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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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 사진들이 연구실 벽에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다. 포항공대 제2실험동 1층의 화학과 박문정 교수 방. 지난 9월 1일 만난 박 교수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다. 아이 낳고 젖 먹일 때 내가 교수 정년 심사를 앞두고 있어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각별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학교가 걸핏하면 수업을 못 하니, 박 교수 아들은 종일 엄마 연구실에서 보내기도 한다.

아이 사진들 옆에 화학학술지 표지 이미지가 9개 붙어 있다. 포스터 크기다. 박 교수가 쓴 논문 중 표지 논문으로 채택된 것들이다. 학술지에 실린 정도가 아니고, 그 호의 대표논문이 된 것들이다. 이 표지 이미지 중에는, 화학자가 논문을 싣고 싶어 하는 앙게반테케미(독일 화학회지)도 있다. “교수님 대단하시다. 표지 논문을 이렇게 많이 싣다니요”라고 말하자 박 교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표지 논문이야 논문 한 편만 쓰면 된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라며 포스터들 아래쪽에 놓여 있는 흰색 상장 하나를 가리켰다. ‘딜론메달(John H. Dillon Medal)’이라고 영어로 써 있었다. 2017년 2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 물리학회 행사에서 받았다.

미국 물리학회로부터 ‘딜론메달’ 수상

딜론메달은 미국 물리학회가 젊은 고분자 물리화학자(Polymer physicist)에게 준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12년이 지나지 않은 젊은 학자를 대상으로 한다. 박 교수는 “딜론메달을 받으면 미국 대학은 수상자가 평생 교수로서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보장한다”라고 상의 권위를 설명했다. 취재를 마친 뒤 딜론메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984년부터 매년 한 명씩 수상자를 냈다. 그는 화학자인데, 왜 미국 물리학회가 시상했을까? 화학자이면서도 물리학에 가까운 연구를 하는 물리화학자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딜론메달 공적 사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고분자 전해질에서 새로운 걸 했다고 해서 받았다. 나는 주로 고분자 나노구조체를 연구한다. 그중에서도 전해질을 한다. 전해질 안에는 이온이 많이 있다. 이온이 있는 시스템에서는 나노 구조를 만든 예가 없다. 내가 처음 그 일을 했다.”

그걸 만든 게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이 어려운 일이었을까? 박 교수 설명이다. “전해질은 이온들로 되어 있다. 이온 간에는 쿨롱 상호작용이 있다. 중학교 때 배우는 F=9×109×q1q2/r2이라는 쿨롱 힘이 작용한다. 그것 때문에 구조가 안 생긴다. 열역학적으로 원래 가질 수 있는 구조가 생기지 않는다. 이온들이 자기들끼리 머리채를 잡아당겨 뭉쳐버린다. 구조가 생기려면 고분자 사슬끼리 그런 잡아당기는 힘이 없어야 한다. 나는 구조를 잘 디자인해서, 고분자 사슬끼리 머리채를 잡아당기지 않게 했다. 구조가 생기면서도 이온들이 계속 있게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13년째 하고 있다.”

빛으로 나노 반도체를 깎아내다

어떻게 했길래 그런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발견한 건 이런 거다. 빛으로 나노 반도체를 깎으면 기껏해야 30나노미터(㎚는 10-9m) 크기까지 가능하다. 블록공중합체(Block co-polymer) 방식으로 하면 엄청 작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온이 들어가면 고분자 나노구조체가 안 생긴다. 내가 알아낸 건 5㎚ 크기로 줄이면 이온들이 서로 들러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30㎚ 크기일 때는 서로 들러붙었는데, 5㎚가 되면 들러붙지 않고 구조가 생겼다.”

그동안 사람들은 나노구조체를 작게 합성하는 걸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뭐 하러 작게 만들어봐’라는 생각뿐이었다. 30㎚일 때 안 된 것이니, 더 작게 만들었다고 해서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문정 교수는 시도를 했고, 고분자 나노구조체를 작게 만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걸 발견했다.

