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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8호]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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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죽어가던 폐가 다시… 실험실에서 ‘생명’을 만들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최근 공상과학에서나 있을 법한 생명현상들이 실험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얗게 변해 폐기해야 할 이식용 폐들이 다시 소생하고, 신경세포나 생식세포가 몸 밖의 실험실에서 배양되고 있다. 마치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생명을 재창조해내는 듯한 느낌이다. 과연 지구촌 실험실에서는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14일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밴더빌트대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식수술이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된 사람의 폐를 돼지 순환계와 연결해 소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질병으로 장기 기능이 망가진 환자는 이식수술이 최후의 방법이다. 말기 폐 질환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도 폐 이식이지만 기증되는 장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힘들게 기증자를 찾아도 환자에게 적합한 경우가 드물고, 빨리 손상되는 폐의 특성상 적출해도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가 다반사다. 적출된 폐 중 폐기되는 게 거의 80%다. 설사 이식한다고 하더라도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최근엔 기증받은 폐에 기계장치를 연결해 산소와 체액을 인위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이식용 폐의 기능을 되살리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지만 소생 확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이식용 폐를 소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돼지의 순환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식하기엔 불가능한 상태로 손상된 사람 폐 5개를 소생 실험에 사용했다. 기계장치로 기능을 되살리려고 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시간이 오래되어 괴사가 일어나면서 이미 상당 부분이 하얗게 변색한 폐들이다. 즉 조직이 죽어가고 있던 폐이다.
   
   연구팀은 이들 폐에 마취한 돼지의 순환계를 24시간 동안 연결했다. 장기의 기능이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한 돼지는 이종 장기 이식에 가장 적합한 종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먼저 폐에 인공호흡장치를 연결해 산소를 공급하고 호흡할 수 있게 한 다음 살아있는 돼지의 목 부위에 튜브로 혈관을 연결해 돼지의 혈액이 폐로 전달되도록 했다. 또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도 투여했다.
   
   그 결과 변색된 폐들이 건강한 핑크색을 띠며 소생했다. 수술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적출수술을 한 지 거의 이틀이 지난 폐도 24시간 혈액을 공급받은 뒤 정상적으로 산소를 전달하는 등 기능이 회복되었다. 반면 돼지에게는 어떠한 나쁜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폐가 100% 회복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 상태에 가깝게 회복한 지금의 폐 상태만으로도 환자에게 이식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밴더빌트대학 매튜 베케트 박사의 설명이다. 기증한 폐 중 실제 이식에 사용하는 폐의 비율이 20%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40%까지 끌어올리기만 해도 폐 이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의 수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연구진은 적출된 지 오래돼 변색한 폐에 돼지 대신 사람의 혈액을 순환시키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동물의 혈액세포가 사람의 폐에 들어왔을 때의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함이다. 다른 동물의 세포가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이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특히 연구팀은 손상된 이식용 폐에 이식받을 환자의 혈액을 연결해 회복시킨 후 곧바로 이식수술을 받게 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이번 실험에 의학계는 폐 이식술을 한 단계 격상시킨 발상의 전환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밴더빌트대학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돼지 순환계를 이용한 손상된 폐 소생 실험 개요도와 실험실 사진. 죽어가고 있는 사람 폐에 돼지 순환계를 24시간 연결해 돼지 혈액이 폐에 전달되도록 한 결과 폐가 살아났다. photo 네이처 메디신

   남성 불임 치료길 열어
   
   한편 지난 7월 13일 자 국제학술지 ‘PNAS’에는 건강한 성인 남녀에게서 추출한 혈액세포로 인체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뒤 신경줄기세포로 분화하는 데 성공한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연구팀의 연구와, 남성 불임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연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의대와 피츠버그대 의대 공동연구팀의 정원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실렸다.
   
   샌디에이고대·피츠버그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남성의 고환에 존재하는 정원줄기세포를 추출하여 시험관에서 배양해 정자로 발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세포는 체세포와 생식세포로 나뉜다. 체세포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이고, 생식세포는 생식을 통해 유전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세포로 정자와 난자가 이에 해당한다. 줄기세포는 간이나 심장 등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다.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라는 뜻에서 줄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원줄기세포는 한 종류의 특정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로, 증식을 통해 일부가 생식세포로 분화해 정자를 만든다. 이 분화 기능에 이상이 생길 경우 남성 불임이나 무정자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남성 불임의 원인 발굴과 치료를 위해서는 고환에서 추출한 정원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정자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시험관에서의 세포 배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생식세포를 체외 배양하려면 실험실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따르는데 그 조건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원줄기세포의 체외 배양은 아주 단기간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배양이 가능하다면 정원줄기세포의 수를 많이 확보해 임상 적용에 적합한 세포주를 확보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이라는 RNA 시퀀싱 기술을 통해 인간 정원줄기세포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RNA 시퀀싱은 수천 개 이상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로, 세포의 활동과 생체 분자적 특성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 기법으로 정원줄기세포의 특성을 파악한 후 이 줄기세포가 실험실에서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냈다. 그 비결은 바로 세포분열과 생존에 관여하는 AKT 경로를 억제하는 방법이다. AKT 경로를 억제해 정원줄기세포 상태를 유지시키며 배양하면 줄기세포의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 정원줄기세포의 수가 충분히 늘어나면 그 일부를 떼어 정자로 분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고환에서 추출한 30개 이상의 정원줄기세포 샘플에 이 방식을 적용해 실험했다. AKT 경로 억제 실험 결과 정원줄기세포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2주에서 4주 동안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통해 정원줄기세포 수를 늘리고 질 좋은 정자로 분화시켜 실제로 남성 난임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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