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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3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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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코로나19 백신의 희망과 절망 사이, 변종과 토착화의 함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의 한 연구원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뒤늦게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요행히 백신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는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면역학자 마크 월포트와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의 확신에 찬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은 한 걸음 더 나가버렸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은 보장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매불망 백신만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다. 사실 백신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와의 동거가 조금 불편하겠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순진했던 희망고문
   
   코로나19의 종식에는 치료제·백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대세였다. 전문가·언론·정부가 모두 그렇게 주장했다. 혹시라도 치료제·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코로나19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은 전혀 달랐다. 1918년 6월 29일에 처음 등장했던 스페인독감의 경우에는 원인과 감염 경로조차 알지 못했다. 절박했던 미국은 육군 형무소에서 인체 실험까지 실시했지만 허사였다. 당연히 치료제도 없었고, 백신도 없었다. 그런데도 500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스페인독감은 10달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했던 2003년 사스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치료제·백신이 만능 해결사도 아니었다.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에는 치료제(타미플루)와 백신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부작용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 사람도 있었다. 1968년 홍콩독감의 경우에도 4개월 만에 백신이 개발됐지만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치료제·백신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순진한 희망고문이었다.(‘백신·치료제는 희망고문?’. 주간조선 2020년 4월 16일 자 참고) 사실 인류 역사에서 치료제나 예방 백신으로 역병(疫病)을 종식시켰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인 격리(quarantine)와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이제는 깨끗한 물과 비누가 있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넉넉하게 생산되고 있고, 값싸고 효율적인 진단키트도 개발됐다.
   
   
   백신은 예방의 수단
   
   그렇다고 백신·치료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1798년에 처음 개발한 백신은 중국·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인두(人痘) 바이러스 대신 우두(牛痘) 바이러스를 이용했다.
   
   WHO에 따르면 오늘날 매년 250만명이 백신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있다. 그렇다고 바이러스에 의한 모든 감염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백신은 일차적인 예방의 수단이지, 종식의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백신의 개발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백신은 천연두·소아마비·홍역·파상풍·인플루엔자·수두 등 27종뿐이다. 모든 백신이 완벽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백신의 효능이 영원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홍역처럼 한 번의 접종으로 평생 예방이 보장되는 경우도 있지만, 독감처럼 효능과 지속기간이 제한적이어서 반복적인 접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의 경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예방에 필요한 중화 항체 형성률이 충분히 높지 않고, 항체의 지속기간도 생각보다 짧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체 형성률은 0.03% 수준이다. 감염 상황이 심각했던 런던(17%)·뉴욕(13.9%)·스톡홀름(7.3%)의 경우에도 항체 형성률이 충분히 높지 않다. 만족스러운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코로나19는 근원적으로 백신의 효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호흡기 질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의 표면에 있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마다 전 세계를 휩쓰는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에도 백신의 예방 효과는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을 개발한다고 모두가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백신의 생산·구입·접종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싹쓸이를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백신의 원활한 공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재 역할을 해줘야 할 WHO의 국제적 위상도 땅에 떨어져버렸다.
   
   누구나 백신 접종을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35%가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은 공개적인 백신 반대론자였다.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토착화가 해결책일 수도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멸종시켜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천연두는 1980년에 공식적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제너가 발명한 종두법 덕분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려 182년 동안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였다. 소아마비도 종식이 머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실에서는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결핵·간염·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수두 등 17종의 감염병은 국가가 시행하는 ‘예방접종’ 사업으로 큰 문제없이 관리하고 있다. 매년 겨울마다 찾아오는 계절형 인플루엔자(독감)의 경우는 훨씬 더 성가시다. WHO가 전 세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백신 정보를 알려준다. 그런데도 독감의 치사율은 0.07%에 이른다. 매년 29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작년 겨울에는 미국에서만 2만4000명이 사망했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독감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개발이 쉽지 않은 치료제·백신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어차피 바이러스의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하다면,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화해서 집단면역의 문턱값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토착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미 우리는 수만 년 동안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하고 있다. 지난 5월 7.2%까지 치솟았던 코로나19의 치사율이 8월 26일 현재 3.44%까지 떨어진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치사율은 1.73%이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스스로의 유전적 변이를 통해 사람 사회에서의 불편한 토착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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