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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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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10년 내 전기차 300만대 공급? 탈원전 포기해야 가능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충전 중인 전기차. photo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1만4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지난해보다 40%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전기차도 지난 5년 동안 32배나 늘어 무려 9만대나 됐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열풍이 거세다. 테슬라의 주가가 올해에만 무려 121%나 치솟았다. 한때 주당 1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디젤차의 배기가스 조작에 실망한 유럽의 소비자들도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자동차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新)문물에 유별난 관심을 가졌던 고종 황제의 지시로 1898년에 개통된 서대문~홍릉 구간의 ‘전차(電車)’가 그 시작이었다.
   
   교토(1895년)·나고야(1898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였고, 도쿄(1901년)보다 3년 앞선 일이었다. 요즘은 기차와 지하철도 전기로 움직인다.
   
   일반 도로를 운행하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뒤늦게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에 ‘친환경자동차법’을 제정했고, 2009년에 처음으로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생산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지금까지 15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했고,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도 9.1%로 끌어올렸다.
   
   전기자동차는 기계적 구조가 간단하고, 진동과 소음이 없으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술도 적용될 것이고,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광대역 5G 통신망을 통한 스마트화도 가능할 것이다.
   
   전기차는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하이브리드(HEV)는 내연기관을 이용하고, 플러그인(PHEV)은 외부 전원(電源)을 이용한다. 전기배터리로만 움직이는 전기차(EV)도 있고,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차(FCEV)도 개발되고 있다.
   
   전기차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미래의 자동차’다. 자동차의 가격을 낮춰야 하고, 주행거리도 늘려야 하고, 충전시간도 줄여야 한다. 아직은 정부의 보조금과 한전의 전기요금 할인이 없으면 보급이 불가능하다. 충전설비나 수소충전소의 설치·운영비도 보조해줘야 한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의 안전성도 충분하지 못하다.
   
   
   한전이 전기차 사용자 부담 떠맡을 명분 없어
   
   전기차는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배기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그렇다. 그러나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나 수소의 생산과정까지 고려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적지 않은 오염이 발생하고, 감당해야 할 위험도 상당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의 양은 결코 만만치 않다. 60㎾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를 한 번 충전하려면 5가구(4인 가족)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가 필요하다. 10만대의 전기차가 급속충전기로 동시에 충전하려면 무려 원전 6기가 필요하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 전기 사용량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무작정 충전 인프라만 확충할 일이 아니다.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030년까지 전기차를 300만대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야심 찬 목표다.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더라도 전력 사정이 걱정이다. 발전단가가 비싸고, 온실가스·초미세먼지를 쏟아내는 신재생·LNG는 대안이 될 수 없다. 특히 낮 시간에는 전기차의 충전이 불가능하다. 자칫 전기의 피크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면 대정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도 문제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구입 보조금과 충전요금 할인은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한전이 전기차 사용자의 부담을 떠맡아야 할 명분도 없고, 일반 소비자나 기업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내야 할 이유도 없다.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차 사용자를 위해 멀쩡한 주차 공간을 비워줘야 할 이유도 없다. 당연히 전기차 사용자에게 충분한 사용료를 청구해야만 한다.
   
   수소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수소가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소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연료용 수소를 생산하려면 상당한 비용·오염·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는 질소비료 생산에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LNG의 열분해에서는 적지 않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수소가 청정에너지라는 주장은 황당한 사실 왜곡이다.
   
   수소의 안전성도 걱정해야 한다. 강릉 폭발 사고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충전소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안전은 더욱 중요하다. 탄소섬유로 수소연료통을 충분히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연결밸브와 연료전지의 안전성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만 한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의 생산·폐기도 만만치 않다. 리튬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자원이 아니다.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鹽湖)의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확실한 재활용 기술과 제도를 확립해야만 한다.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전기차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면 탈원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원전을 포기하면 전기차에 쓸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오히려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만 심야에 남아도는 원전의 전기를 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도 원전과 전기차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심야에 원전에서 생산해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억지로 만들어낸 ‘시장’은 신기루
   
   원전은 국제적으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가장 친환경적인 발전 방식이라는 것이 빌 게이츠의 주장이다. 원전이 위험해서 포기하겠다는 패배주의적 탈원전으로는 전기차를 확대할 수도 없고, 국제적 약속도 지킬 수 없다.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기술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전기차 열풍은 사실 과도한 보조금과 충전요금 할인이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이다. 진정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전기와 수소의 확실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고, 전기차의 개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시장만 만들면 된다는 20년 전 발전차액 제도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세금을 동원해서 억지로 만들어낸 ‘시장’은 신기루일 뿐이다. 온실가스를 쏟아내는 내연기관의 대안으로 전기차를 활용하려면 원전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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