덤으로 확인한 게 있다. 고분자 전해질 나노구조체는 전도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온이 많이 들어가니 전기가 잘 통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작은 공간(채널) 안에 이온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응집되지 않고 이온들이 잘 살아 있으니, 전하가 잘 흐른다. 이로 인해 박 교수는 매우 전도도가 높은 이온전도체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 구조체는 자연스럽게 배터리나 인공근육과 같은 데에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논문은 포항공대 교수가 된 이듬해인 2010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나왔다. 이때는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였다. 그리고 3년 뒤인 2012년에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 비밀을 알아냈고, 해당 논문은 학술지 ‘매크로몰리큘러스(Macromolecules)’에 실렸다. 박 교수는 이 학술지의 부편집장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또 처음에는 고분자 전해질 나노구조체를 선 무늬 모양으로만 만들었으나, 이후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수소차 연료전지가 연구의 출발점

2014년 미국 고분자화학계의 유명한 여성 과학자가 박 교수의 실험 결과를 이론으로 설명하는 논문을 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모니카 올베라 들라크루즈(Monica Olvera de la Cruz) 교수였다. 박 교수는 “올베라 들라크루즈 교수는 그 논문으로, 고분자화학 분야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인 ‘고분자 물리학상(Polymer physics prize)’을 2017년에 받았다. 유명한 분인데, 내가 한 실험 결과에 호기심이 생겨 연구를 했고, 결국 내가 그를 더 유명하게 해드렸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왜 이런 연구를 하게 되었을까? 고분자 전해질 나노구조체를 만드는 그의 연구는 수소차의 연료전지 연구가 출발이다. 연료전지에는 막 형태로 만든 고분자가 들어 있다. 이 고분자 막(membrane)은 촉촉하게 젖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양성자(원자핵 안에 들어 있는 입자)가 물을 매개로 흐르면서 연료전지 배터리 전극의 백금 촉매에 전달된다. 문제가 하나 있다. 연료전지는 시간이 지나면 백금 전극에 일산화탄소가 달라붙는다. 유기물이 산화하면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가 들러붙는 것이다. 이걸 일산화탄소 피독(被毒· poisoning)이라고 한다. 그러면 백금 촉매가 활성을 잃어버린다. 더 이상 산소를 환원시킬 수가 없다. 고깃집 연통에 시간이 지나면 일산화탄소 검댕이 들러붙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연통을 뜨겁게 하면 일산화탄소가 달라붙지 않는다. 유기물이 타더라도 연통에 흡착되지 않고 그냥 튕겨 나간다. 현재로서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면 얼마나 뜨겁게 하면 되나? 120도 이상이면 일산화탄소 피독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이론과 실험으로 다 확인됐다.

그렇다면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공기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의 온도를 120도 이상으로 올리면 문제가 해결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온도에서는 고분자 막에 문제가 생긴다. 물의 끓는점은 100도다. 수소연료전지 속의 고분자는 촉촉이 젖어 있어야 하는데, 비등점이 넘으면 바싹 마른다. 연료전지가 작동하지 않는다. 전극을 살리자니 고분자가 건조해지는 어려움이 있다. 양성자가 물을 타고 흘러야 하는데, 물이 없어져 양성자가 전도를 하지 못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수소차 연료전지는 60~70도에서 작동되고 있다. 고분자 물질은 연료전지 안의 백금전극 사이에 종이처럼 얇게 들어가 있다. 60~70도에서 일산화탄소 피독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나 그래도 상온보다는 낫다. 박 교수는 “나는 120도에서도 물이 날아가지 않는 나노구조체를 만들고자 했다. 연구의 시작은 연료전지였다”라고 말했다.

박문정 교수의 연구는 화학학술지 표지에 많이 실렸다. 위 이미지는 그 일부다.
박문정 교수의 연구는 화학학술지 표지에 많이 실렸다. 위 이미지는 그 일부다.

