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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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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1]김영덕 IBS지하실험연구단장 “물리실험의 메카 만든다”

photo 김종인 영상미디어 기자
강원도 정선 예미산(989m) 지하에 건설 중인 우주입자 연구시설은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단장의 작품이다. 김 단장이 이끄는 지하실험연구단은 1000m 지하에서 크게 중성미자 실험(AMoRE실험)과 암흑물질 검출 실험(COSINE실험) 두 가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9월 9일 대전 갑천 변에 자리 잡은 IBS에서 만난 김 단장은 “저하고는 처음이죠?”라면서 친근감을 줬다. 김 단장에게 정선에 한국 최초의 심층 실험시설인 예미랩을 만드는 이유부터 묻자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가 있는 지하 700m에서 실험 중인데, 빌려 쓰는 공간이어서 좁고 경사져 있기도 하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이 출범할 때 계획했던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다”라고 답했다.
   
   김 단장의 말대로 현재 지하실험연구단은 양수발전소의 거대 터빈이 돌아가는 지하 공간을 빌려 쓰고 있다. 한국 최초의 암흑물질 실험인 ‘KIMS(Korean Invisible Mass Search)실험’을 1997년부터 시작한 세 물리학자(서울대 김선기, 세종대 김영덕, 경북대 김홍주 교수)가 2003년 양양 지하에 공간을 얻었다. KIMS실험은 IBS 지하실험연구단이 출범한 뒤인 2016년 9월 COSINE-100실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국 예일대학, 영국 셰필드대학 그룹이 하던 DM-Ice실험과의 공동연구로 전환되면서 국제실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양양 지하실험실에서는 2015년부터 중성미자의 물리적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AMoRE실험도 가동하고 있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대학이 할 수 없는 실험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는데 여러 한계 때문에 결국 양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월 기공식을 가진 예미랩은 IBS의 한 연구단이 쓰기에는 큰 공간이다. IBS가 다 쓰려는 것은 아니다. 전체 공간의 30~40%는 다른 실험을 위한 공간으로 비워 두고 있다. 한국 지하 물리실험의 새 장을 열 것이다.”
   
   지난 8월 말 1단계 굴착공사가 끝난 예미랩에서는 AMoRE실험이 2022년 1월부터 가동된다. 이를 위해 내년 초부터 장비를 설치하게 된다. 동시에 ‘대용량 중성미자 검출기’도 설치한다. 김 단장은 “가로 세로 20×20m 크기 물탱크를 만들게 된다. 초기에는 물만 집어넣을 생각이다. 실험 구상이 구체화되면 그림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성미자 검출기는 다용도로, 그 안에 COSINE실험 검출기도 넣을 수 있다. 암흑물질 검출 실험인 COSINE실험을 예미랩으로 언제 옮겨올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영덕 단장은 중성미자 실험인 AMoRE실험 공동대표를 경북대 김홍주 교수와 같이 맡고 있기도 하다. 중성미자의 특성을 알아내는 게 목적인 AMoRE실험은 흔히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 붕괴 실험’이라고 불린다. AMoRE라는 이름은 ‘몰리브덴을 기반으로 하는 희귀 반응 실험(Advanced Mo-based Rare-process Experiment)’의 영어 약칭이다. 예미랩이 완성되면 가장 힘을 쏟을 연구가 바로 이 AMoRE실험이다. 김 단장은 암흑물질 실험보다 중성미자 연구에 돈과 사람을 더 많이 투입하고 있다.
   
   중성미자는 자연을 이루는 기본입자 중 하나다. 전기적으로 중성(中性)이고, 질량이 아주 작다(微子). 최소한 세 종류가 있는 걸로 확인됐다. 김 단장은 “중성미자 질량을 아직 모르고 있다. 중성미자 세 개 간의 질량 차이는 아는데, 절대질량은 모른다”라면서 “특히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인지 아닌지를 모른다. 그걸 알아내는 게 AMoRE실험 목표다”라고 말했다.
   
   
   “태초 의문 푸는 마요라나 입자 확인할 것”
   
