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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4호]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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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美 모기와의 전쟁, ‘킬러 모기’ 7억5000만마리 푼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번데기에서 나오고 있는 GM 모기. photo the-scientist.com
지난 8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남부 플로리다키스(Florida Keys)제도에서 모기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이색적인 투표가 실시돼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플로리다주 먼로카운티 자치정부가 미국 최초로 GM(Genetic Modification·유전자 변형) 모기의 방사 여부를 놓고 찬반 투표를 한 것이다. 그 결과 GM 모기 실험을 허용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이미 지난 5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승인을 거쳐 6월 플로리다주 정부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번에 현지 먼로카운티가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승인한 것이다.
   
   
   이집트숲모기로 뎅기열 물리친다
   
   플로리다주는 관광 명소이면서도 미국에서 뎅기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플로리다키스제도 주민들은 거의 10년 주기로 뎅기열에 시달려왔다. 올여름 들어서도 47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고, 그 수는 지금도 계속 늘고 있어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최초의 GM 모기 실험이 허용되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몸속에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된다. 말라리아와 함께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열대병이다. 뎅기 바이러스의 주 매개체는 이집트숲모기다. 뎅기열뿐만 아니라 지카 바이러스, 황열까지 유발한다. 이집트숲모기는 주로 아시아, 남태평양 지역, 아프리카, 아메리카대륙의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 분포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최근엔 활동 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최초의 GM 모기 실험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먼저 진행되고 있는 일은 GM 모기 알을 담을 상자 제작이다. 여기에 7억5000만여마리의 알을 담아 플로리다키스제도에 배치하고, 부화한 GM 모기를 내년 초부터 2년 동안 풀어놓을 예정이다. 실험에 사용하는 GM 모기는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이 2009년 처음 개발한 ‘OX5034A’다. 10년의 연구 끝에 만들어낸 OX5034A는 유전자 변형 수컷 모기로, 이집트숲모기 알에 특정 독성 단백질(tTAV)을 생성시키는 유전자를 삽입해 만들었다.
   
   유전자 변형은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 기존 생물체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사람들은 지난해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방사한 볼바키아 감염 모기를 흔히 GM 모기로 혼동한다. 그것은 GM 모기가 아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숙주인 모기에 감염시켰을 뿐 볼바키아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잘라서 모기의 유전자에 끼워 넣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굳이 수컷만 GM 모기로 만들어 방사하는 것일까. 암컷 모기의 흡혈 작용이 그 이유다. 모기는 암컷만 흡혈을 한다. 암컷의 몸속에 피가 채워지면 난소가 발육하면서 3~4일 후에 산란을 하게 되는데, 1회 산란을 위해 10회 정도 흡혈을 한다. 따라서 만일 암컷 GM 모기를 방사한다면 오히려 흡혈을 조장하는 것이 될지 모른다. 암컷 모기 떼의 공격을 받는 것은 흡혈귀의 공격을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수컷과 암컷을 함께 방사한다고 하자. 이럴 경우 수컷 GM 모기는 오히려 일반 모기가 아닌 암컷 GM 모기와 교미할 확률이 높아져 전체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수컷만을 야생으로 내보내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수컷 GM 모기들이 정상적인 암컷 모기들을 만나 교미하면 변형된 알을 낳게 된다. 독성 단백질 유전자가 새끼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태어난 모기 유충들은 성충이 되기 전에 죽게 되고 그 결과 전체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한다. 또 수컷 GM 모기의 수를 충분히 늘릴 경우 야생 모기들이 교미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야생 모기들이 제거된다.
   
   수컷 GM 모기는 교미할 때까지 살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GM 모기도 독성 단백질 tTVA를 가지고 있는데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GM 모기에 해독제 역할을 하는 ‘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물질을 함께 넣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트라사이클린은 유전자가 아니므로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이집트숲모기 개체 수 80% 줄어
   
   옥시텍의 GM 모기 실험은 미국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말레이시아, 브라질, 파나마 등의 지역에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해 지역 모기 개체 수를 8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작은 규모의 실험들이다. 2009년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 케이맨제도에서 이뤄진 실험에서는 이집트숲모기 개체 수가 약 80% 줄어들었다. 당시 약 330만마리의 GM 모기가 3개월 동안 80회에 걸쳐 방사되었다. 또 2015년 7월 브라질 바이아주의 실험에서는 95%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까지 실시된 현장 실험 중 가장 성공적인 개체 수 감소다. 당시 브라질에서는 이집트숲모기가 유발하는 뎅기열에 46만명 이상이 감염되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과학자, 현지 주민, 환경보호단체들 사이에서는 GM 모기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GM 모기가 도리어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GM 모기와 일반 정상 모기 간에 태어난 후손들이 일부 살아남아 또 다른 후손들을 퍼뜨릴 수 있을 테고, 살아남은 모기들은 저항성을 갖게 돼 나중에는 오히려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들을 처리하는 일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쥐처럼 모기를 먹고 사는 토종동물을 굶주리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몇 년에 걸쳐 GM 모기가 사람과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조사한 끝에 옥시텍의 실험 신청을 승인한 것이라고 답한다. EPA의 승인은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옥시텍 관계자들 또한 수컷 GM 모기는 사람의 피보다 식물의 즙을 먹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아 살충제 살포보다 사람의 건강에 훨씬 해롭지 않다고 설명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모기를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박멸까지는 아직 길이 멀다. 전 세계는 지금도 모기로 인한 바이러스의 위협과 싸우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여전히 전쟁 중이다. 이번 GM 모기 실험은 첨단과학의 선봉인 미국에서 실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과연 과학기술이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바이러스의 대명사인 ‘모기’를 퇴치할 수 있을지, 미국은 그 시험대에 서 있다. GM 모기가 생태계의 파괴와 교란 없이 모기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면, 앞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GM 모기 실험이 활기차게 진행될 것이다. 인류를 위해 GM 모기 실험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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