세계 유일의 전해질 나노구조체 생산자

예컨대 빨대 안에 들어 있는 물은, 공기와 더 많이 접하는 물에 비해 증발 속도가 느리다. 박 교수는 “빨대 속의 물도 그런데, 나노 구조 안에 있는 물은 어떻겠느냐. 물 분자가 아주 작은 채널 안에 들어가면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이 아니다. 물이 나노구조 안에 들어가면 100도가 되어도 끓지 않는다. 그걸 나노 가둠(Nano confinement) 현상이라고 한다. 내가 이론으로 계산해 보니, 120도가 되어도 물이 3나노, 5나노 크기의 구조체 안에서는 끓지 않는다. 100도를 못 느낀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들려고 고분자 전해질 나노구조체를 만들었다. 나노 구조 자체를 만들어보는 게 재미있다. 어떻게 하면 구조를 동그랗게 만들 수 있을까, 벌집 구조로 만들 수 있을까 등등을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나노구조체를 계속 만들었다. 판상 구조, 육각기둥 모양 등 온갖 구조를 만들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온갖 구조를 다 만들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지금까지 모양 기준으로 보면 모두 11개를 만들었다. 다양한 구조를 만든 이유는 양성자의 전도성이 구조마다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어떤 구조에서 양성자가 더 잘 이동하는지가 궁금했다.

박 교수는 “나밖에 이 일을 한 사람이 없다. 지금도 그렇다.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다. 분자 디자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걸 십수년간 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외국 학회에 가면 사람들이 “당신 황산 연구자 아니에요?(You are sulfonic acid person?)”라고 말을 걸어온다. 이름은 몰라도 박 교수를 황산을 갖고 마법을 부린 사람으로 호칭한다. 황산은 왜? 박 교수가 고분자 전해질 나노구조체를 황산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산이 마법을 부렸다는 것이다. 그가 사용한 고분자는 긴 이름(polystyrene sulfonate-block-polymethylbutylene)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황산을 관능기로 사용하여 새로운 고분자 구조를 만들었고, 전도성을 갖게 하는 양성자를 공급하며, 양성자가 타고 흘러갈 물을 잡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관심은 수소차 연료전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전기자동차의 리튬배터리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관심은 이온전도체이고, 그러니 수소차 연료전지에서 양성자(플러스 이온)가 흐르는 것이나 리튬배터리에서 리튬이온이 흐르는 것이나 원리는 같다. 그가 연구하는 건 ‘전(全)고체 전지’에 들어갈 이온전도체이다.

“고분자 전해질 개발자는 노벨상감”

전고체 전지는 무엇인가? 리튬배터리는 전극에 리튬 소재를 사용하고 전해질은 액체를 사용하는 제품이 상용화되어 있다. 현재 배터리 업체는 액체 전해질이 아니고 고체 전해질 제품을 내놓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주요 메이커는 5년 안에 전고체 전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교수는 “액체 전해질 대신에 쓸 수 있는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하는 연구자는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폰 폴더블폰이 빨리 못 나온 게 화면에 구김살이 가서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 배터리가 문제였다. 리튬배터리 안에는 액체가 들어 있다. 그러니 접기가 힘들다.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면 A4 사이즈 종이와 같은 얇은 걸로 대체된다. 그러면 용도가 매우 다양해진다. 문제는 있다. 고분자 전해질의 이온전도도는 아직 액체 전해질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액체 전해질은 액체 속에 이온이 녹아 있고, 고분자 전해질 이온전도체는 고체 안에 이온이 끼어 있으니, 기본적으로 이온전도도를 비교하기에는 출발점이 다르기는 하다. 때문에 전고체 전지 소재 개발이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소재가 이온전도체이다.

박 교수가 연구한 걸 현장에서 응용하고 있을까가 궁금했는데 그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고 답했다. “12년 했다. 엄청난 노하우와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나를 쉽게 못 따라온다. 뚝딱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교수가 되어 전고체전지에 들어가는 이온전도체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업체들이 그 개발에 생명줄을 걸고 있다.”

