계공학과 마이클 맥알파인 교수팀은 3D프린터로 반도체 고분자 물질의 광수용체를 쌓아올려 사람과 같은 반구 모양의 인공 눈을 개발했지만 실제 사람의 광수용체만큼 세밀한 구조를 구현하지 못했다. 해상도도 떨어지고 시야각도 좁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인구는 2억8500만명으로 추정된다. 홍콩과학기술대학의 판 교수팀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사람의 눈과 흡사한 망막의 형태와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재료과학분과 연구진도 참여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만들어온 인공 안구는 환자의 눈에 인공 망막을 고정시킨 후 이와 연결된 안경으로 망막 신경세포를 자극해 사물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판 교수팀은 특이하게도 태양전지를 만들 때 활용하는 페로브스카이트를 광수용체 소재로 사용하고, 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형태의 인공 안구를 만들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육방면체의 특별한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로, 빛을 전기로 바꾸거나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특성이 있다. 전기전도성이 좋을 뿐 아니라 또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 빛을 선명하게 받아들인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소재로 사용한 인공 광수용체는 실제로 사람 눈과 유사한 방식으로 빛과 색깔을 감지한다. 연구팀의 인공 눈은 사람 눈 크기와 비슷한 지름 2㎝의 반구형으로 안구 속이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액체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인공 안구는 어떤 구조일까.
   
   
   눈보다 10배 많은 광수용체 담을 수 있어
   
   연구팀의 인공 안구는 가운데에 렌즈를 고정하여 수정체를 대신하고, 뒤쪽에는 인공 망막이 설치된 형태이다. 인공 망막에는 사람 눈의 광수용체 세포를 모방한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와이어 3개가 배열돼 있고, 나노와이어에서 받은 신호를 뇌로 전송하는 액체 금속선이 신경섬유를 대신하고 있다.
   
   나노와이어 하나는 광수용체 하나의 역할을 한다. 나노와이어 3개만으로도 인공 눈은 가로, 세로 2㎜ 크기의 알파벳 문자를 정확하게 인지했다. 빛을 감지하는 속도는 사람의 눈보다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눈이 40~150㎳(1000분의 1초) 만에 빛을 감지하는 데 비해 인공 눈은 30~40㎳ 만에 빛을 인식한다. 빛의 양에 따라 감도를 바꾸는 속도 또한 사람을 뛰어넘는다.
   
   인공 안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인공 망막이 사람 망막처럼 둥근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구의 시야각도 100도로 볼 수 있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130도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평면 이미징 센서로 볼 수 있는 70도보다 훨씬 넓다.
   
   이번에 만든 인공 눈은 ‘개념 증명 모델’이다. 그런 관계로 2㎜ 영역에서 1나노와이어 3개에 약 100화소(10×10 해상도)만 지원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망막 1㎠당 약 1000만개의 광수용체가 들어 있는 실제 사람의 눈보다 해상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사람처럼 1㎠ 영역에서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이 가진 광수용체 수보다 10배나 더 많은 나노와이어 광수용체를 넣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경우 사람의 눈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질 수 있다. 광수용체가 빛을 감지해 자극을 받으면 하나라도 살아남아 있는 시신경을 자극한다. 따라서 연구팀이 광수용체 숫자를 10배로 늘리면 사물의 전체적인 영상을 보다 더 잘 나타낼 수 있고, 시각장애인도 장애물을 피해 당당히 걸어갈 수 있다. 사람의 눈 구조와 흡사하면서도 시력이 더 좋은 인공 눈을 개발한 것은 판 교수팀이 처음이다. 교수팀의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5월 21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 안구 기술을 시각장애를 겪는 사람뿐 아니라 과학기구나 전자제품, 의료용 로봇 등에 탑재해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판 교수팀의 인공 안구 기술이 ‘시각장애인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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