‘마요라나 입자’는 무엇일까? 마요라나는 이탈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1906년생, 젊은 나이에 실종)의 이름에서 왔다. 입자(Particle)가 있으면 반입자(Anti-particle)라는 게 있다. 반입자는 입자와 물리적 성질이 똑같으나 전하가 다르다. 중성미자에도 반(反)중성미자라는 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반중성미자가 따로 없을지 모른다는 이론이 있다. ‘중성미자=반(反)중성미자’라는 것이다. 이런 입자를 마요라나 입자라고 한다.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라는 걸 확인하면 자연의 여러 의문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태초에 우리 우주에서 물질이 반물질보다 왜 더 많았는지 하는 ‘비대칭’ 문제를 풀 수 있다. 빅뱅 직후의 우주에서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똑같이 만들어지고(쌍생성) 다시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감마선과 같은 빛으로 변했을(쌍소멸) 걸로 예상된다. 그런데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이 생성되었으나 물질 일부가 소멸되지 않고 약간 더 남아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우주의 물질이 존재하게 되었다. 어디서 쌍생성, 쌍소멸의 대칭이 무너졌고 그 이유는 뭘까 하는 건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다. 이걸 설명하는 이론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경입자 생성(Lepto-genesis)’ 이론이다. 경입자에 바로 ‘중성미자’가 들어간다. 중성미자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초기우주 때에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아졌다는 게 이 이론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건 중성미자 질량을 이론적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요라나 입자인 경우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는 이중 베타붕괴’의 반감기를 측정함으로써 중성미자의 절대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는 이중 베타붕괴’라는 낯선 문장은 무얼 뜻할까? ‘이중 베타붕괴’는 베타 붕괴가 두 번 연이어 일어나는 걸 가리킨다. 베타붕괴는 핵 분열 반응에서 흔히 일어나는데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거나,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우라늄은 자연에서 좀 불안정한 상태여서, 두 개의 가벼운 딸핵으로 쪼개져 좀 더 안정된 상태로 있으려고 한다. 이때 일어나는 게 딸핵들의 베타붕괴이다. 베타붕괴에서는 중성미자가 한 개 나온다. 그리고 베타붕괴가 두 번 일어나면 중성미자 두 개가 나온다.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에 ‘중성미자가 나오지 않는 이중 베타붕괴’가 일어난다. 김영덕 단장은 이걸 찾고 있었다.
   
   
▲ AMoRE실험에 사용할 몰리브덴 결정.

   “세계 어디서도 관측되지 않은 실험”
   
   그는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가 세계 어느 실험실에서도 관측되지 않았다”라며 “여러 나라가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를 관측하기 위해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이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에 있어서 맨 앞에 있는 프런티어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 관측을 위해 김영덕 단장의 AMoRE실험은 몰리브덴의 동위원소 중 하나인 몰리브덴 100을 사용한다. 몰리브덴에는 38종의 동위원소가 있는데, 원자량 100인 동위원소에서는 이중 베타붕괴가 일어난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를 관측하는 방법은 몰리브덴 100 동위원소를 포함하는 결정을 크게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몰리브덴 100 원소가 이중 베타붕괴를 하는지, 특히 그중에서도 중성미자를 방출하지 않는 이중 베타붕괴를 일으키는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양양의 AMoRE 초기 실험에서도 많은 이중 베타붕괴를 관측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중성미자가 나오지 않는 이중 베타붕괴 관측이다.
   
   몰리브덴 100은 이중 베타붕괴를 얼마나 자주 일으킬까? 몰리브덴 100의 반감기에 그 정보가 들어 있다. 몰리브덴 100 동위원소의 반감기는 약 7.0×1018년이다. 베타붕괴를 일으켜 해당 방사성 물질의 양이 당초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몰리브덴 100은 7.0×1018년이 지나면 전체 물질의 절반이 다른 물질로 변해 있다는 게 반감기 의미다. 근데 반감기 7.0×1018년은 우주 나이 138억년(1.38×1010)보다 훨씬 길다. 그러면 몰리브덴 100의 핵에서는 베타붕괴가 138억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몰리브덴 원자를 138억개 이상 모아놓으면 그중의 일부는 베타붕괴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이게 포인트다.
   
   김영덕 단장이 자신의 손가락 마디를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 정도 크기면 아보가드로수(6×10²³) 이상의 원자가 들어 있다. 몰리브덴 100은 반감기가 7.0×1018년이니, 1년에 10만개 이상의 원자가 붕괴한다고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이중 베타붕괴를 관측하고 있다. 그런데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의 반감기는 훨씬 더 커서 붕괴가 극히 희귀하고, 따라서 관측이 어렵다.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일 경우 몰리브덴 100의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 반감기가 1026~1028년으로 추정된다. 현재 양양 AMoRE-1 실험의 몰리브덴 100 결정 크기는 6㎏이지만, 예미랩에서 할 AMoRE-2 실험에 사용될 결정 크기는 200㎏이다. 이 크기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 베타붕괴를 1년에 몇 개 정도는 측정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오지 않으면 또 한 번 결정의 양을 키우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김 단장이 이끄는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예미랩에서 사용할 결정들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MoRE실험을 위해 필요한 몰리브덴 결정을 김 단장의 방에서 조금 떨어진 실험실에서 키우고 있다. 또 지하에서는 차세대 암흑물질 실험인 COSINE-200실험에 들어갈 요오드화나트륨(NaI) 결정을 키우고 있다.
   
   김 단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78학번) 출신이다. 1985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이스트랜싱)으로 유학을 가서 1991년 핵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스트랜싱에는 현재 IBS가 짓고 있는 것과 같은 중이온가속기가 있다. 그는 이후 미국 인디애나대학과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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