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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6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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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금성 생명체 가능성? 천문학계 외계 생명체 기준 논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지난 7월 30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마스2020’. photo 뉴시스
과연 외계 생명체가 있을까? 만약 이런 질문을 천문학자들에게 한다면 대부분 ‘그렇다’고 하지 않을까. 그것을 인정할 만한 발견이 지난 9월 14일 있었다. 영국 카디프대학교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팀이 96%의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생명이 살 가능성이 거의 0%인 금성의 대기 중에서 인화수소를 발견한 것이다. 인화수소는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성 가스로, 늪이나 습지대에서 발견된다. 동물의 내장에도 있어 생명체가 분해될 때 생성되기도 하므로 금성의 인화수소는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만들었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금성의 대기에 미생물 등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예상치 못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 하나둘씩 발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최소한의 요건과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어 세계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이 화성으로 탐사선을 경쟁적으로 보내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함이다. 과거에 생명체가 살았던 흔적을 찾거나 현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탐사선의 주요 임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안에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Europa)에 탐사선을 보내는 ‘유로파 클리퍼 미션’을 수행 중이다. 유로파는 NASA가 외계 생명체를 찾을 때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타깃이다. 유로파에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성분이 존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성분 중 하나인 물의 증거를 찾았다. 유로파의 표면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그 아래에는 지구 전체 물의 2~3배에 달하는 거대한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와이의 세계 최대 망원경을 통해 수증기처럼 보이는 거대 물기둥이 분출되는 모습이 관측된 것. NASA는 이 수증기 기둥이 진짜 물을 포함하고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물속에서 탐사가 가능한 우주 로버 ‘브루이(Bruie)’를 보낼 계획이다.
   
   생물학자들이 생각하는 외계 생명체는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 분자 복합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구성은 물과 유기분자가 기본이 된다. 유기분자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를 제외한 탄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즉 물을 제외한 지구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탄소라는 이야기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DNA와 같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주요 분자들은 모두 탄소원자의 긴 사슬에 수소, 산소, 질소와 같은 다양한 원소가 붙어 있는 구조다.
   
   유기분자들은 우주에 매우 흔하다. 따라서 물만 있다면 이들이 물속에 녹아 다양한 유기분자로 합성되고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어떤 행성이나 위성에 물이 발견되면 먼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은 40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외계행성에서 아직 생명체 존재의 직접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주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외계 생명체의 개념을 너무 좁게만 생각해오지 않았나 성찰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다시 말해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기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우주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연구할 때 적용한 기준은 1990년대 NASA가 발표한 ‘생명체’의 정의다. 어떤 물체가 생명체라면 탄수화물·지질·단백질·핵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세포로 이뤄져 있고, 대사활동을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며, 항상성을 유지하고, 다윈의 진화를 따르는 물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4가지 새로운 기준
   
   이런 기준에 대해 미 캘리포니아공대 행성학자 스튜어트 바틀릿 교수는 지구 생명체를 근거로 만든 다윈의 진화론을 지구 환경과 너무 다른 우주에 적용할 경우 생명체 존재 연구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마주할 가능성을 매우 희박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NASA 아메스연구센터의 우주생물학자 린 로스차일드 박사 또한 영하 179도에 달하는 토성 위성 타이탄의 경우 지구 생명체에 대한 지식으로만 메탄 호수의 화학작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극저온의 환경 차이를 무시한 채 외계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조건일 것이라는 시각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P) 대신 독성물질 비소(As)를 활용해 생존하는 신종 박테리아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수소·질소·산소·인·황 등 6가지 생명체 필수 원소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주생물 탐사는 이들 원소를 모두 보유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2010년 12월 2일 NASA의 펠리사 사이먼 박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동부 모노호수의 침전물 속에서 발견한 박테리아를 인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각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판이한 생명체, 즉 인을 아예 포함하지 않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비롯한 태양계의 위성에서도 비소는 중요한 구성 요소로 밝혀진 적이 있다.
   
   또 지난해 2월 미국 응용분자진화재단(FfAME)의 스티븐 베너 박사팀은 아데닌(A)과 사이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DNA를 구성하는 4개 염기에다 이를 모방한 다른 4개 요소를 추가한 분자 정보시스템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분자 시스템은 지구 기준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환경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만약 목성의 위성인유로파에 지구 DNA와 전혀 다른 형태의 분자 시스템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면 우리는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우주적 관점에서 워싱턴대학 마이클 웡 교수를 비롯한 바틀릿 교수 등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4가지의 새 기준을 만들었다. 지속적인 에너지원과 이 에너지원으로 물체가 성장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주변 환경 변화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내용은 많은 우주과학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은 인류가 멸종되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엄밀한 증거에 입각한 이론 전개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과학자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지구 밖의 외계 생명체에 관한 한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공상과학적 상상력까지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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