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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4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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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류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쫓는 추적자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니파 바이러스의 근원으로 밝혀진 라일날여우박쥐. photo 위키미디어
코로나19(COVID-19)가 확산하면서 야생동물을 매개체로 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실감케 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비롯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19 등은 모두 조류나 박쥐, 낙타 등에서 유래하거나 이들을 거쳐 인간에게 감염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 사실 인류 전염병의 역사는 결핵균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물에서 유래했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바이러스 추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출현할 감염병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8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인간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바이러스 추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태국의 수파폰 와차라플루사디(Supaporn Wacharapluesadee) 박사의 연구를 소개했다. 태국 적십자사 부총재이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동물원성 감염증 연구 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녀는 태국의 열대림, 동굴 등을 탐사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들을 수집하고 있다.
   
   태국은 대다수의 박쥐 종류가 보존되고 있는 국가다. 따라서 박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의 근원을 찾아내는 데 매우 유리하다. 2013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콜린 웹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는 총 137종에 이른다. 라싸열, 마버그열처럼 이름도 생소한 심각한 질병들을 유발한 동물 또한 박쥐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인류는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인플루엔자, 돼지독감 등 5건의 굵직한 감염병 사태를 겪었음에도 여섯 번째로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인류가 겪는 마지막 팬데믹이 아니다. 동물에게서 비롯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와차라플루사디 박사가 야생동물의 바이러스 근원을 추적하는 배경이다.
   
   와차라플루사디 박사팀이 가장 주목하는 대상은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다. 1990년대 후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창궐해 동남아 지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바이러스다. 원래 숲에서 과일을 먹고 살던 박쥐가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거주할 곳을 잃게 되자 양돈 농장 주변 과일나무로 몰려들었고, 이때 박쥐가 갖고 있던 니파 바이러스가 돼지를 거쳐 사람에게 번졌다. 당시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돼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와차라플루사디 박사팀은 니파 바이러스의 근원을 찾기 위해 12종의 박쥐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박쥐의 타액과 배설물, 혈액 등을 채취해 이 바이러스가 감염시키는 생물종의 수와 유형, 감염의 흔적 등 수천 개의 방대한 샘플을 분석해 나갔다. 그 결과 라일날여우박쥐(Lyle’s Flying Fox)에서 니파 바이러스가 유래된 것임을 밝혔다.
   
   박쥐는 물론 다른 포유동물에서도 바이러스의 근원을 밝히려는 전염병학자들이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사이먼 앤서니(Simon Anthony)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난쟁이침팬지, 고릴라, 개코원숭이, 다람쥐 등 1만9000여마리의 동물을 대상으로 바이러스의 근원을 탐사 중이다. 포유동물의 어떤 바이러스가 어떤 통로를 통해 전염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 더 잘 감염되는지 밝혀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교수팀의 연구가 완성되면 질병이 퍼지기 전에 감염경로를 예방하거나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리버풀대학 매튜 베일리스 교수팀 또한 또다시 등장할 바이러스 찾기 연구에 동참 중이다. 이를 위해 교수팀은 먼저 야생동물의 병원체에 대응할 수 있는 ‘패턴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야생동물 관련 질환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할 수 있게 고안한 시스템이다. 수천 종의 박테리아와 기생충, 바이러스 감염 형태 등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에게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병원체가 우선순위로 표시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럴 경우 어떤 병원체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특정할 수 있다. 현재는 예측 패턴 인식 시스템을 만든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는 게 베일리스 교수의 설명이다.
   
   국제 협력을 통한 바이러스 추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염병 방지 프로그램인 ‘프레딕트(PREDICT)’가 그것이다. 2009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의해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전염병을 조기에 감지하고 사전 차단하는 역할이 주목적이다. 현재 30여개국 약 7000명의 전문 인력이 참여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있다. 와차라플루사디 박사도 지난 10년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고,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실험실도 이 프로그램에서 장비 구입 등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WHO의 동물원성 감염증 연구책임자인 태국의 수파폰 와차라플루사디 박사. photo 트위터

   전염병 감지 프로그램 ‘프레딕트’ 긴급 연장
   
   세계의 과학자들이 국제 협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모든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만능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과 맞닿아 있다. 아직 데이터의 양과 자본의 밀도, ICT 및 인공지능 기술력은 성장의 여백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을 다루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컬래버가 최선의 답이라는 결론이다.
   
   USAID는 또 GVP(Global Virome Project)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GVP는 2016년에 시작된 ‘전염병 또는 전염병 가능성이 있는’ 모든 동물원성 바이러스의 99%를 식별하고 목록화하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다. 질병에 걸리기 전에 치명적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GVP는 야생동물에 약 150만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며 그중 일부는 인간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프레딕트 프로그램이 전염병으로 이어질 만한 바이러스를 감지한 것은 지금까지 약 1200개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하기 두 달 전 해당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가 팬데믹 사태까지 몰고 오자 지난 4월 1일 USAID가 이 프로그램을 6개월 긴급 연장하였고, 약 2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다시 시작된 프레딕트는 새롭게 등장할 바이러스들의 정체를 더욱 심도 있게 추적해 나갈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뤄지는 국제적 바이러스 추적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간의 전략, 전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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