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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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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코로나 신속진단키트 안된다고? ‘검사’와 ‘스크리닝’을 구별하자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국내 업체 수젠텍의 신속 진단키트. photo 수젠텍
야당이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의 적극적인 활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신속 진단키트로 국민들이 스스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주고, 한두 달 안에 전 국민에 대한 검사를 끝내자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거센 불길을 잡아보자는 의도는 좋지만 설득력은 떨어지는 제안이다. “신속 진단키트는 정확성이 낮아서 감염 상황이 더 나빠져야만 사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질병관리청·진단검사의학회의 입장도 이상하다. 식약처도 해외 수출을 허용해준 신속 진단키트의 국내 사용은 아직 허가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는 위험한 원전을 다른 나라에는 수출하겠다는 산업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끄러운 태도다.
   
   
   신속 진단키트 활용해 항체 검사 해야
   
   코로나19 검사가 부족해서 감염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검사를 하고 있는데도 감염 상황은 최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검사 규모를 줄이자고 공개적으로 요구할 정도다. 검사 인원을 확대하면 감염자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신속 진단키트로 깜깜이 감염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두 달 안에 전 국민의 검사를 마치기만 하면 감염이 종식되는 것도 아니다. 진단키트와 백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검사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무한 반복해야만 하는 일이다. 감염의 진단은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정도로 단순한 일도 아니다.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우리가 개발한 신속 진단키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면 해외 수출도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신속 진단키트는 미국·일본·EU 등의 선진국에서도 대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100여개국에 수출해서 8억달러를 벌어들인 사실은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은 신속 진단키트의 기능과 용도를 오해하고 있다. 신속 진단키트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RNA) 염기서열을 확인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단백질 분자의 특징적인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확인하는 ‘항원’ 검사도 있고, 바이러스 때문에 만들어지는 면역 단백질을 확인하는 ‘항체’ 검사도 있다.
   
   단백질에는 유전자 증폭기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부끄러운 것이다. RNA의 염기서열 확인에 사용하는 화학분석과, 단백질 표면에 노출된 단백질의 식별(항원 검사)에 사용하는 화학분석의 민감도는 전혀 다르다. 요컨대 신속 진단키트는 치료·추적·격리가 필요한 감염자를 가려내는 확진의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방역의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스크리닝(screening)’의 수단이다. 감염 경로를 짐작할 수 없는 깜깜이 감염 상황의 확인에 필요한 첨단기술이라는 뜻이다.
   
   
   오로지 검사와 추적, 한계에 도달한 K-방역
   
   검사(testing)와 추적(tracing)을 핵심으로 하는 K-방역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감염원을 추적할 수 없는 깜깜이 전파의 비율이 28.1%를 넘어서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언제까지나 유전자 검사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6만원이 넘는 비용도 부담스럽고, 검사에 걸리는 시간도 너무 길다.
   
   물론 신속 진단키트를 이용한 항체 검사만으로는 감염자를 분명하게 가려낼 수 없다. 완치가 된 후에도 항체는 계속 남기 때문이다. 항체 생성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초기 항체인 IgM의 생성에는 적어도 3일이 걸리고, IgG는 10일이 걸린다. 중화항체는 2주일 이상 걸린다. 그렇다고 신속 진단키트를 활용한 항체 검사가 무의미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항체 검사는 지역사회의 ‘항체보유율’을 확인하기 위한 간편한 방법이다. 질병관리청이 항체보유율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항체보유율이 0.07%에 지나지 않는다는 질병관리청의 발표는 스스로도 신뢰할 수 없는 엉터리였다.
   
   이제 방역의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를 근거로 밀접 접촉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노력은 절대 멈출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감염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완화(mitigation)’를 위한 ‘스크리닝’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지역의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방역의 수준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지역별 항체보유율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영양조사의 시료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노력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항체보유율과 실제 감염률의 격차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는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항체보유율이 높아진다고 그동안의 방역 성과가 부정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집단면역에 대한 오해도 풀어야 한다. 집단면역은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이 아니다. 스웨덴은 집단면역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미리 투자해놓았던 보건위생 환경을 믿었을 뿐이다. 감염률 60%가 집단면역의 매직 넘버도 아니다. 오히려 감염의 종식을 기대할 수 있는 항체보유율이 지역사회 감염의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R)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집단면역 이론이다. 항체보유율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우리가 목표로 삼을 R값을 추정할 수 있다. 백신도 R값을 줄이기 위한 현대 과학적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세계 최고 품질의 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준 바이오 벤처의 성과를 사회와 정부가 분명하게 인정해줘야 한다. 진단키트는 과학기술계가 이룩한 최고의 성과다. 과학기술이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만 있었던 것이 절대 아니란 의미다. K-방역이 민주주의와 투명성의 결과라는 허무맹랑하고 후안무치한 발언으로 과학기술계의 성과를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청의 떠들썩한 승격도 꼴불견이었다. 코로나19와의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미 차관급인 기관의 간판을 바꿔 다는 것이 대수일 수는 없다. 장수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조직을 통째로 뒤집어엎어 버린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방역 수칙도 무시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오히려 정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세계 최초로 진단키트를 개발해낸 벤처기업의 개발자들에게 작은 추석 선물이라도 보내주는 진정한 성의가 필요하다.
   
   ‘모기장’이나 들먹이면서 의료계를 뒤엎을 꼼수나 궁리하는 장관에게 더 이상 방역을 맡겨둘 수 없다. 중국 우한의 항로를 우리에게 가장 먼저 열어주었다고 감격하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아직도 88개국이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해외 유입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38일 만에 감염자가 다시 1000만명이나 늘어난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난데없이 과기부를 부총리 부서로 승격시키겠다는 환상에 빠져서 바이러스기초연구소나 만들겠다는 여당 중진 의원의 생뚱맞은 주장도 경계해야 한다. 탈원전과 의료개혁으로 쑥대밭이 돼버린 과학기술을 되살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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