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최고봉인 알프스 산맥 몽블랑 빙하 일부가 기후변화로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지난  8월 7일 인근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진은 알프스 마을 쿠르마뉴르 인근 계곡으로 녹은 빙하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유럽 최고봉인 알프스 산맥 몽블랑 빙하 일부가 기후변화로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지난 8월 7일 인근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진은 알프스 마을 쿠르마뉴르 인근 계곡으로 녹은 빙하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photo 뉴시스

기후변화로 지구촌이 이상기후의 피해를 겪고 있다.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는 몬순 폭우로 홍수가 일어났고,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두 달 넘게 폭우가 지속되면서 약 550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6월 말부터 시작돼 8월 중순까지 이어진 사상 최장의 장마를 맞아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더위와 전쟁 중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춥다는 시베리아에는 고온 현상으로 6월 평균기온이 30도를 넘어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극지방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려서 해수면이 상승해 삶의 터전인 집과 토지를 잃은 환경난민들이 떠돌고 있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툭하면 발생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산불…. 한번 발생했다 하면 대가뭄이나 대형 홍수로 바뀌는 것이 보통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생태학적 변화를 가져오는 임계점이 이미 지났다면서 “인류는 기후변화의 스위치를 이미 눌러버렸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란 인간 활동의 결과로 지구 대기의 구성이 바뀌고 기후가 자연적 변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현상을 뜻한다. 그럼 한국의 여름 강수 패턴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리나라는 보통 연 강수량이 지역에 따라 1000~1800㎜로 나타난다. 여름에 1년 강수의 50~60%가 집중되고 특히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많이 온다.

한국 여름 강수, 50년 전부터 변화

그런데 최근 이런 패턴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어느 순간 봄과 가을의 시간이 짧아졌고, 장마기간인 7월보다 8월에 강우가 많아졌다. 시간당 강우량도 증가했고, 열대야와 아열대기후 지역도 늘었다. 1910년대부터 7월과 8월의 강우를 보면, 1967년을 기준으로 통계적 변화가 나타난다. 1967년 이전에는 7월에 비가 많이 내렸고 1년 강수량도 7월이 최고였다.

1967년 이후에는 7월보다 8월에 연중 최고치의 강수를 꾸준히 기록했다. 1980년대 후반 잠시 바뀌기도 했지만 8월 강우의 증가는 뚜렷했다. 특히 2014년 이후에는 7월 장마기간에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지 않고 총강수량도 평년에 비해 많지 않은 ‘마른장마’가 심화된 반면 8월 강수는 장마와 다르게 우리가 흔히 ‘게릴라성 호우’로 알고 있는 집중호우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장마는 왜 이렇게 길어진 것일까. 기상청은 장마가 길어진 근본적 이유로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이상고온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여름 계절풍(몬순)의 영향을 받는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여름철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그런데 지난 6월 시베리아가 기후변화로 추정되는 이상고온 현상을 겪으면서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올라갔다. 이로 인해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수증기를 다량 포함한 찬 공기가 발생했고, 북쪽에 갇혀 있던 이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를 향해 내려왔다. 남하한 찬 공기는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한반도에 오래 머물게 해 강한 정체전선을 만들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시베리아에서 관측된 고온 현상은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가 아니었다면 약 8만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 한반도에 집중호우가 내린 이유는 6월 이후 중국 남부까지 동서로 길게 자리 잡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의 강’ 현상이 기후변화로 더욱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대기의 강은 바다 위에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마치 강처럼 대기 중 좁은 길을 타고 흘러 육지로 이동해 엄청난 강우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홍수와 가뭄 위험성 공존

기후변화가 주목받는 까닭은 지구온난화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 전체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의 에너지가 세지고,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높아진 에너지는 대기를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이전에 수증기 이동속도가 자전거 정도였다면 지구온난화로 더워진 대기의 속도는 중형차와 같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비구름을 만들고, 강한 비를 뿌린다는 것이다.

2014년에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85도 정도 상승했다. 이 수치는 물론 ‘자연적 변화’와 ‘인위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9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 높았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 올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1880~2012년 130여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85도 상승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105년간 약 1.8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평균의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지구의 기후는 항상 변해 왔다. 1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6도나 낮았다. 하지만 지금의 온난화 문제는 기온이 올라가는 그 자체가 아니라 속도다.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 동안 0.85도 오른 기온은 과거 지질시대라면 수천에서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났던 온도 상승이다. 이로 인해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수백수천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자연재해를 10~20년에 한 번씩 겪고 있고, 1980년 이래 위협적인 폭염과 홍수가 발생하는 빈도가 50배 이상 증가했다.