리튬배터리에 들어갈 고체 전해질을 개발 중인 박 교수는 “딜론메달을 받은 것도 실험가인 내가 이론가의 연구를 자극했다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내 실험 결과를 보고, 여기저기서 이론 논문이 나왔다. 큰 돌파구를 열었다는 것이다. 가령 그래핀 소재를 보자. 그래핀은 노벨상을 받았다. 왜냐면 새로운 연구의 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내 연구도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다. 실험 결과가 이론가의 연구를 자극하면 좋은 거다.”

일반인에게는 ‘인공근육’ 연구자로 알려져

박 교수는 일부 일반인에게는 ‘인공근육’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일반인 대상 강연 몇 개가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떠 있다. 대개 이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인공근육 연구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인공근육 연구가 일반인에게는 흥미로울 것 같아서 강연 때는 그 주제를 소개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를 크게 보면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연료전지 고분자 전해질, 리튬전지 고분자 전해질, 고분자 구동장치(actuator), 얼음화학이다. 연료전지와 리튬전지 이야기는 앞에서 했다. 고분자 구동장치를 보면 구동장치가 로봇을 움직이는 근육과 같다. 로봇 근육은 공기압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압전(壓電)소자를 이용한다. 박 교수는 고분자 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구동장치를 연구했다. 고분자에서 이온전도도가 좋은 나노구조체를 만드는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2013년에 1볼트라는 저전압으로 작동하는 구동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이걸 빨리 움직이게 했다. 1볼트로 작동하는 구동기가 반응하는 데 시간이 1~2초 걸렸다면 수십 밀리초(밀리초는 1000분의 1 초)라는, 눈 깜빡할 새에 움직이게 했다. 2018년에는 절전형 구동기를 만들었다. 먹이를 포착할 때만 움직이는 식물인 파리지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얼음화학 분야의 성과는 이렇다. 얼음 위에 고분자 용액을 올려놓고 전도성 고분자를 만들어내는 걸 세계 최초로 보였다. 얼음을 주형으로 삼아 전기전도도가 매우 높은 고분자를 만들어냈다. 딱딱한 얼음 위에서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방법은 쉽고 빠르고 친환경적이다. 왜 그게 만들어지는지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 이 연구 결과는 2015년 앙게반테케미의 표지 논문으로 채택됐다.

박문정 교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96학번이다. 경기과학고 시절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수학은 1등을 했다. 수학을 잘하면 화학공학과가 괜찮다는 얘기를 선배로부터 듣고 공대에 진학했다.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 차국헌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박사과정 때 2년간(2002~2003) 미국 미네소타대학 화학과의 팀 로지(Tim Lodge) 교수 연구실에 가서 공부했다. 서울대에서 ‘블록공중합체 상분리거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소재)에 박사후연구원으로 가서 3년을 일했다. 당시 지도교수는 니타시 발사라(Nitash Balsara)였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교수였다. 서울대 차국헌 교수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잡아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여학생은 안 받는다”라고 박문정 학생을 거부할 때 차 교수가 실험실에 받아줬다. 차 교수는 격려를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로지 교수는 학생과 사사로운 얘기는 안 하는 사람이었다. 칭찬에 인색했다. “굿(Good)”이라고 영어로 짧게 건네는 한마디가 학생들을 하루종일 기쁘게 할 만큼 대단한 칭찬이었다. 그런데 미국 물리학회가 주는 딜론메달 상 후보로 박문정 교수를 추천한 사람이 팀 로지 교수였다.

취재를 마치고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박 교수가 얘기하지 않은 게 있다며 ‘단일 이온전도체’ 연구를 잠깐 소개했다. 본격적으로 한 지 2~3년 됐다고 했다. 배터리, 에너지 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다 ‘단일 이온전도체’ 분야로 넘어올 것이라고 했다. 단일 이온전도체 연구를 통해 급속충전이 가능한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하는 걸 박 교수는 큰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의 연구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본 느낌이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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