오스트리아 빈공대 수공학연구소 귄터 블로시 교수팀은 34개 연구그룹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지난 500년 중 최근 30년이 유럽에서 가장 홍수가 많은 시기였고, 이것이 기후변화의 영향임이 확실해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7월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기온 1도 상승한 것이 뭐 대수일까. 그러나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이미 상승한 0.85도의 영향으로도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더위가 심해지고,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북극의 해빙 면적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2012년 기록을 갈아치웠고, 해수면은 19세기에 비해 59㎝ 상승했으며 강수량은 20%나 증가했다. 이는 곧 홍수 피해로 나타났다. 높아진 기온, 따뜻한 바닷물, 그리고 낮은 기압은 수퍼태풍과 폭우, 홍수가 발생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한편으론 높아진 기온으로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면서 가뭄 발생 빈도도 빈번해졌다. 홍수와 가뭄의 위험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기후 예측은 프로그램의 조건과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일치되는 것 중 하나는 홍수와 가뭄이 강화되고 확장된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건조 지대나 사막화 지역이 넓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기후 예측은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상기후 엘니뇨와 라니냐 영향 커

한편 이상기후에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하면 ‘엘니뇨’라든가 ‘라니냐’ 같은 자연변동성 원인이 작용한다. 자연변동성이란 지구의 대기·해양·지질 등에 이미 내재돼 있는 주기적인 변화다. 수년에서 수백 년 주기를 갖고 반복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약화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차이가 나는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면 엘니뇨, 내려가면 라니냐라고 하는데, 3~7년마다 나타난다. 이들 현상은 단순히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머물지 않고 지구 기후 현상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엘니뇨의 경우, 지구의 열 순환과 관계가 있다. 북극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바닥부터 퍼져 페루 앞바다 부근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전반적으로 바닷물이 식는데, 이때 뜨거운 육지도 같이 식는다. 그러나 이 현상이 일정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바닷물이 식지 않기 때문에 육지의 온도는 올라간다. 육지가 뜨거우면 물이 증발해 구름을 만들고, 이 구름이 태평양 동쪽에 많은 비를 뿌린다. 따라서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나타난다.

라니냐는 차가운 바닷물이 많이 올라와 생기는 이상기후다. 찬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장마가, 중남미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고, 북아메리카에는 강한 추위가 발생하게 된다. 한마디로 엘니뇨가 기온 상승을 동반하면서 폭우와 가뭄을 일으킨다면, 라니냐는 기온 하강과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것도 지역에 따라 굉장히 대조적인 기후 현상 말이다.

한국 ‘아열대기후’로

지금도 깜깜한데 앞으로 지구촌, 특히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는 더 큰 위기에 빠질 전망이다. IPCC 5차 보고서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2050년까지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2도에서 최대 4도 상승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폭염 일수는 5.8일, 열대야 일수는 10.8일 더 많아진다.

또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현재대로 유지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은 21세기 후반(2071~2100년)에 현재보다 3.7도 상승할 전망인 데 비해 한국의 기온은 5.3도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한국이 온대가 아닌 아열대기후(열대와 온대의 중간 기후)에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41~2050년 사이 먼저 서울·수원·대전·청주 등 일부 중부지역과 강원 영동지역, 내륙 고지대를 제외한 남부지방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7월 25일 자 국제학술지 ‘기후저널’은 약 100년 뒤인 21세기 말 아시아 지역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 것이라는 일본 도쿄도립대 도시환경과학연구과 교수와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팀의 연구를 공개했다. 현재의 날씨에 영향을 준 지난 30년간(1979~2008년) 기후 데이터, IPCC 등이 예측한 기후 데이터를 수퍼컴퓨터에 결합시켜 수치 모델링 기술을 이용해 2075~2102년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100년 뒤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에 ‘몬순 기압골’이 발달해 지금보다 훨씬 긴 기간의 태풍 발생과 폭우가 쏟아지고, 강우량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전체적으로 볼 때 여름 강수량은 하루 약 0.27㎜, 가장 많은 곳은 최대 하루 2.5㎜ 이상 강수량이 늘었다. 그 여파로 중국 남부와 한반도, 일본 북부 등의 강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표면의 온도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이상기후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에 따른 기후 재앙은 이제 전쟁에 버금가는 현실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의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이 땅을 연이어 두들겨온 기후 시스템은 ‘거주불능 지구’라는 암울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우리는 기후변화에 과연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것만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길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되지 않도록 각국은 물론 전 세계적 대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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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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